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김현숙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주제에 대해 알아볼까요?
기자) 네, 북한에서는 정구라고 하는 테니스 관련 소식에 지금 미국이 한껏 들떠있습니다. 지난 월요일(31일) 유명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US 오픈 대회가 개막했습니다. US 오픈은 남자 단식, 여자 단식, 남자 복식, 여자 복식, 혼합 복식, 주니어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되는데요. 가장 인기 있는 경기는 남자단식 결승전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12일 열리는 여자단식 결승전 입장권이 남자단식 결승보다 먼저 매진됐는데요. US오픈 테니스대회 조직위원회는 지금까지 여자단식 결승전 입장권이 남자단식보다 먼저 매진된 경우는 올해가 처음일 거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렇게 여자단식 경기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바로 미국 출신의 세레나 윌리엄스 선수가 US 오픈 우승을 통한 그랜드슬램을 노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오늘은 이 ‘그랜드슬램’이 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스포츠 뉴스를 듣다 보면 이 ‘그랜드슬램’이라는 표현이 종종 등장하거든요? 그랜드슬램 뜻이 뭡니까?
기자) 그랜드슬램은 중요한 스포츠 행사나 시합에서 모두 우승하는 걸 가리키는 말인데요. 보통 테니스와 골프에서 1년 동안 4개 주요 대회를 석권하는 것을 그랜드슬램이라고 합니다. 테니스의 4대 주요대회는 남녀 모두 국제테니스연맹(ITF:International Tennis Federation)이 관장하는 호주 오픈 테니스 선수권대회, 프랑스 오픈 테니스 선수권대회, 윔블던 테니스대회, US 오픈 테니스 선수권대회를 말합니다.
진행자) 그랜드슬램이라는 표현은 카드게임에서 유래됐다고 하더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원래 그랜드슬램(grand slam)이란 말은 휘스트(whist) 라는 카드 게임에서 온 말인데요. 19세기 초반 사람들은 이 휘스트 게임에서 13개의 패를 전부 따내면 그랜드슬램 즉 압승이라는 표현을 썼고, 13개 패에서 1개가 모자라면 스몰 슬램, 리틀 슬램이라고 했죠. 이 휘스트 게임이 이후 컨트랙트 브리지게임으로 발전하면서 그랜드슬램이라는 표현이 계속 사용됐는데요. 1930년대 콘트랙트 브리지 게임 선수이자 ‘뉴욕타임즈’ 신문의 칼럼니스트인 존 키어런이 테니스를 브리지경기에 비유하면서 그랜드슬램이라는 표현을 처음 썼고요. 이후 테니스에서 이 그랜드슬램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그랜드슬램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 해에 4개 주요 대회에서 모두 우승할 경우엔 캘린더 그랜드슬램(Calendar Year Grand Slam)이라고 하고요. 두 해에 걸쳐 4개 대회에서 차례로 우승하는 경우는 넌캘린더 그랜드슬램(Non-calendar Year Grand Slam)이라고 합니다. 기간에 상관없이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4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경우는 커리어 그랜드슬램(Career Grand Slam)이라고 하고요. 한 해에 주요 4개 대회 우승에 더해 하계 올림픽 테니스 종목에서 금메달까지 획득하는 경우는 골든슬램(Golden Slam)이라고 부릅니다.
진행자) 테니스에서 캘린더 그랜드슬램 그러니까 한 해에 4개 대회를 석권한 선수는 많지 않죠?
기자) 그렇습니다. 남녀 선수를 통 털어도 지금까지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는 5명밖에 안 됩니다. 남자의 경우 미국의 돈 벗지 선수가 1938년 테니스 사상 처음으로 그랜드슬램을 석권했고요. 이후 호주의 로드 레이버 선수가 1962년과 1969년 2차례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를 내지 못하고 있죠.
진행자) 여자 선수들은 어떻습니까?
기자) 여자부에서는 미국의 모린 코널리 선수가 1953년에, 호주의 마가렛 코트 선수가 1970년에, 그리고 1988년에 독일의 슈테피 그라프 선수가 4개 대회를 모두 석권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만약 세레나 윌리엄스 선수가 그랜드슬램 달성에 성공하면 27년 만에 그랜드슬램 선수가 탄생하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의 관심이 이렇게 쏠리는 겁니다. 지난 1988년 독일의 슈테티 그라프 선수가 18년 만에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을 때도 스포츠계에 아주 큰 뉴스거리였는데요. 그라프 선수가 그랜드슬램을 확정한 1988년 US 오픈 여자단식 결승전 상황을 잠시 들어보시죠.
진행자) 슈테피 그라프 선수는 당시 19살의 나이에 그랜드슬램을 달성해서 화제를 모았고요. 같은 해 한국에서 열린 88서울올림픽경기대회에서 여자단식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골든슬램을 이뤘죠. 만약 세레나 윌리엄스 선수가 월요일 막을 올린 US 오픈에서도 우승한다면 주요대회 우승 횟수에서도 그라프 선수와 22회로 동률을 이루게 됩니다. 여자 테니스 역대 주요대회 최다 우승자는 호주의 마거릿 코트 선수로 총 24회 우승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그랜드슬램’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랜드슬램이라는 용어가 테니스 말고 골프에서도 사용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골프에서도 그랜드슬램은 한 해에 열리는 4개 주요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테니스와 달리 골프는 주요 4개 대회가 성별에 따라 다릅니다.
진행자) 그럼 그랜드슬램에 어떤 대회들이 포함되나요?
기자) 남자 주요대회는 마스터즈, US오픈, 브리티시오픈, 그리고 미국 PGA선수권대회가 포함되고요. 여자 메이저대회는 나비스코 선수권대회, 미국 LPGA선수권대회, US여자오픈 그리고 브리티시여자오픈 이렇게 4경기가 포함됩니다.
진행자) 골프에서도 한 해에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고 하죠?
기자) 맞습니다. 골프에서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사례는 남녀를 통틀어 지금까지 딱 한 번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의 4대 주요대회 체제가 확립되기 전인 1930년, 미국의 바비 존스 선수가 당시 4대 메이저 대회였던 US아마추어, US오픈, 브리티시오픈, 브리티시아마추어 선수권을 우승하면서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었죠. 하지만 1934년 마스터스 대회가 창설된 이후 지금까지 한 해에 4대 메이저를 휩쓴 선수는 아직 아무도 없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캘린더 그랜드슬램은 아니지만, 최근 한국의 여자 골프 선수가 주요 4개 대회를 석권해 화제가 되지 않았나요?
기자) 맞습니다. 한국의 박인비 선수가 지난달 2일, 브리티시오픈 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기록을 수립했습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앞서 설명해 드렸듯이 선수 생활 중에 4개 주요 대회를 석권하는 걸 말하는데요. 박인비 선수는 미국 여자프로골프 LPGA 통산 7번째이자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겁니다.
진행자) 그랜드슬램, 특히 한 해에 주요대회를 석권하는 캘린더 그랜드슬램은 이루기 어려운 목표인 만큼 선수들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영예가 될 것 같네요.
기자) 맞습니다. 사실 테니스도 그렇고 골프도 그렇고요. 주요 대회들의 상금과 점수는 일반 대회와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따라서 캘린더 그랜드슬램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죠. 하지만 그랜드슬램을 기록하는 선수의 이름은 역사에 길이 남을 수 있고 또한 엄청난 부를 누릴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주요 대회의 상금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겠죠?
기자) 맞습니다. 박인비 선수가 브리티시오픈대회에서 받은 우승상금이 45만 달러라고 하는데요. 주요 대회들의 우승을 휩쓸었으니 총 상금액은 엄청나겠죠? 현재 US 오픈 테니스 경기에 출전 중인 세레나 윌리엄스 선수의 경우 바로 전 대회인 영국 윔블던 테니스대회에서 받은 우승 상금이 무려 약 2백70만 달러였습니다. 이번 US 오픈에서 만약 또 우승하게 된다면 세레나 윌리엄스 선수가 올 그랜드슬램을 이루면서 받은 우승상금은 약 1천2백만 달러에 이르게 됩니다.
진행자)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그랜드슬램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김현숙 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