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군, 비무장지대 대북 확성기 방송 11년 만에 재개

한국 군 당국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전방지역에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A급)를 발령하는 등 대비태세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국방부가 11일 공개한 대북 확성기.

한국 군 당국이 북한의 비무장지대 지뢰 도발 사건에 맞서 어제 (10일) 확성기를 이용한 대북방송을 재개했습니다. 한국 합참이 발표한 대북 경고성명에 따른 조치로 확성기 방송 재개는 11년 만입니다.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방부는 지난 10일 오후 북한의 불법적 지뢰 매설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우선 비무장지대 일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습니다.

국방부는 이 같은 조치가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해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며 한국 군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확고한 군사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재개되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 군의 목함지뢰 폭발 사건이 발생한 서부전선 1사단 지역 2 곳에서 우선 실시되며 매일 오후 5시 이후 불규칙적으로 방송을 내보냅니다.

구체적인 방송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북한을 비방하는 내용보다는 한국 체제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이번 지뢰 도발 사건의 불법성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한국 군의 대북 심리전 요소 가운데 확성기 방송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주체사상과 우상화 교육 등으로 `세상물정 모르고' 갓 입대한 병사들에게 전달되는 확성기 방송의 외부세계 뉴스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로 받아들여진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외부 세계의 소식을 매일 최전선 북한 군 부대와 마을을 대상으로 전파하는 확성기 방송은 한국 군의 대표적인 심리전 수단으로 평가돼 왔습니다.

비무장지대 지역에 설치된 확성기는 출력을 최대화 할 경우 야간에는 약 24km, 주간에는 약 10km 거리에서 방송 내용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 당국자는 비무장지대 확성기 방송이 11년 만에 재개되는 것은 북한이 이번 도발의 책임을 통감하고 대가를 치르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북한이 조준타격 등 도발을 감행하면 가차없이 자위권 차원에서 응징하겠으며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군사 대비태세를 강화한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군은 확성기 설치 지역에 폐쇄회로 텔레비전과 적외선 감시장비가 장착된 무인정찰기, 토우 대전차 미사일, 그리고 대포병 탐지 레이더 등을 보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군은 비무장지대에 설치된 방송용 확성기를 지난 2004년 6월 남북 장성급회담 합의에 따라 철거한 뒤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에 따른 ‘5.24 제재 조치’의 일부로 군사분계선 지역 11곳에 재설치했지만 실제 방송은 유보했습니다.

당시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만류와 함께 북한이 장성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의 통지문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의 중대포고 등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의 재개에 반발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비무장지대 확성기 방송이 2004년 합의에 위배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천안함 폭침으로 합의는 사실상 깨졌고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기 전에는 이 합의를 준수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