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으로 전단을 날리는 행위가 한국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국가 기관이 이를 막는 것은 적법하다고 한국 법원이 재확인했습니다. 표현의 자유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가 우선이라는 취지입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의정부지법은 15일 대북전단 살포를 방해해 정신적으로 피해를 봤다며 한국 정부에 미화 약 4만 4천 달러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한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이는 곧 한국 국민 생명에 대한 위협이라며 한국 정부가 이를 제지하는 게 적법하다는 판결입니다.
즉, 대북전단 살포는 한국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해당되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가 우선이라는 게 이번 판결의 취지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민복 단장은 대북전단을 비공개로 살포해 왔고 북한군이 탐지할 수 없도록 야간에 비닐로 만들어진 풍선을 이용했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 행위와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한국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밤에 대북전단을 날리더라도 풍선의 개수와 크기, 횟수 등을 고려하면 휴전선 부근의 북한군에게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10월 북한군의 고사포 도발행위 이후에도 이민복 단장이 수십만 장의 대북전단을 날렸고 이는 휴전선 부근에 거주하는 한국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행위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재판부는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민복 단장은 지금껏 북한군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주로 밤 시간대에만 대북전단을 날려왔다면서 앞으로도 이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 “(판결문) 내용을 보면 참 이상해요. 밤에 날려도 인민군 진지에서 발견할 소지가 농후하며 이거는 낮에 날려도 레이더에 안 걸리고 열 추적도 안 되는 거거든요. 판결을 위한 판결을 하려다 보니까. 뭐 어떻게 할 거 없습니다. 조용히 하면 되는 겁니다. 이번 기회에 떠드는 사람 무조건 막아라, 정부는 그럼 밤에만 좀 해달라. 그래서 지금 밤에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적극 찬성을 했고”
역시 대북전단 살포 운동을 주도하는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는 한국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것은 이중적 잣대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국군이 북한군 심리전에 이용하는 비무장지대 내 전광판 역시 대북전단과 다를 게 없다는 겁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입니다.
[녹취: 박상학 대표 / 자유북한운동] “대북전단은 그래도 이동하는 거 아닙니까, 여기서 했다 저기서 했다. 그런데 DMZ 내에 설치된 12개 전광판은 고정된 거 아니에요? 그 가까이 주변에 우리 민간 부락도 있고. 그럼 고성 쪽으로 북한 애들이 방송하면 쏘겠다 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정부에서 그냥 방송하지 않았어요? 정부에서 하는 것은 괜찮고 쏴도, 주민 안전을 위협해도. 민간이 하는 건 안 된다 이건 이중적 잣대지, 그건 잘못된 거지”
박상학 대표는 그러나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지역주민의 생명에 위협이 된다면 이를 막을 수 있다는 이번 판결 취지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앞서 이민복 단장은 대북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에 해당되는데도 한국 정부가 신변보호를 구실로 자신을 감시하고 대북전단 활동을 방해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법원은 1심에서 북한의 보복 협박과 실제 고사총을 발사했다는 점을 들어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한국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보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판시했고 이민복 단장은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