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워싱턴 리더십 연수 남북 대학생들] "통일에 대한 세계관 확장"

미국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한미나눔운동과 한국의 북한인권시민연합이 공동 개최한 남북 대학생 미국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탈북 대학생들과 한국 대학생(왼쪽 두번째)이 22일 VOA 본사를 방문해 한국어방송 김영권 기자(오른쪽 두번째)와 인터뷰하고 있다. 탈북자들 신변 보호를 위해 얼굴은 비공개로 남겨둔다.

한국에서 대학에 재학 중인 탈북민 6 명과 남한 출신 대학생 3 명이 지난 3 주 동안 미국 워싱턴과 뉴욕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았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한미나눔운동 (KASM)과 한국의 북한인권시민연합이 미래의 통일 지도자를 키운다는 목표로 공동 개최하는 행사의 일환인데요, 올해로 4년 째를 맞았습니다. 학생들은 그동안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유엔본부 등 국제기구와 민간단체들을 견학해 강의를 듣고 토론도 벌였는데요.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 가운데 세 학생과 함께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저희 VOA 본사를 방문한 학생들을 김영권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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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워싱턴 리더십 연수 남북 대학생들] "통일에 대한 세계관 확장"

기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 소개부터 간단히 부탁 드립니다.

신지성) 저는 함경북도에서 온 신지성입니다. 건국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준비 중입니다.

이송현) 안녕하세요 저는 남한 안양 출신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이송현입니다.

한성원) 안녕하세요 저는 북한 량강도 출신이고 이름은 한성원입니다. 현재 세종대학교 생명공학과 3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기자) 이 자리가 매우 뜻 깊은 것 같습니다. 두 남성 분은 북한, 그리고 여성인 송현 씨는 남한 출신인데요. 스튜디오가 갑자기 밝아진 것 같습니다. 선남선녀가 오셔서요. 미국 방문이 처음 이신가요?

신지성) 저는 처음입니다.

이송현) 저도 처음 왔습니다.

한성원) 저는 두 번째 입니다.

기자) 미국을 처음오신 분들은 인상이 어떠셨는지 궁금하네요.

신지성) 저는 북한에서 군인이었습니다. 솔직히 반미…그런 기억이 있다 보니, 처음에는 약간 혼란스러웠습니다. 무의식 중에 물론 한국에 정착해 살아서 미국이 친근하기도 했지만 좀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20여일 동안 머물면서 아 미국이 정말 세계 강국인지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기자) 구체적으로 어떤 면에서 강국이란 느낌을 받으셨나요?

신지성) 제일 중요한 것은 교육인 것 같아요. 교육적인 면에서 보고 듣고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기회들이 많고 다양한 사고들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문화가 어쩌면 이 미국을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송현) 저는 처음에 미국에 올 때 기대를 참 많이 했었어요. 여기가 선진국이다 보니 물론 우리나라도 선진국이지만 미국에 가면 모든 게 첨단일 것이다. 이러면서 굉장한 기대를 품고 왔었는데 막상 와 보니 오히려 한국이 조금 더 나은 게 있는 것 같구 (웃으며) 아 한국도 참 좋은 나라구나…하는 것을 느꼈어요. 그럼에도 미국에서 느꼈던 것은 박물관이 정말 잘 돼 있어서 어린이들 교육에 굉장히 좋을 것 같고 국제기구도 많이 가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그런데 어떤 계기로 워싱턴 리더십 프로그램에 지원하셨나요?

한성원) 저는 한국에 와서 수능이란 공부를 하고 시험을 쳐서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북한이 고향이다 보니 북한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고 관심이 자연스럽게 가고 관련 프로그램도 많아서 자연스레 참가하면서 어느새 아 나도 모르게 나도 통일을 원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구나..이런 느낌을 갖고 나도 한반도 통일에 뭔가 이바지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지원하게 됐습니다.

신지성) 저는 통일에서 미국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한반도 관련 문제에서 특히 미국을 뗄래야 뗄 수 없는 나라이기에 미국의 역사와 사회 정치 문화를 조금이라도 아는 게 통일에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기자) 제가 지난 3주 동안 어디를 가셨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시간표를 보니까..아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셨더군요. 이제 일정을 거의 다 마무리 하셨는데 느낌이 어떠신가요?

이송현) 처음에 시작할 때가 생생한데 벌써 끝이라는 게 느껴지지 않아요. 곧 떠나게 되는데 많이 아쉽고 하지만 많이 배운 것 같아 기분은 정말 좋습니다.

기자) 특별히 인상적인 게 있으셨나요?

이송현) 첫째 주에 갔던 홀로코스트 박물관이었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이 실질적으로 겪었던 고통에 대해서는 저는 자세히는 몰랐었어요. 그런데 평범했던 유대인들의 사진을 보면서..아 이렇게 행복했던 사람들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구나. 그런데 이런 독재가 여전히 가장 가까운 곳(북한)에서 벌어지고 있구나 이런 생각에 안타까웠습니다.

한성원) 저는 사실 홀로코스트는 북한에서 자라서 그런지 감흥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유엔본부를 방문하면서 유엔 기구가 전세계에서 어떻게 축이 되어 질서를 유지하는 지 그런 시스템을 잘 알게 됐습니다. 또 거기서 북한이란 제 고향이죠. 그 나라의 정부가 참 이 많은 나라들 속에서도 왕따를 당하는, 자기 스스로 왕따를 당하게끔 만드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참 나도 모르게 가슴이 아팠어요. 우리는 왜 저렇게 갈라져 따로따로 힘들 게 있어야 하나.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도. 생각을 조금 달리하라는 것은 그 제도를 무너뜨리라는 게 아닙니다. 그저 거기 사람들을 조금만 자유롭게 해주면 거기 사람들도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기자) 사실 북한 주민들이 민족적 자긍심이 높지 않습니까? 그런데 외부에 나와서 세상을 바로 보게 되면 북한의 현실이 보이고 비교가 되니까 그 게 안타깝다는 말로도 들리는군요.

한성원) 물론입니다 북한에 있을 때는 정치 사상학습을 엄청 많이 받았습니다. 북한이 세계에서 유일한 수령과 당과 대중의 혼연일체라고 하고 수령이 우리가 신을 믿는 것처럼 수령을 믿고 종교처럼 빠지는 거죠. 하지만 세상에 나와보면 그 게 아니란 것을 바로 알게 되죠. 인간은 인간! 대통령도 인간! 수령도 사람인 겁니다. 그 것을 바로 느끼게 되는 거죠.

신지성) 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희가 홀로코스트 박물관에 가서 느낀 게 나찌는 유대인, 즉 다른 민족을 무참하게 죽였잖아요. 근데 우리 북한이란 나라는 보위부라든가 군부가 자기 국민을, 솔직히 보위부와 군부가 나찌 역할을 하고 자기 국민을 유대인처럼 솔직히 탄압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참 안타까웠습니다. 북한의 공식이름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잖아요. 근데 솔직히 인민을 탄압하고 인민에게 독재를 하면서 민주주의를 외치는 그런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면서 거기에 대해 질문을 하는 인민이 하나도 없다는 게 무척 아쉽고요. 저도 거기서 그런 것에 대한 질문을 가져보지 못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 통해서 헌법과 국민의 주인의식에 대해, 주인이 어떤 의식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공부하면서 좀 더 각인이 된 시간이었습니다. 국민이 주인이 된 그런 나라가 바르게 설 수 있고 그런 나라가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기자) 올해 프로그램의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가 ‘민주주의’ 라서 그런 강의들을 많이 들으시고 생각할 기회도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14일에는 이 곳의 주미 한국대사관을 방문해서 안호영 주미 한국대사, 또 외교관들과 대화도 하셨는데….주미 한국대사가 탈북민을 만난 것은 제가 알기로는 처음입니다. 그 만큼 탈북민들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고, 또 앞으로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커진 것 같은데요. 분위기가 어땠고…또 어떤 대화들이 오갔나요?

한성원) 대사님이 겉으로는 굉장히 푸근하시면서도 카리스마가 있는 모습이셨어요. 저희 탈북민들 사이에서도 앞으로 대한민국 외교관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그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이송현) 저는 대사님이 저희들 한 명 한 명에게 질문을 굉장히 많이 하셨어요. 너는 어디 출신이니? 어떻게 살았니? 이런 질문을 해 주셨을 때 굉장히 관심이 많고 정이 많으시구나. 대사님의 열린 마음을 많이 본 것 같아요.

기자) 워싱턴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많은 젊은이들과 남북한 상황과 통일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들도 있었는데 매우 흥미로운 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신지성) 네, 저는 그 시간이 어쩌면 제일 인상이 깊었던 것 같습니다. 남북한 문제인데 외국인 친구들이 상당히 관심을 갖는 게 큰 감동이었구요. 그 것을 보면서 좀 더 우리가 더 많이 배우고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한성원 씨가 북한에 대한 미래에 대해 자신 있게 발표하는 모습을 보면서 멋있었습니다.

기자) 성원 씨가 무슨 말을 그렇게 멋지게 하셨나요?

한성원) 앞으로 통일 대한민국에 새 정부가 서고 이후에 한반도에서, 아무래도 통일은 강대국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그 눈치도 봐야 하고 유엔이란 기구가 있으니까 평화 유지도 고려해야 하고. 그래서 한반도 외교를 맡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주제에 대해 토론을 했는데요. 저희는 물론 외교정책을 잘 펼쳐야 하겠지만, 중국 주도의 AIIB 은행을 예로 들었습니다. 유엔이 적극 주도하면 중국이 싫어할 테니까 중국에도 기회를 줘서 거기서 돈을 빌려오는 겁니다. 그 이자에 대한 이득은 중국이 갖는 것으로. 대신 우리는 통일 한국을 갖는 거죠. 그런 여러 가지 앞으로 나올 수 있는 시츄에이션들을 미리 예상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준비를 미리 해보는 그런 토론을 했습니다.

기자) 참 유익한 시간들이었을 것 같군요. 그런데 올해 프로그램은 처음으로 남북한 학생들이 함께 참여해서 의미가 더 깊었던 것 같습니다. 송현 씨는 북한에서 오신 분들과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보낸 경험이 있나요?

이송현) 아닙니다. 아예 한 번도 탈북자 분을 만난 적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초반에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탈북자 분들이 좀 딱딱하실 것 같고….그런데 사전 모임을 한국에서 가졌는데 처음 뵈었을 때 정말 구분이 하나도 되지 않았어요. 누가 남한 사람이고 누구 북에서 왔는지. 성격도 정말 활발하고 더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와 주시고 그렇게 하셨어요. 그래서 3주 동안 같이 잠도 자고 밥도 같이 먹으면서 물론 가끔 갈등이 있었지만 또 같이 화해하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아 이 사람들이 정말 같은 민족이고 가족이구나 그런 것을 진짜 많이 느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기자) 통일이 송현씨에게는 아주 가깝게 다가온 것 같겠네요.

이송현) 이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통일이 된 뒤, 물론 여러 문제들이 많겠지만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금방 극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성원) 저는 5년 동안 한국 생활하면서 많은 남한 친구들을 사귀면서 별로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통일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들은 많지 않아요. 그런데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이 친구들이 통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참가해 준 것에 대해 참 감사했습니다. 또 앞으로 미래에 대해 준비를 많이 하고 과거 한반도 역사나 세계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정세 변화에 맞춘 시스템 작동…어떻게 하면 통일을 잘 이룰 수 있을까 하는 데 생각과 계획들이 있는 친구들이라서 이들이 참 존경스럽기도 했습니다.

기자) 북한도 요즘에는 바깥 세계의 정보들이 많이 들어가면서 주민들의 생각이 많이 트이고, 나가서 세상을 더 많이 알고 싶어하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분들이 지금 이 방송을 들으면 여러 생각이 드실 것 같아요. 그런 북한의 젊은이들에게 먼저 바깥 세계를 체험한 선배로서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신지성) 저는 그들에게 한 번은 의심해 봐라! 이렇게 얘기하고 싶어요. 과연 북한 정부가 하는 말이 진짜인지. 그 사회가 정말 인민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지. 그리고 정부 관리들이 진짜 인민들을 위해 살고 있는지. 간부들 사이에 비만이 많거든요. 거기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거기에 대해 한 번 소리를 내 봤으면 좋겠어요. 정말 그 나라가 인민의 국가라면 인민이 소리를 좀 내 봤으면 좋겠어요.

한성원) 저는 솔직히 평양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대학 공부를. 그래서 평양에 친구들이 많죠. 그 친구들은 공부를 좀 한 친구들이기 때문에 생각하는 스케일이나 클레스가 좀 달랐습니다. 그 때 친구들과 얘기할 때 보면,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되야 하냐? 하면 그 문제점을 여기로 말하면 대통령이나 지도자의 정책에서 찾아야 하는데 북한은 간부가 잘못해서 그렇게 됐다. 수령은 그래도 위대하다 이런 식으로 접근했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친구들에게 이런 사고를 바꾸라고. 북한은 모든 게 수령 중심입니다. 그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답을 다른 데서 찾는 것은 회피다! 이런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기자) 한 마디로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웠으면 좋겠다는 말로 들리는군요. 송현 씨는 남한 출신인데, 남한 대학생을 대표해서 북한에 있는 젊은 대학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싶으신가요?

이송현) 저는 위로를 많이 해주고 싶어요. 거기서 많이 힘들 텐데 더 용기를 가지라고. 정말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기자) 계속 더 얘기를 듣고 싶은데, 시간이 많이 갔습니다. 끝으로 이제 프로그램을 거의 다 마무리 하셨는데 앞으로의 계획 포부를 한 마디씩 해 주시죠.

신지성) 북한에 살 때는 북한이 최고인지 알았고 한국에 살 때는 한국이 최고인지 알았고, 이제 미국에 와서 보니 좀 더 큰 세계가 보였어요. 그래서 좀 더 꿈과 희망을 크고 넓게 가져야겠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송현) 저는 여기서 단순히 통일이 돼야 한다 이런 생각이 아니라 통일을 하고 나면 어떤 문제점들이 있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각계 전문가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들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앞으로는 정말 통일에 대해 더욱 노력할 수 있는 인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한성원) 저도 많은 프로그램 통해서 예전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됐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서도 남북 통일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고 미래에 통일된 조국에서 정말 더 큰 꿈을 꾸고 많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기자) 저도 그런 꿈들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기원하겠습니다. 오늘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지난 3주 간 워싱턴에서 진행된 미래 통일 지도자 연수에 참가한 한국의 탈북 대학생들과 남한 대학생의 소감과 포부를 들어 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