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주년 광복절 특사 221만명...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한글 장례식' 열려

김현웅 한국 법무부 장관이 1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광복 70주년 특별 사면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는 ‘서울통신’, 오늘도 VOA 도성민 기자 연결돼 있습니다.

진행자) 광복 70주년을 이틀 앞둔 오늘 예고대로 대대적인 특별사면이 단행됐군요?

기자) 대기업 총수 등 경제인 10여명을 포함해 경제인 6500명이 사면되거나 감형 혜택을 받았고, 500여명의 모범수는 가석방됐으며 서민생계형 관찰대상자 등 3650명, 상습음주로 인한 면허취소자를 제외한 행정제재 대상자 등 총 221만 7751명에 대한 제재를 면제해주는 특별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이번 특사 및 행정제재 감면 규모는 한국의 역대 6번째로 큰 규모인데요. 광복 70주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국민적인 공감을 기준으로 사면 범위를 정했다고 한국 법무부 장관이 발표했습니다.

[녹취: 김현웅, 한국 법무부장관] “ 정부는 이번 광복 70주년 대규모 특별사면을 통해 우리 경제에 활력이 제고 되고, 다시 한번 세계 속의 대한민국으로 웅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진행자) 보통 이런 특별사면에는 정치인들이 다수 포함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철저하게 제외됐다고 하더군요? 어떤 이유입니까?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평소 엄격한 기준과 원칙이 적용됐다는 분석입니다. 사면권은 사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기도 한데요. 국민적 공감대에 맞춰 제한적으로 행사하겠다고 공언해 왔었는데, 이번 특별사면에 엄격하게 적용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박대통령은 그 동안 ‘성완종 파문’과 총리 낙마 등 측근의 구설 연루와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었는데요. 최근 불거진 재벌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도 경제인들에 대한 사면을 최소화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인들에 대한 사면을 넓혀 경제활성화를 도울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는데요. 재벌경제인 등 사회지도층의 사면 폭은 줄어든 대신 중소기업인이나 서민에 대한 사면에 더 크게 적용됐다는 것이 이번 8.15 특별사면의 특징인데요. 광복절 특사에 대한 사면과 제재 감면은 14일 0시를 기해 실행됩니다.

진행자) 서울통신 함께 하고 있습니다. 햐토야마 전 일본 총리의 한국에서의 행보가 화제가 되고 있군요.

기자)광복 70주년 기념 ‘2015 동아시아평화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총리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입니다. 어제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방문해 일제강점기 일본이 자행한 고문 등을 사과를 했고, 오늘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공동체 창설을 제안했습니다. 하토야마 전 총리의 한국에서의 행보는 최근 아베신조 일본 정부가 일관해 온 일본군위안부피해자와 강제징용피해자 문제에 대한 대응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진행자)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 대표적인 친한파 인물이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부인과 함께 한국 문화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대표적인 친한파 정치인으로 지난 2009년~2010년 일본의 제 93대 총리를 역임했었습니다. 어제 방한 첫 일정으로 방문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의 행보는 한국 언론뿐 정치계, 또 중국 언론도 관심을 가지고 기사를 타전하기도 했는데요. 일제강점기 ‘경성감옥’으로 불렸던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도 대표적인 항일독립운동가인 유관순 열사의 옥사 앞에 헌화했고, 165명의 순국선열들을 기리는 추모비 앞에 무릎을 꿇고 합장을 하며 머리를 숙였고 큰 절을 했습니다.

[녹취: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 많은 한국인들의 목숨까지 빼앗았다는 사실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죄의 마음을 먼저 바치고 싶습니다”

진행자) “많은 한국인들의 목숨을 빼앗았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죄의 마음을 먼저 바치고 싶다”는 말이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8.15 담화에는 “일본이 반성하고 사죄하는 마음이 당연히 담겨 있어야 한다”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중국이 환구시보는 어제 하토야마 총리의 모습에 찬사를 보내며 ‘일본의 가장 존엄한 순간’이라고 찬사를 보냈습니다.

진행자) 오늘도 아베 신조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를 생각케 하는 발언을 했더군요?

기자) 서울시와 경기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동아시아평화국제회의’에서의 발언입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의 편협한 민족주의를 억제하려면 우애의 이념에 근거한 지역적 기관을 창설해 서로 이해를 위한 장을 공유해야 한다”면서 ‘동아시아 공동체와 ‘동아시아의회’ 안보 관련 ‘동아시아평화회의’등의 창설을 주장하며 평화선언을 했는데요. 또 아베신조 총리의 기조와는 다른 무랴아마 담화와 고노담화를 언급하면서 ‘상처입은 나라의 국민들이 그만두어도 좋다’고 할 때까지 마음의 표현을 해야 한다’ ‘진정한 애국심은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눈 감지 않고 잘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용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서울통신, 오늘 마지막 뉴스는 서울에서 한글 장례식이 열렸다는 소식이네요. ‘한글 장례식’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기자) ‘한글교과서가 죽게 됐다’는 의미로 한글 관련 50여개 단체가 모여 교육당국에 항의하는 항의성 집회입니다. 초등학교 교과서 표지를 영정으로 만들고, 삼베 상복에 굴건을 쓰고 흰 치마저고리 차림으로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등 광화문 일대를 차례로 돌며 목숨처럼 아껴온 한글이 이제 죽게 됐다고 호소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왜 한글이 죽게 됐다는 것이지요?

기자) 지난 주 한국 교육당국이 2018년도 초등학교 교과서를 시작으로 한자를 함께 표기하는 한자병기 교육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한자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해독능력이 떨어지고, 한자어가 대부분인 한국사람들의 언어생활에 한자공부는 떼 놓을 수 없다는 것이 교육과정을 바꾸게 되는 이유라는 설명인데요. 이에 반대하는 한글관련 단체들이 정부의 정책을 한글 교과서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간주하고 한글학자 주시경 선생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화문 세종대왕동상 앞에서 노제를 진행하는 등 항의를 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제가 어렸을때는 교과서도 신문도 한자를 혼용해서썼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 완전히 한글화 되어 있는 교과서를 다시 예전처럼 돌리겠다는 정책인가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1970년대부터 한국 학교 교과서는 완전히 한글 전용으로 만들어져 왔습니다. 그 동안 한글로 된 교과서 만으로도 15살 기준 학생들의 독해력은 세계 1~2위 수준에 올라있고, 옛날처럼 한자를 많이 쓰지 않고, 한자 혼용이오랫동안 이어졌던 신문과 대학논문도 한글을 쓰고 있는 마당에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는 것이 한글 관련 단체의 입장인데요. 교육부의 9월 안으로 이 부분에 대한 개정안을 확정하겠다고 발표하자 초등교사의 66%가 한자병기에 반대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고, 어제는 교사 1000명이 초등교과서의 한자 병기를 반대한다는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한자 병기를 반대하는 쪽의 주장을 조금 더 자세하게 들어보지요.

기자) 가장 우선적인 것은 한자를 혼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 진행되고 있는 학교 교육에 한자병기를 밀어붙이려 한다는 겁니다. 또 다른 부분은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면 익숙치 않은 한자 공부를 위해 한자 사교육이 크게 늘어 학생들에게 부담이 더해지는 것이라는 것이구요. 무엇보다 한글에 한자를 넣어야 한다는 것은 민족의 정체성과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한자병기 정책을 반대한다는 쪽의 목소리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서울통신, 도성민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