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탈북자 5명 자서전 서평 게재

미국의 유력지 `뉴욕타임스’ 신문에 실린 탈북자들의 영문 자서전 서평과 함께 게재된 책 표지 이미지. 사진출처 = The New York Times Website.

탈북자들이 펴낸 영문 자서전에 대한 서평이 미국의 유력지 `뉴욕타임스’ 신문에 실렸습니다. 이 신문의 서평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널리 읽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이 지난 29일 자 ‘서평란’에 탈북자들의 영문 자서전에 대한 서평을 실었습니다.

지난 1989년 중국 톈안먼 사태에 관한 책 ‘기억상실 공화국’의 저자인 루이사 림 미시건대학 초빙교수가 ‘북한 탈출’이란 제목으로 쓴 이 서평은 탈북자들이 올해 잇따라 영문으로 출간한 다섯 권의 자서전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루이사 림 교수는 먼저 탈북자 김은선 씨가 쓴 ‘자유를 향한 1천 마일’에 대해, 김 씨가 어머니와 함께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하기까지 9년 간의 시련이 담긴 책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중국에서 붙잡혀 북한으로 강제송환됐고, 운좋게 다시 국경을 넘을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중국에서 중노동에 시달렸고, 이후 고비사막을 넘어 몽골의 구치소에 갇혔다가 마침내 한국에 정착했다는 겁니다.

림 교수는 별다른 은유 없는 단순한 문체 때문에 김 씨의 이야기가 갖는 힘이 약화됐다며, 이는 주민들의 상상력을 말살시키려는 북한 체제의 의도가 성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오싹한 증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박연미 씨의 자서전 ‘살기 위하여’는 아버지가 밀수 혐의로 수감된 뒤 특권층으로 살던 어린 소녀의 삶이 어떻게 급변하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림 교수는 소개했습니다.

중국으로 탈출한 박 씨는 어머니가 성폭행과 인신매매를 당하는 것을 목격했고, 중국인 인신매매범의 정부가 됐다가, 인신매매에 직접 가담해 자신의 어머니마저 팔아넘기려 했다는 겁니다.

림 교수는 특히 박 씨는 북한이 그의 증언을 반박하는 18분짜리 동영상을 발표할 만큼 유명 인사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해서 루이사 림 교수는 이현서 씨의 자서전 ‘7개의 이름을 가진 소녀’와 관련해, 북한에서는 매주 의무적으로 행해지는 자아비판 때문에 심지어 어린이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가면을 쓴다는 이 씨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씨의 가면은 이 씨가 탈북 과정에서 사용한 7개의 서로 다른 이름이라고 말했습니다.

림 교수는 한국에 살고 있는 지금도 이 씨의 가면은 완전히 벗겨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림 교수는 ‘해와 달 사이의 별들’을 쓴 캐나다 정착 탈북자 루시아 장 씨에 대해서는 다른 탈북자들보다 더 비참한 상황에 시달렸다고 소개했습니다.

남편에게 학대 당한 결혼생활, 중국에서 당한 인신매매, 두 번의 체포와 강제북송 등, 중국과 몽골을 거쳐 캐나다에 정착할 때까지 수없이 많은 고통을 당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씨는 수용소에 수감됐을 때 부족한 음식을 동료 수감자들과 나눠먹는 따뜻한 마음을 보여줬다고 림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이밖에 림 교수는 꽃제비 출신의 탈북자로 미국에 정착한 조셉 김 씨의 자서전 ‘같은 하늘 아래’에 대해, `굶주림이 도덕성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 잘 나타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