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흑인 총격 사망 대규모 시위 우려...무슬림에 부정적 시각 증가

24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시에서 보안요원들이 시위대 진입을 막고 서 있다.

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미국 뉴스 헤드라인’입니다. VOA 김현숙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10대 흑인 청년이 백인 경관의 총에 살해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미 중부 시카고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소식 먼저 전해 드리고요. 미국 내 무슬림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소식 알아봅니다. 마지막으로 임신 중 흡연에 노출된 태아는 출생 후 5살이 되어서까지 흡연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미국 중부 일리노이 주 시카고 시에서 화요일(24일) 밤에 큰 시위가 있었는데요, 이 소식부터 보도록 하죠.

기자) 네, 최근 흑인이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종종 발생하면서 경찰의 공권력 남용과 인종차별 논란이 제기되곤 하는데요. 지난해 시카고 시에서 한 흑인 청년이 백인 경관에게 총격 살해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화요일(24일) 일반에 공개되면서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큰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진행자) 이 동영상이 일반에 공개된 게 법원의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하던데요. 비디오에 어떤 게 들어있길래 시민들이 그렇게 분노하는 겁니까?

기자) 네, 문제의 동영상은 경찰차에 부착된 캠코더로 촬영된 건데요, 17살 흑인 청년인 라쿠안 맥도널드가 경찰차를 지나쳐 걷던 중 백인 경관 제이슨 반 다이크에게 총을 맞고 땅에 쓰러지는 장면이 들어있습니다. 경관 반 다이크는 맥도널드가 쓰러진 뒤에도 계속해서 총을 쐈는데요. 약 13초 동안 무려 16발이나 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진행자) 반 다이크가 맥도널드에게 총을 쏜 이유는 뭡니까?

기자) 네, 사건 당시 반 다이크와 동료 경찰은 절도 사건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길가를 돌아다니는 맥도널드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맥도널드는 당시 오른손에 작은 칼을 들고 있었고요. 곧바로 반 다이크는 경찰차에서 나와 총격을 가했습니다. 반 다이크의 변호인 측은 맥도널드가 사건 발생 직전에 경찰차 바퀴에 구멍을 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사건 정황으로 보면 경찰의 공권력 남용 문제가 제기될 수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어제 거리로 나온 수백 명의 시위자들은 맥도널드가 특별히 위협적인 행동도 하지 않았고, 또 반 다이크가 맥도널드에게 흉기를 내려놓으라는 지시도 하지 않았다며 분개했습니다. 시위자들은 특히 이미 총을 맞고 쓰러져 저항할 수 없는데도 반 다이크가 계속 총을 쐈다며 “16 발”이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현재 제이슨 반 다이크는 1급 살인죄로 기소된 상태죠?

기자) 네, 시카고 쿡카운티의 애니타 알바레스 검사는 화요일 기자회견을 갖고 반 다이크에 대한 기소를 발표했습니다. 알바레스 검사는 반 다이크가 불필요하게 공권력을 남용했고, 부적절하게 행동했다며 1급 살인죄로 기소한다고 밝혔습니다. 반 다이크는 시카고 경찰관들 가운데 30년 만에 처음으로 1급 살인죄로 기소된 사례인데요. 유죄 평결이 확정될 경우 20년 이상의 징역, 또는 종신형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참고로 이번 동영상은 기소 발표가 나오기 몇 시간 전에 공개됐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반 다이크가 과거에도 공권력 남용 등의 잘못을 저지른 것이 드러났군요.

기자) 네, 반 다이크는 시카고 경찰국에서 14년간 근무해온 고참 경찰입니다. 하지만 시카고 대학교와 언론감시단체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모두 17차례나 근무태도와 관련해 민원이 제기됐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시카고 경찰에 대한 민원 내용이 자세히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시카고 경찰국으로 수없이 많은 민원이 들어오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이렇게 공개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민원 때문에 해당 경관이 처벌을 받는 등 조처가 취해진 경우는 5%도 채 안됐습니다. 반 다이크 역시 공권력 남용과 불법 수색, 인종차별적 행동 등에 대한 불만이 접수됐지만 한 번도 처벌받은 적이
없었고요. 합법적이고 적절한 행동이라는 평가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진행자) 이번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미주리 주 퍼거슨이나 볼티모어 사태와 같은 대규모 폭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람 이매뉴엘 시카고 시장은 영상을 본 사람들은 분노를 느끼고 시위에 나서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매뉴엘 시장은 그러나 '시카고 시의 미래는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다' '대립의 장벽보다는 이해의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시민들이 진정하고 자제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희생자 유족들도 같은 마음이라고요.

기자) 네, 맥도널드의 유가족도 성명을 발표하고 맥도널드를 평화적으로 추모해달라고 호소했고요. 대규모 폭동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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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미국 뉴스 헤드라인,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인들 사이에서 무슬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군요?

기자) 네, 민간 연구 단체인 ‘공공종교연구학회’가 최근 ‘연례 미국인의 가치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요. 무슬림 즉 이슬람교도에 대한 미국인들이 인식이 최근 몇 년간 매우 부정적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의 56%가 이슬람은 미국인의 가치와 삶의 방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는데요. 지난 2010년 같은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습니다.

진행자) 아무래도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있었던 연쇄 테러 공격이 이번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파리 테러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미국에서 반 이슬람 정서가 커지고 있고, 일부 대통령 후보들까지 나서서 무슬림에 대한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그런데요. 이번 여론 조사가 시행된 시점이 9월부터 10월초 사이였습니다. 파리 연쇄 테러공격이 발생하기 전이었죠? 그러니까 이번 결과에 특정 사건이 영향을 줬다기 보다는 몇 년에 걸쳐 사람들의 생각이 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조사에서 눈길을 끄는 점이 또 한 가지 있는데요. 무슬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고 있지만, 실제로 무슬림과 대화를 하거나 교류를 하는 사람은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개인적으로 무슬림을 겪어본 경험이 없이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공공종교연구학회’의 설립자인 로버트 존스 씨는 무슬림이 미국 전체 인구의 1%에 불과하고 미시간 주의 디트로이트 등 일부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1년의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 10명 중 7명은 지난 1년간 무슬림과 거의 대화를 나눠보지 않았거나 아예 한 번도 대화를 해 본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런 추세는 지금까지도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미국인 중에는 평생 무슬림을 한번 만나보지도 못하는 사람들도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사회는 점차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요. 한 예로 동성연애자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은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을 내리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당시 실시된 여론 조사를 보면 미국인 10명 중 9명은 주위 아는 사람 중에 동성애자가 있다고 답했는데요. 그러니까 무슬림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이나 인적 교류가 아직 동성애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그럼 미국인들이 실제로 무슬림과 교류하지 않고도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네, 바로 언론을 통해서입니다. 존스 씨는 지난 2001년 이슬람 무장세력인 알카에다가 9.11 테러를 일으키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인들은 이슬람 자체에 대해 별생각을 갖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9.11 테러가 발생한 이후에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의 배후인 알 카에다와 이슬람 종교를 구분하면서 무슬림을 향한 ‘관용’을 강조했었죠. 하지만 이후 세계 곳곳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테러 행위를 일삼으면서 언론에서는 연일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ISIL과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이들의 참수 영상이나 테러 위협 영상까지도 여과 없이 대중에 공개되다 보니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무슬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다는 겁니다. 존슨 씨는 언론에서 과격 무슬림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계속 되는 한, 미국인의 무슬림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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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미국 뉴스 헤드라인 마지막 소식입니다. 인신 중 흡연이 태아에게 나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죠? 그런데 흡연의 영향이 태아의 유전자에 고스란히 남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의과대학이죠? 존스 홉킨스 공중보건대학의 연구진이 발표한 내용인데요. 미국 내 6개 지역의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 5백31명의 어머니에게 임신 중 담배를 피웠는지를 묻고는, 아이들의 피 검사를 해봤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혈액에 있는 DNA 검사를 한 거죠. 그런데 아이들의 혈액 표본에서 산모의 흡연으로 인한 ‘후생유전학적’ 변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진행자) 후생유전학적 변화, 말이 어려운데요. 이게 뭔가요?

기자) 네, 후생유전학적 변화는 유전정보 자체가 바뀌지는 않지만 DNA의 구조변화로 유전자의 발현이 달라지는 걸 말하는데요. 2년 전 한 연구에서 신생아의 제대혈을 분석한 결과, 산모가 흡연할 경우 태아의 유전체 26개 부위에서 후생유전학적 변화가 생기는 것으로 밝혀낸 바 있습니다. 존스 홉킨스 연구팀은 이 연구를 바탕으로 아이들의 혈액 표본에서 바로 이 26개 부위의 DNA 변화를 살펴봤는데요. 이를 통해 아이들 어머니가 임신 중에 흡연했는지 여부를 가려낼 수 있었고, 정확도가 81%에 달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이번 실험이 유치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다고 했으니까, 아이들의 유전자에 남아 있는 흡연의 흔적이 출생 후 몇 년간 계속된다고 볼 수 있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존스 홉킨스대학의 대니얼 팰린 박사는 임신 중 흡연에 노출됐다는 사실은 출생 후 5년 뒤까지 아이의 유전자에 기억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후생유전학적 변화는 비만이나 심장병, 자폐증과 같은 만성질환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임신 중 흡연은 태아의 출생 후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후생유전학적 변화는 흡연뿐 아니라 다른 생활습관이나 환경에 노출됐을 때도 생겨날 수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연구진은 임신 중 흡연의 경우는 임신했던 여성에게 물으면 쉽게 알 수 있지만 산모가 모르는 다른 독성물질에 태아가 노출되었다면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흡연 외에 다른 환경 노출로 인한 후생유전학적 변화를 찾아낼 수만 있다면 임신 중 산모의 생활 습관과 환경이 태아와 태아의 평생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뉴스 헤드라인’ 김현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