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민간단체가 북한 정부의 자산 압류를 시도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대상은 멕시코에 억류 중인 북한 화물선 무두봉 호인데요, 북한에 억류된 뒤 사망한 김동식 목사에 대한 미 법원의 판결이 근거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스라엘 민간단체인 슈랏 하딘 법률센터는 4일 멕시코에 억류 중인 북한 선박 무두봉 호에 대한 압류를 계속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AP통신’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신문은 이날 멕시코 법원이 최근 무두봉 호 압류 소송을 기각했으며 슈랏 하딘센터는 이에 대해 항소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슈랏 하딘센터는 지난 4월 미 연방법원의 김동식 목사 관련 판결을 근거로 무두봉 호 압류에 관한 소송을 멕시코 법원에 제기했었습니다.
앞서 미 연방 워싱턴 DC 지방법원은 북한에 납치돼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 유족에게 북한 정부가 3억3천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었습니다.
미 영주권자인 김 목사는 1990년대부터 북-중 국경지역에서 탈북민들을 돕다가 북한 공작원들에 납치돼 북한으로 끌려간 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김 목사 납치에 가담했던 한국계 중국 조선족 공범 일부가 이후 한국에 밀입국한 뒤 체포돼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소식통들은 김 목사가 2001년 북한에서 고문 후유증과 지병으로 사망해 평양 상원리에 매장됐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슈렛 하딘센터는 북한 정부로부터 배상을 받기 힘들기 때문에 해외에 동결된 북한 자산의 압류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압류 선박을 경매를 통해 판매한 뒤 이를 김 목사 가족에게 전달할 예정이라며, 압류 소송에 어떤 정치적 고려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슈렛 하딘센터는 주로 이란과 시리아 정부를 상대로 한 고문이나 테러 피해자들의 소송을 전담하는 법률단체입니다.
무두봉 호는 지난해 7월 쿠바를 떠나 북한으로 향하던 중 멕시코 해역에서 좌초된 뒤 멕시코 당국에 억류됐습니다.
멕시코 당국은 6천7백t에 달하는 무두봉 호가 툭스판해 인근의 산호초를 파괴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고, 이후 북한 당국은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하지만 무두봉 호가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인 북한 원양해운 관리회사의 자산이란 사실이 밝혀지자 멕시코 당국은 유엔 결의 이행 차원에서 무두봉 호를 풀어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멕시코 외무부는 3일 ‘파이낸셜타임스’ 신문에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라 멕시코는 선박을 억류할 의무가 있다”며 “안보리의 입장 수정이나 취소가 없는 한 선박을 계속 억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멕시코주재 북한대사관 관계자는 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소송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말라는 당국의 지시가 있었다”며 “말할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정부는 앞서 무두봉 호가 유엔 제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즉각 풀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 김동식 목사 사망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AP통신’은 과거 사례를 소개하며 북한 정부를 상대로 소송에서 승소해도 배상을 받는 것을 매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0년에는 1972년 이스라엘 공항에서 발생한 일본 적군파 테러에 대한 북한의 지원이 인정돼 미 법원이 북한에 3억 7천8백만 달러의 징벌적 보상을 하도록 판결했지만 이를 받을 수 없었다는 겁니다.
또 2008년에는 1968년 북한에 나포된 미 해군 첩보함 푸에블로 호 일부 승무원들이 북한 당국의 가혹한 고문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해 미 연방법원이 6천5백만 달러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역시 배상을 받지 못했다는 겁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