북한, 유엔에 수인성 질병 의약품 요청

지난달 23일 북한 남포 시 논두렁 사이의 강이 바닥이 보일만큼 말라 있다.

북한이 유엔에 수인성 질병 의약품을 요청했습니다. 북한에서는 가뭄으로 마실 물이 부족한데다 수질도 나빠져 이질 등 수인성 질병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현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자가 유엔 공동조사단에 수질정화제와 수인성 질병 예방을 위한 의약품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유엔 기구와 국제 협력기구, 민간단체로 구성된 공동조사단은 최근 북한의 가뭄 상황을 현지에서 직접 살펴본 후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공동조사단은 지난 18개월 동안 지속된 이례적인 건조한 날씨로 마실 물이 부족한데다 수질도 나빠졌다며, 수인성 질병이 특히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가뜩이나 깨끗한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가뭄이 계속돼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는 겁니다.

공동조사단은 북한 당국자들과의 면담에서 설사 증상을 보이는 주민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수인성 질병이 북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여성과 5세 미만 어린이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필수의약품과 수질정화제 등이 부족해 상황이 더욱 악화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공동조사단은 북한 당국이 가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했다며, 이번 가뭄이 주민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가뭄으로 인한 곡물 피해와 관련해 조사단은 피해 지역에서 보리 등 이모작 수확량이 전년에 비해 40~50% 가량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건조한 날씨가 계속될 경우 올 가을 쌀과 강냉이 수확량도 30~40% 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공동조사단은 국제사회가 북한 당국과 협력해 이번 가뭄이 북한 여성과 어린이 등 취약계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확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유엔 기구와 국제 협력기구, 민간단체 등 국제사회가 북한에 보유하고 있는 모든 의약품을 신속히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등 긴급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각 기구가 협력해 가뭄과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홍수에 대비한 비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기구와 국제 기구, 민간단체로 구성된 공동조사단은 지난 6월 10일 세 개 팀을 만들어 황해남북도의 가뭄 상황을 둘러봤습니다.

조사에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OCHA와 식량농업기구 FAO, 유엔개발계획 UNDP, 유엔인구기금 UNFPA, 유엔아동기금 UNICEF, 세계식량계획 WFP, 세계보건기구 WHO 가 참여했습니다.

또 프랑스 민간단체 ‘프리미어 어전스’와 ‘트라이앵글 제너레이션 휴머니테어’,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 구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 스위스개발협력처 SDC도 공동조사단에 포함됐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