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대통령 선출을 위한 유세가 시작된 가운데 워싱턴에서는 차기 정부의 대북 정책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차기 행정부가 북한 주민과의 접촉의 폭을 늘리라고 주문했는데요.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말에 접어든 가운데 워싱턴에서는 차기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25일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산하 한미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맨스필드재단의 프랭크 자누지 대표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실패라고 지적했습니다.
자누지 대표는 지금까지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대통령들이 북 핵 문제를 정면돌파 하려고 한 것이 실수였다고 말했습니다. 경제, 인권, 남북관계 등의 문제를 모두 뒷전으로 미루고 핵 문제에만 매달리다 보니, 북한 측에 핵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줬다는 것입니다.
자누지 대표는 따라서 향후 미국 정부는 북한 핵 문제를 측면에서 공략(flank attack)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녹취: 자누지 대표]A flank attack on North Korea’s nuclear program would involve both potentially..
자누지 대표는 “북 핵 문제의 측면 공략 전략은 표적 제재를 늘려서 핵 무기 보유에 따른 비용을 높이는 한편, 핵을 포기할 경우 취할 수 있는 혜택들을 극적으로 강조해서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같이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북한의 여러 다른 이익집단들을 접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획일화된 사회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며 “과학, 산업, 당, 군, 외무부, 무역부문 등 다양한 이익집단들이 있고 이들에게 핵을 포기할 경우 혜택이 상당히 크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자누지 대표] It seems to me the best US approach is one that makes use of all of US power..
자누지 대표는 “미국의 가장 좋은 대북 정책은 미국의 모든 가용한 힘을 다 동원하는 것”이라며 “경제 제재에만 머물지 말고, 인도주의 지원, 인적 교류, 관광, 현장의 비정부기구들, 인권 운동가들 등 모든 스마트 파워를 동원해 북한인들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댄 블루멘탈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도 차기 미국 정부가 북한 주민들과 접촉을 늘릴 것을 제안했습니다.
보수적 성향의 블루멘탈 연구원은 자누지 대표와는 다른 이유에서 대북 교류 확대를 주장했습니다. 북한 핵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남한 주도의 통일인데, 이 통일을 대비해서 미리 북한 주민들과 교류를 늘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녹취: 블루멘탈 연구원] I would actually engage with North Korea directly when appropriate. I wouldn’t make that..
블루멘탈 연구원은 “북한과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내가 미는 최우선 정책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적절한 때 미국이 다양한 북한 사람들과 교류해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블루멘탈 연구원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최우선 정책은 북한의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에 대한 억지력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기회가 되는대로 북한 주민들과의 교류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통일된 한반도가 중국의 영향력 아래 들어가면 안 된다며, 미국은 북한과의 교류 문제에 있어 중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조셉 디트라니 전 미 국가정보국 (DNI) 산하 국가비확산센터 소장은 미국 정부가 2005년 9.19 공동성명이나 1994년 제네바 합의를 기초로 북한과 핵협상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소장은 북한이 계속해서 미사일과 핵 개발을 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미-북간 간극은 더 커졌고, 오판의 위험도 한층 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관련국들이 최고위급에서 북한과의 협상에 진지하게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