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간 소원했던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복원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중 관계 개선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난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는 북한-중국 관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이날 주석단에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중국의 류윈산 공산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이 나란히 서서 열병식을 지켜봤습니다. 중국의 권력 서열 5위인 류윈산 상무위원과 김정은 제1위원장은 시종일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수시로 대화를 나누며 열병식을 지켜봤습니다.
두 사람은 열병식이 끝난 뒤에는 군중들을 향해 서로 손을 맞잡고 치켜드는 모습까지 연출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운명의 핏줄로 억척같이 뭉쳐 있는 한 최후 승리는 반드시 우리의 것입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도널드 그레그 전 한국주재 대사는 얼어붙었던 북-중 관계가 해빙기에 접어드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레그]”It’s indication that.."
전문가들은 북한과 중국이 관계를 개선하기로 결정한 것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지적합니다.
우선 북한으로서는 경제난과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중국의 도움이 필요했었을 것이라고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전병곤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전병곤]”경제난에 처해 있고 외교적 고립에 처해 있는 북한으로서는 중국의 지원과 협조가 절실했기 때문에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중국으로서는 미국과 일본의 동맹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선택한 것 같다고 서울의 민간단체인 중국연구소 유상철 전문위원은 지적했습니다.
[녹취: 유상철]”특히 미국과 일본, 중국으로서는 동쪽에서 오는 압력이 거세기 때문에 지정학적으로 볼 때 동쪽의 압력이 거셀 때 북한의 지정학적인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결심했고, 권력 서열 5위인 류윈산 상무위원을 파견한 것 같습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내년 봄에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그레그]”I would not be surprised..”
그러나 김정은 제1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기 전에 두 가지 거쳐야 할 단계가 있다고 한국의 북한 전문가인 국민대학교 정창현 교수는 지적합니다. 우선 류윈산 상무위원의 방북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북한의 고위급 인사가 중국을 가야 한다는 겁니다.
[녹취:정창현]”올 하반기나 내년 2월경에 최룡해나, 당 비서 중에 김양건 비서나 김기남 비서가 가게 되고 그것은 북-중 정치적 관계가 해빙기에서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단계로 진입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북-중 정상회담이 이뤄지려면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비핵화나 6자회담 복귀 의사를 시사해야 할 것이라고 정창현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정창현]”김정은 제1위원장이 중국에 가서 정상회담을 하게 된다면 북측이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하거나 그런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전문가들은 북-중 관계가 개선된다고 해서 반드시 핵 문제가 풀린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합니다.
중국연구소 유상철 전문위원은 그동안 북한 비핵화를 전면에 내세웠던 중국이 이제부터는 핵 문제와 한반도 안정이라는 별개의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유상철] “중국은 북 핵 문제와 북한 문제 이렇게 투 트랙으로 나눠서 접근하고 있죠. 북 핵 문제는 해결하라고 얘기하면서 국제사회와 공조를 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북한 문제라는 또 다른 트랙으로 접근하는 겁니다.”
또 북한이 미국을 겨냥해 평화협정 체결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어 핵 문제가 한층 복잡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정창현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정창현]”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어 가는 프로세스가 병렬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은 북한의 기본 입장이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북한의 평화협정 주장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달 초 한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큰 국무부 부장관은 최우선 과제는 비핵화라면서 북한이 신뢰할 수 있고 진지한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협상을 재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북-중 관계 개선은 단기적으로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정창현 교수는 전망했습니다.
[녹취: 정창현]”우리 정부에서도 일단 이산가족 상봉이 정상적으로 된 것을 보고 초보적 신뢰관계가 마련됐다고 보고 이제 당국 간 회담을 열어서 앞으로의 틀을 만드는 과정이 있어야 하고, 이것이 내년도 상반기까지 과정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북-중 관계 개선은 물론 남북 화해는 또다시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밝혔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