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는 ‘서울통신’, 오늘도 VOA 도성민 기자 연결돼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한국의 한글날이군요?
기 자) 북한에서는 조선글자라고 부르는 ‘한글’ 오늘은 제569돌 한글날입니다. 오전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글날경축식이 열렸고, 오후에는 서울광장에서 훈민정음 반포식이 재현됐고, 훈민정음 해례본 복간본을 봉헌하는 행사가 열렸고, 청와대 인근인 청운효자동과 사직동에서는 세종대왕 어가행렬 재현 행사가 이어졌습니다. 또 지난해 개관한 서울 용산에 자리한 한글박물관에서도 한글의 우수성을 조명하는 다양한 행사를 열렸습니다. 황교안 국무총리의 한글날 경축사 목소리 잠시 들어보시죠.
[녹취: 황교안, 한국 국무총리] “ 한글을 우리 겨레를 하나로 묶어주고 문화민족으로 우뚝 서게 해준 우리 모두의 자랑입니다. 한글은 그 창제 원리와 이유를 밝힌 훈민정음 해례본이 유네스코에 등재 되어 있는 인류의 위대한 문화유산입니다. ”
진행자) 한민족의 문자 ‘한글 탄생’을 축하하는 분위기가 가득했겠군요?
기 자) 그렇습니다. 지난 2013년부터 한글날이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한글날 행사가 더 풍성해졌습니다. 이전에도 한글날이 국경일이기는 했지만 휴일이 아니어서 국가주관 경축식을 하고, 한글 관련 단체에서 행사를 하는 정도였는데요. ‘한글’이야 말로 한국 사람들이 기념하고 축하해야 할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라는 의미가 다시 부각돼 22년 만에 공휴일로 재지정이 된 것입니다.
진행자) 북한의 ‘조선글자’와 한국의 ‘한글’. 부르는 이름도 다르지만 기념하는 날도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왜 10월 9일을 한글날로 기념하는지 그 이유도 잠시 살펴볼까요?
기 자) 한국의 한글날은 ‘한글’의 알파벳 격인 자음과 모음체계로 되어 있는 ‘훈민정음’ 반포일을 기념하고 있고, 북한은 한글 창제에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훈민정음이 창제일인 1443년을 기준으로 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훈민정음을 완성한 뒤 검토와 연구를 한 뒤 백성에게 공식적으로 알린 1446년 음력 9월 29일(양력 10월9일) 훈민정음 반포일을 기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월 15일 ‘조선글날’에도 ‘조선글은 인민이 과학적인 글자를 만들었다’고 강조하고 있는 북한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문자가 없어 중국 한자를 빌어 쓰고 있던 당시 글 모르는 백성들을 위해 새로운 문자인 ‘한글’을 학자들과 연구해 낸 세종대왕의 업적을 대대적으로 기리고 있는 차이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한글날을 기념해서 외국손님들이 서울을 많이 찾아왔다는 소식도 있군요?
기 자)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세종학당의 외국인들이 서울을 방문했습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서 있는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각 나라의 전통의상을 입고 찍은 사진을 볼 수 있었는데요. 지난 1995년부터 세계 54개 나라에 세워지기 시작한 ‘세종학당’은 모두 138곳이고, 외국인 4만여명이 한국의 말과 글을 배우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세종대왕상 앞에 모든 외국인손님들이 한국으로 수학여행을 온 세종학당의 학생들이었습니다.
진행자) 서울통신, 함께 하고 있습니다.한글날이 가까워지면 이런 지적들도 많이 나오는 것 같더군요? ‘한글파괴’,’ 만연하는 외래어 실태’ 같은 제목의 언론 기사들인데, 올해도 마찬가지이군요?
기 자) 한글을 세계에서도 과학적이고 창조적인 문자라고 자부심을 높이고 있는 반면에 실생활에서는 은어와 비속어, 기성세대들을 무슨 말인지 쉽게 알 수 없는 신조어와 외계어가 난무하고 있다는 지적이 올해도 이어졌습니다. 아름다운 한글을 잘 가꾸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한글날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소식인데요. 거리에 즐비한 외국어로 된 간판과 휴대전화에서 일상화된 은어들이 세종대왕을 울리고 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진행자) 세종대왕을 슬프게 하는 한글 파괴의 모습, 어떤 것입니까?
기 자) 휴대전화 SNS 문자메시지 속 한글 표현이 가장 심각한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요즘 한국의 10대들 사이에 가장 많이 쓴다는 단어가 ‘핵노잼’ ‘버카충’ ‘생선’ ‘노답’ ‘레알’ 등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일반 성인들로서는 설명을 듣지 않고서는 알 길이 없는 이런 말들이 일상화 되어 있다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핵노잼’ ‘버카충’ ... 이런 말들이 한글로 쓰여져 있는 건가요?
기 자) 그렇습니다. 읽을 수는 있는데 무슨 말인지를 모르는 상태가 됩니다. 특정 집단이나 연령대에서 쓰는 ‘은어’ 정도가 아니라 ‘외계어’라고 불릴 정도인데요. ‘핵노잼’은 ‘핵폭탄급 재미가 없다’ 는 말이고, ‘버카충’은 ‘버스카드충전’ 을 줄여서 쓰는 말이라고 합니다.’걔는 핵노잼해서 갈비야’라는 식의 표현이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일상화 되어 있습니다.
진행자) ‘핵노잼해서 갈비야’. ‘너무 재미가 없어서 갈비다’ 이런 뜻인데요? 해석이 제대로 안 된 것이죠?
기자) ‘그 친구는 너무 재미가 없어서 갈수록 비호감이다’ 그런 뜻이랍니다.
진행자) 이 정도면, 자녀와 부모 사이에 대화가 안 되는 경우도 있겠습니다.
기 자)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쓰고 있는 신조어를 일부러 배우는 엄마들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수준에 맞춰 소통하려는 ‘배려’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단어나 문장을 소리 나는 대로 적거나 애교 섞인 줄임말로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이 성인들이라면 같은 또래가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표현들은 세대간의 소통에 지장을 주는 심각한 언어파괴문제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언어생활이 계되면 맞춤법과 어휘력 수준이 낮아지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서울통신, 오늘 마지막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오늘이 한글날 공휴일이고, 내일이 토요일.. 가을 연휴를 즐기고 있는 사람이 많은 가 봅니다. ‘단풍’ 길 따라 자동차가 많이 밀린다는 소식이 있군요?
기 자) 전국 유명산에 단풍이 언제 들 것 같다는 단풍 달력 소식을 전해 드린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서 곱게 든 단풍을 자랑하는 산으로 단풍 산행을 나서는 사람들이 바삐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나뭇잎이 붉게 물들어 가는 ‘만산홍엽’의 절경을 멀리서만 보고 있기는 아쉽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때가 바로 지금인데요. 강원도 설악산을 비롯해 속리산, 월악산 남쪽에서도 해발고도가 높은 지리산 정상부근에는 새빨간 단풍이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설악산에는 오늘 3만여명이, 속리산과 월악산에는 각기 4천6백여명과 1천500여명의 등산객이 입장을 했다고 국립공원 관리소가 전했습니다. 하루 종일 주요 고속도로 정체도 이어졌습니다.
진행자) 가을이면 한국 전역이 축제장으로 변하기도 하지요?
기 자) 하늘도 높고, 날이 좋아서 여행가기가 딱 좋은 계절에는 축제도 많습니다. 먹을 거리를 즐길 것인지, 볼 것인지, 탈것을 즐길 것인지 그 목적에 따라 축제장을 선택할 수 있는데요. 입이 즐거운 여행을 하려면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열리는 축제와 경북 영주에서 열리고 있는 풍기인삼 축제,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싱싱한 전어와 대하가 가득한 충남 천수만 전어대하 축제도 있구요. 한우로 유명한 강원도 횡성과 홍성의 한우 축제에도 사람들이 북적인 연휴의 시작이었구요.
진행자) 가을의 볼거리는 역시 단풍인가요?
기 자) 억새, 국화, 코스모스도 있습니다. 은빛물결이 하늘거리는 억새꽃 장관을 보려면 강원도 정선과, 경기도 포천, 서울 마포 하늘공원, 코스모스 물결은 경기 구리한강시민공원으로, 국화향 즐기는 여행을 원한다면 전라북도 ‘익산천만송이국화축제’가 있구요. 멀리 북한지역을 생각하며 달릴 수 있는 마라톤대회는 오늘 경기도 파주 임진각 일대에서 열렸고, 내일은 민통선 안을 자전거로 달리는 자전거대회가 임진각에서 출발한다는 소식입니다.
진행자) 계절을 즐기는 한국 사람들의 건강한 기운이 전해지는 것 같군요. 서울통신,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도성민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