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는 ‘서울통신’, 오늘도 VOA 도성민 기자 연결돼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 고속도로에 정체가 시작됐군요? 본격적인 추석연휴에 들어간 것이죠?
기자) 공식적인 추석연휴는 내일부터 29일 화요일까지이지만 연휴를 맞이하는 움직임은 오늘 오전부터 시작됐습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가 예상하고 있는 이동인구는 오늘 하루만 581만 명, 내일은 621만 명,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29일까지 총 3천199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 시각 한국 고속도로의 풍경은 빨간 정차등이 들어와 있는 자동차의 행렬이겠군요?
기자) 서울에서 지역 도시로 내려가는 자동차의 뒷모습은 빨간 불빛으로, 서울로 올라오는 역귀성 차량은 전조등이 환하게 켜져 있습니다. 고속버스 등 승합차만 다닐 수 있는 버스 전용 차로는 쌩쌩 달려나가지만, 일반 차량은 내일까지도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설레면서도 힘든 운전 길이 예상되는데요. 평소 2시간 하고 조금 더 걸리는 서울-대전 거리는 4시간 20분 정도로, 서울-부산 간 거리도 7시간30분 정도로 2시간 정도 더 길어진다는 분석이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인천국제공항도 명절의 분위기가 가득하다면서요?
기자) 오늘 하루만 7만 8천 여명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이 시각에도 출입국 수속을 하고 있는 여행객들이 인천공항에 가득한 상태인데요. 추석연휴에 비상근무를 하고 있는 인천공항공사가 추산하고 있는 연휴기간 이용객은 70만3천여명, 인천공항이 문을 연 2001년 3월 이후 사상최대 인파를 기록했습니다.
기자) 연휴기간 예상하고 있는 해외여행객의 10% 정도가 오늘 하루 비행기를 탄 셈이군요?
진행자) 그렇습니다. 하루 평균 14만 여명이 인천공항을 빠져나간다는 계산이 되니까 내일과 모레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인천공항에 몰린다는 예상이 나옵니다. 추석 등 명절이 낀 긴연휴를 해외여행을 나설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올 추석 인천공항 이용객은 지난해 추석보다 16.7% 더 늘어났다고 합니다. 여행객들을 실어 나를 비행기도 더 필요한데요. 추석연휴기간 활주로를 오르내릴 비행기는 지난해 추석보다 6% 늘어난 3900여회라고 합니다. 명절에 길 떠나는 사람들과 명절이어서 더 바빠진 사람들. 추석 명절 연휴를 시작하는 오늘 한국의 모습입니다.
진행자) 추석 차례상 얘기도 나눠볼까요? 조율이시ㆍ 홍동백서ㆍ 좌포우혜, 추석 차례상을 올리는 댁에서는 오늘 내일이 가장 바쁘겠군요?
진행자)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정에서도 명절에 모일 가족과 친지들에게 내어 놓은 음식준비에 바쁜 날이구요. 예전 같이 격식을 따지지 않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차례상 하면 갖추어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장도 봐야 하고 음식도 만들어야 하고, 손님도 맞아야 하고… 주부들이 쉴 틈이 없는 때인데요. 명절마다 장을 보러 나가보면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이 한국산 먹거리를 장바구니에 담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올 추석에도 수입산으로 마련된 차례상이 대부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차례상도 국제화가 되는군요? 한국산 물품들이 부족한가요? 왜 그렇습니까?
진행자) 채소에 과일, 수산물에 축산물까지 수입산이 물건들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수량이 많기도 하지만 한국산보다 값이 싼 가격공세에 주부들의 망설임이 많아지는 것인데요. 고사리, 도라지 등 중국산 나물은 한국산보다 최대 70% 정도가 싸고, 산적에 탕에 들어갈 쇠고기는 호주산이 한국산보다 50%정도 더 싸기 때문에 한국산을 사고 싶지만 장바구니 경제를 생각해서 수입산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물건이 수입된 것인지 아닌지 금방 알 수가 있습니까?
기자) 한국에서는 법으로 상품의 원산지를 표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한국에서 생산된 것은 국내산으로, 외국에서 들여온 것은 나라 이름을 표기해 놓아야 하는데요. 정육점, 어전, 야채 가게 등 백화점, 마트, 시장 식당 어디에 가도 눈에 띄는 곳에 원산지를 알 수 있도록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저희 집도 마찬가지인데요. 중국산 조기에 러시아산 명태살과 황태포가 한국 차례상에 올라가는 것, 요즘 명절 차례상에는 익숙해진 풍경이 된 것 같습니다.
진행자) 오늘 서울통신의 마지막 소식으로 들어보겠습니다. 1980년 5월 18일에 일어난 5.18 민주화운동을 ‘북한군의 소행’으로 주장한 인터넷 언론매체에 대해 발행금지 결정이 내려졌다는 소식이 있군요?
기자) 5.18 민주화운동을 악의적으로 왜곡ㆍ폄훼하고 있다는 한국 법원의 판단입니다. 광주지방법원은 오늘 5.18기념재단과 유족회와 부상자회 등 5.18 관련 단체가 비정기적인 간행물을 내고 있는 인터넷매체 ‘뉴스타운’ 에 대해 낸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진행자) 이 매체가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어떤 내용을 담았습니까?
기자) 평소 극단적인 우파 성향을 보이고 있는 ‘지만원’이라는 활동가의 주장을 그대로 인터넷 기사로 옮겨 실었습니다. 지만원씨는 평소 1980년 광주에는 민주화 운동이 없었고, 광주시민들이 북한에서 내려온 특수군과 함께 한국 정부에 대항한 것이라는 주장을 해 왔었는데요. 지난 7월에 발행해 전국 주요 지역에서 배포한 인쇄물에 지만원씨의 주장을 그대로 실어낸 것입니다. ‘1980년 5월 민주화 운동 당시 북한특수군 80여명이 활동했었다’ ‘주체사상의 이론적 창설자인 고(故)황장엽씨가 그 상황을 직접 지휘했었다’ ‘5.18 당시 광주시민들과 시민군으로 주장하는 사람들은 북한군 핵심간부다’ 라며 북한의 주요인사들의 사진과 비교해 놓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당시 5.18이 광주시민들의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북한 특수군이 침투해 광주시민들을 선동한 반정부시위였다’ 는 내용이 인쇄물로 대량 유포가 된 것이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 이후 광주시 관계자들과 원로단체, 시민사회 단체, 학계와 종교계 대표들이 모여 지만원씨와 인터넷 매체에 대해 법적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는데요. 오늘 매체에 대한 고소 건에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광주지방법원 재판부는 근거 없이 광주시민군을 북한군이라고 제시한 것은 5.18을 비하하려는 행위라며 5.18 관련자들의 인격을 침해하는 명예훼손 행위라고 판단했구요. 법률과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농락한 범죄라는 판결을 받은 이 매체는 앞으로 인쇄물을 발행할 수 없게 됐습니다. 또 앞으로 다른 사람이 이러한 법원의 결정을 어길 경우 1회에 200만원을 5월 단체에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통신, 도성민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