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북한 핵실험, 장거리 로켓 발사 예단 일러"

한민구 한국 국방장관이 지난 10일 서울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 등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엄중히 경고하면서도 북한이 실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맞아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VOA에 북한의 도발 행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또 북한이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국 정부 당국자는 원론적인 수준의 얘기로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발표만으로는 북한의 향후 행보를 예단하기 어렵다며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특히 장거리 로켓 발사의 경우 북한이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데다 과거와 비교해 발표의 형식과 주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실제 발사 여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은 지난 2009년 4월 ‘광명성 2호'를 발사할 당시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를 통해 하루 전날 위성 발사 계획을 밝혔습니다.

2012년 4월 김일성 주석 생일 100주년을 맞아 ‘광명성 3호'를 발사했을 때도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를 통해 한 달 전에 구체적인 발사 장소와 시기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가 아닌 국가우주개발국 국장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다소 모호하게 발사 계획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현재로선 북한의 입장이 확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판단입니다.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신중한 태도에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등 추가 도발을 준비하는 구체적인 징후가 아직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입니다.

[녹취: 한민구 한국 국방장관]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쏠 수 있다는 예상을 국내 또는 국외에서 하고 있지만 현재 그런 징후를 포착한 것은 없습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로켓 발사와 핵실험 카드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은 정세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함으로써 미국과 한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도발을 위한 명분쌓기용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실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거나 나아가 추가 핵실험까지 감행할 경우 모처럼 마련된 남북대화 분위기는 또 다시 얼어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다음달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물론 지난달 25일 남북이 합의한 당국 간 회담과 민간 교류협력 역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경우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채택으로 이어지고 이에 북한이 반발해 4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그럴 경우 한반도 안보의 불안정성은 물론 최근 어렵게 합의된 이산가족 상봉도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 정부는 일단 북한의 행보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당면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차질 없이 준비한다는 방침입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다음달 20일부터 시작되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것이라며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경우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를 위반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상황은 그 때 가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