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 ASEAN 지역안보 포럼에서 북한과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납북자 문제를 제기할 계획입니다. 몽골을 통한 대북 압박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일 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일본인 납치 문제를 공식 제기할 뜻을 밝혔습니다.
`NHK' 방송과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31일 총리관저에서 ‘정부.여야당 납치문제대책기관 연락협의회’를 열었습니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기시다 후미오 외상에게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리수용 북한 외무상과 직접 접촉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모든 납치 피해자들을 돌려보내도록 북한 측에 강력하게 촉구하라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기시다 외무상은 “국제회의 등의 기회를 통해 북한 외무상에게 호소할 생각”이라며 “국제사회와 연계하면서 압력을 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와 기시다 외상이 8월 5일과 6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 ASEAN 회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아세안 관련 회의 가운데 유일하게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 ARF 회원국이며, ARF 외교장관 회의는 6일 열립니다.
기시다 외상과 리수용 외무상은 지난해 8월 미얀마에서 열린 ARF 회의에서도 비공식 회담을 했습니다.
31일 열린 ‘정부.여야당 납치문제대책기관 연락협의회’에서 일부 의원들은 북한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지난해 일부 해제한 대북 제재를 복원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대북 제재 강화를 요구하는 일본 국내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납치자 문제 해결 없이는 북한의 미래도 없다는 점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일본은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우회적으로 몽골을 통한 대북 압박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몽골이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타케베 츠토무 전 자민당 간사장은 30일 몽골을 방문해 차히야 엘벡도르지 대통령에게 아베 총리의 친서를 전달했습니다.
친서는 1970년대와 80년대 북한으로 납치된 일본인 문제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일본의 진정한 바람이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북한에 납북자 문제를 계속해서 제기할 것이라며 아베 총리를 몽골로 초청했습니다.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또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7월 초 김 제1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북한과 일본은 지난해 5월 말 일본인 납치 피해자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 전격 합의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지난해 7월 4일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고, 일본은 이에 맞춰 대북 제재 일부를 해제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늦어도 초가을까지 초기 조사 결과를 통보하겠다는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이후 양국 간 협상은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졌고, 지난해 10월 이후에는 공식 협의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