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호 여사, 한국 국적 항공기 타고 방북...방북단 20명

30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자택을 방문한 한국 의원들과 환담하고 있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자료사진)

다음달 5일 북한을 방문하는 김대중 전 한국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한국 국적 항공기를 타고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방북하기로 했습니다. 방북단은 20여 명 안팎으로 꾸려질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희호 여사의 방북을 추진해온 한국의 김대중평화센터는 30일 이 여사가 한국 국적 항공사인 ‘이스타 항공’의 비행기를 이용해 방북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007년 설립해 2009년 첫 취항한 한국의 저비용 항공사입니다.

이 여사는 다음달 5일 오전 10시 김포공항을 출발해 서해 직항로를 거쳐 북한을 방문하게 됩니다.

이 여사의 방북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방북 비용을 별도로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북단은 김대중평화센터 측 인사를 중심으로 한 20 명 안팎으로 조만간 북측에 최종 명단을 통보할 예정입니다.

고령인 이 여사의 건강을 고려해 의료 장비를 갖춘 의료진도 동행합니다.

이희호 여사는 오는 8일까지 평양의 백화원초대소에 머무르며, 평양산원과 어린이병원, 묘향산 등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묘향산 방문 때는 현지의 묘향산 호텔에 머무르게 됩니다.

이 여사는 자신이 직접 만든 털 목도리와 감기약을 비롯한 의약품 등을 북측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방북 기간 중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면담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희호 여사는 북한을 방문하게 되면 ‘남북 모두가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2000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합의한 6.15 공동선언을 지키면 좋겠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여사는 30일 취임 인사차 예방한 정의당 심상정 대표에게 당시만 해도 남북이 서로 왕래하며 금강산도 오갔는데, 이명박 정부 이후 금강산에서 피격 사건 등이 일어나면서 남북관계가 많이 벌어졌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 여사의 방북을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이지만 이 여사를 대북 특사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선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희호 여사의 방북은 지난해 11월 말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 여사 앞으로 친서를 보내 김정일 국방위원장 3주기 때 조화를 보내준 데 대해 사의를 표하며 평양 방문을 초청하면서 추진됐습니다.

이후 김대중평화센터 측이 5월 말 방북을 추진했지만 북한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성사되지 못하다가 최근 개성에서 만나자는 김대중평화센터 측의 제안에 호응함으로써 재추진됐습니다.

김대중평화센터와 북측 아태위원회는 지난 6일 개성에서 실무접촉을 갖고, 다음달 5일부터 8일까지 이 여사의 평양 방문 일정에 합의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