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행정명령

3일 백악관에서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청정전력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김현숙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주제에 대해 알아볼까요?

기자) 네,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월요일(3일) 발전소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청정전력계획을 공식 발표했죠? 그러자 미국 대선후보들이 즉각적인 반응으로 보였는데요. 우선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계획을 극찬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이 계획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죠. 반면 공화당 대선 후보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계획을 앞다퉈 비판했는데요.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기후변화 계획은 대통령이 행정명령권한을 남용하는 전형적인 사례라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의 청정전력계획이 대통령 행정명령이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자, 과연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계획이 정말 대통령 행정명령의 남용일까요? 그 대답을 알기 위해선 행정명령이 뭔지를 알아야겠죠? 오늘의 주제는 바로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입니다.

진행자) 대통령 행정명령, 미국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인데요. 우선 정의부터 알아보고 가죠.

기자) 네, 대통령 행정명령은 영어로 Executive Order라고 하는데요. 연방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연방 기관과 기관의 장 그리고 연방공무원들에게 시달하는 명령으로 미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입니다. 행정명령은 해당 대통령의 임기 내에는 유효하지만 차기 대통령이 이를 취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회에서 통과된 법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죠.

진행자) 행정명령의 역사가 무척 오래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 대통령 때부터 행정명령을 발동했는데요. 초기엔 해당 기관만 볼 수 있게 돼 있고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1900년대 초부터 미 국무부가 행정명령에 번호를 매겨서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는데요. 현재까지 기록상에 남아 있는 행정명령만 1만3천 건이 넘고요. 또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인터넷에서 백악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누구나 읽어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앞서 행정명령은 미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이라고 했는데 사실 미 헌법에 행정명령에 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헌법에 ‘대통령이 행정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명시한 조항은 없습니다. 하지만 헌법 제2조에 보면 ‘대통령에게 행정 권한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있는데요. 바로 이 내용이 행정명령의 근거가 되는 겁니다. 행정명령은 또 일반 법과 마찬가지로 법적으로 구속력도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에 법이 따로 있는데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별도로 발동하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미국에선 새로운 법을 만들거나, 법을 고치고 싶어도 대통령 혼자의 힘으로는 안 됩니다. 미국의 법은 연방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요. 행정명령은 대통령이 자신의 뜻에 반대하는 의회를 거치지 않고 뜻을 실행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정명령은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명령을 내리는 즉시 효력이 발휘되죠.

진행자) 그럼 의회는 대통령이 내린 행정명령을 막지 못하는 건가요?

기자) 막을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만약 의회가 행정명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기존의 법을 개정하거나 아니면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어떤 식으로 시행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설명한 안을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이런 의회에 제안을 거부할 수 있는 거부권이 있죠. 의회가 이 대통령의 거부권을 기각하려면 3분의 2 이상의 지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행정명령을 막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의회는 행정명령에 반대하기 위해 해당 명령을 집행하기 위한 재정 지원을 축소해버리기도 합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행정명령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주로 행정명령 내용이 헌법에 위배된다거나 대통령의 권력 남용이라는 이유로 법정에 올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당시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철강노동자들의 분규를 해결하기 위해 제철소를 압류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립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연방대법원은 대통령이 사기업인 제철소들을 압류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을 내리게 되죠. 이 판결은 행정권을 제한한 획기적인 판례로 남아 있는데요. 하지만 이 사건을 제외하고 대법원은 거의 대부분의 행정명령을 합법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진행자) 의회가 모든 행정명령에 대해 반발하거나 소송을 하는 건 아니라고요?

기자) 네, 의회는 외교나 국방 또는 해외 협상 등에 관한 행정명령에 대해선 수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냐하면, 미국의 대통령은 나라의 최고 군 총수권자이자 외교 수장이기 때문인데요. 또 관련 권한을 헌법이 강력하게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 보니 외교나 국방 관련 행정명령은 대통령의 재량에 맡기는 편이고요 또 국가 안보와 관련된 내용이라면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Sting///

진행자) 미국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미국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주요 정책 중에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탄생한 것들이 많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미국의 역사에 있어 가장 큰 사건으로 기록되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노예 해방령도 행정명령이었습니다. 그리고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미 군부대 내 흑인과 백인의 인종차별을 철폐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죠.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내려 흑백 통합 학교 정책을 밀어붙였고요.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거주와 취업에서 인종 차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낙태를 위해 연방 기금을 사용하는 걸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는데요. 이후 빌 클린턴 대통령은 취임한 뒤에 이 낙태지원 금지 행정명령을 철회했습니다.

진행자) 당시 클린턴 대통령이 이 행정명령을 철회하면서 종교계와 보수단체로부터 비난을 받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사실 클린턴 대통령은 재임 동안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 의원들과 상의 없이 행정명령을 남용한다는 비판을 많이 들었는데요. 빌 클린턴 대통령은 8년간의 재임 기간 동안 3백 64건의 행정명령을 발동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클린턴 대통령이 그럼 역사상 가장 많은 행정명령을 발동한 대통령인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가장 많은 행정명령을 내린 대통령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인데요. 3천 7백 건이 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존 애덤스 대통령 같은 초기 대통령은 재임 중 단 1건의 행정명령만 내렸고요.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8번 발동했습니다. 사실 1천 건이 넘는 행정명령을 내린 대통령도 3명이나 있지만,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재임 시절 그러니까 60년대 이후로는 대부분 많아도 4백 건을 넘지 않는데요. 오바마 대통령 전임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백91 건이었습니다.

진행자) 그럼 바락 오바마 대통령은 어떻습니까?

기자) 2008년 이후 지난 월요일(3일)에 내린 행정명령까지 모두 더해 총 2백 개가 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습니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 중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내린 이민개혁 행정명령인데요. 이민개혁안이 의회에서 진전을 보이지 않자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5백만 명의 불법 이민자에 대한 추방을 유예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발동했죠. 하지만 일부 주의 반발에 부딪혀 행정명령이 시행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여전히 법적 공방이 오가고 있고요. 또 월요일에 발표한 기후변화 관련 행정명령도 일부 주가 반발하면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내린 행정명령 중에 북한과 관련한 행정명령도 있겠죠?

기자) 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을 특정해 제재를 가한 행정명령 4건을 발동했는데요. 2008년과 2010년, 2011년에 내린 이들 행정명령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 금지와 북한과 관련된 불법행위에 대해 개인과 단체들을 제재대상으로 삼고 있고요. 올해 1월 2일엔 소니 영화사에 대한 북한의 해킹 사건과 관련해 추가 대북 제재를 담은 새 행정명령을 승인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대통령 행정명령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김현숙 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