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남북한 고위급 접촉을 통해 심각한 군사적 대치 상태를 일단 해소했지만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청와대는 이산가족 상봉 등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청와대는 27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열고 추석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 추진 방안과 일정을 당면과제로 협의했습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설명회에서 이번 회의에서는 최근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결과를 평가하고 앞으로 후속 조치의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습니다.
민 대변인은 이어 한국 정부는 후속 조치를 우선순위에 따라 차분하게 추진하기로 했으며 특히 추석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의 추진 방안과 일정을 당면과제로 협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남북 고위급 접촉 이후 여론의 관심이 후속 남북회담과 5.24 제재 조치 등의 의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지만 차분하게 남북관계를 관리해 나가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됩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런 입장을 반영해 남북 간 합의사항 가운데 당장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 할 일이 한 두 개가 아니며 하나하나 풀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청와대가 이산가족 상봉을 우선과제로 보는 것은 이산가족들이 고령이라는 점과 함께 남북 간 6개 합의사항 가운데 군사적 긴장 완화 관련 내용 외에 이산가족 상봉 추진이 가장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큰 합의사항이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도 합의대로 이행될지는 실제 상봉 행사가 열리기 전까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입니다. 그동안 북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상봉 행사가 예정일 직전에 취소되거나 연기된 적이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한이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일을 계기로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돼 이를 계기로 남북 간 대치국면이 다시 조성되면 상봉 행사 추진이 무산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관계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첫 번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인식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기에는 아직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당국회담의 형식과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앞서 가는 것이라는 지적도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설명회에서 남북 간 협상은 앞으로도 계속되니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청와대 내부 기류가 있다면서, 남북 간 협상은 끝난 게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민 대변인은 또 27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서는 5.24 제재 조치와 금강산 관광 문제 등에 대해선 논의되지 않았으며 이 같은 사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기본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