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김현숙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주제에 대해 알아볼까요?
기자) 네, 미국에서 현재 논란이 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비자 문제입니다. 지난달 있었던 프랑스 파리 테러 여파로 미국 내 테러 위협이 커지자, 미국 정부는 지난 30년 동안 운영해 온 무비자 제도를 변경하기로 했고요. 또 최근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서 있었던 총격 사건의 범인이 약혼자 비자로 미국에 들어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약혼자 비자 역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미국의 비자 프로그램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비자 프로그램에 대해 알아보기에 앞서 먼저 ‘비자’라는 게 뭔지 알아보고 갈까요?
기자) 네, 비자는 라틴어 ‘Charta Visa’에서 유래한 말로, ‘보여진 서류’라는 뜻인데요. 이를 한자어로 ‘사증’이라고 하는 겁니다. 비자는 방문하고자 하는 상대국의 정부에서 입국을 허가해주는 일종의 허가증인데요. 그러니까 만약 어떤 나라로 여행을 가고자 한다면, 그 나라에서 비자(VISA)를 필요로 하는지를 확인하고 비자를 받아야 그 나라에 입국할 수 있는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해외여행에 필요한 게 비자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여권도 있어야 하는데 여권과 비자의 차이는 뭡니까?
기자) 네, 쉽게 설명하면 여권은 외국으로 여행할 때 필요한 일종의 신분증이고요, 비자는 여행하고자 하는 나라에서 발행하는 허가증 입니다. 그러니까 여권은 자국에서 발행하고, 비자는 상대국에서 발행하는 건데요. 여권은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의 관청에서 발급받을 수 있고 비자는 여행하고자 하는 국가의 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발급 받는 겁니다. 그 나라 대사나 공사, 영사가 여권을 검사하고는 ‘이 사람이 자국을 여행해도 되겠다’라는 서명을 하면 입국사증, 즉 비자가 발급되는 거죠.
진행자) 그러면 이 비자의 목적은 뭔가요?
기자) 네, 문제가 되는 사람이 자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범죄자나 불법으로 머물 가능성이 있는 사람, 또는 정치적으로 껄끄러운 사람들이 들어오는 걸 미리 막기 위해서이죠. 이 비자가 등장한 역사는 그렇게 길지 않는데요. 비자 제도는 1차 세계대전 중에 주로 군사상의 이유로 간첩을 막기 위해 생겨났고요. 1차 세계 대전 이후에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가 됐죠.
진행자) 그런데 최근에는 비자 없이 여행을 다닐 수 있게 해주는, 비자 면제협정을 체결한 나라들도 적지 않죠?
기자) 맞습니다. 비자 프로그램은 크게 이민 비자와 비이민 비자 그리고 비자 면제프로그램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우선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죠. 비자 면제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비자 없이 자국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 국민에게 편의를 주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로서, 자국의 관광산업이나 경제에 도움이 됩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도 이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죠?
기자) 맞습니다. 미국의 비자 면제 제도는 현재 38개 나라가 적용 대상인데요. 대개 유럽에 있는 나라들로 한국도 무비자 제도 대상국입니다. 비자 없이 미국에 들어오는 사람 수가 지난 2013년에 2천1백만 명이 넘었는데요. 관광이나 사업을 목적으로 미국에 입국하는 총 여행객의 약 39%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미국에서 쓰고 가는 돈은 약 1천억 달러에 달하죠.
진행자) 비자 면제 프로그램 혜택을 받는데 필요한 조건이 있겠죠?
기자) 비자 면제 프로그램은 우선 미국 정부가 지정한 국가의 국민이어야 하고요. 최대 90일간 비자 없이 관광이나 사업 목적에 한해 미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 아무런 허가 없이 미국에 들어올 수 있는 건 아닌데요. 해당 국가 국민은 전자여행허가제도(ESTA)를 통해 온라인으로 등록해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요. 또 일부 국가에서는 전자칩이 들어있는 전자여권이 있는 경우에만 비자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도 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 비자 면제 프로그램이 왜 논란이 되는 건가요?
기자) 네, 일반 비자의 경우 서류를 다 갖춰서 내고, 영사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해야 하는 등 여행자에 대해 까다로운 조건들이 붙는데요. 이 비자 면제 프로그램의 경우 입국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입국이 쉬워지는 겁니다. 물론,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자격이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체포된 적이 있는 사람이나, 범죄 기록이 있는 사람, 심각한 전염성 질병이 있거나 미국 입국 허가가 거절되었던 사람, 또는 미국에서 추방당했던 사람의 경우 반드시 비자를 신청해야 하고요. 만약 비자 없이 여행할 경우, 미국 입국이 거부될 수 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표면적으로 보이는 문제가 없다면 비자를 얻는 게 어렵지 않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예를 들어 난민으로 가장해 유럽에 정착한 테러분자나 유럽의 자생적인 테러분자들의 경우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미국에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겁니다. 따라서 미국 의회는 비자 면제 제도의 적용을 받는 나라 국민이라도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5년 사이에 시리아나 이라크같이 미국이 ‘우려 국가’로 지정한 나라를 방문했던 사람의 경우, 비자 면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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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의 비자 프로그램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이어서 이번엔 비이민 비자에 대해 알아볼까요?
기자) 비이민비자란 관광이나 유학, 취업 등의 목적으로 단기간 미국에 체류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발급되는 비자를 말합니다. 비이민비자의 종류에는 비지니스 즉 사업 비자(B1), 여행 비자(B2), 학생 비자(F1, M1), 경유 비자(C1), 종교 관계자 비자 (R), 취업 비자 (H, L, O, P, Q) 등이 있습니다.
진행자) 비이민 비자를 받기 위해서 제출해야 할 서류가 필요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신청자가 자국의 거주지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고 또 미국 내 비자가 만기 된 이후에 미국을 떠날 것이라는 걸 영사에게 확신을 줘야 하고요.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노동 계약서라든지, 결혼, 출생증명서, 수입이나 은행 잔액을 증명하는 서류 등이 필요한데요. 이런 조건을 만족 시키지 못하면 비자가 거부되기도 하죠.
진행자) 비이민 비자가 미국에 잠시 머물 것을 허용하는 비자라면, 이민 비자는 미국 내 영구적인 거주를 허락하는 비자이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이민 비자를 흔히 말하는 그린카드, 즉 영주권이라고 하는데요. 미국으로 이민해서 일을 하거나 학교를 다니며 미국에서 영구히 거주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비자입니다. 미국 이민법에서는 이민 비자를 직계 가족, 가족, 취업, 그리고 추첨에 의한 비자 등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현재 논란이 되는 약혼자 비자가 바로 이 이민 비자에 해당하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약혼자 비자는 K-1이라고 하는데요. 미국 시민권자가 외국인과 결혼하려고 할 때, 약혼자를 미국에 초청하기 위해 신청하는 비자입니다. 매년 미국에 이 K-1 비자로 입국하는 사람의 숫자가 2만5천 명 이상이니까 적은 수는 아니죠.
진행자) K1 비자 어떤 절차를 걸쳐야 하는 건가요?
기자) 우선 미 국토안보부 산하의 이민국 (USCIS)에 이민청원서를 접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비자 신청을 위한 서류와 인터뷰를 준비한 이후에 인터뷰 날짜가 정해지면 영사와 만나서 인터뷰를 하게 되는데요. 영사는 신청자가 제출한 서류와 인터뷰 내용에 근거해 비자 발급 여부를 결정하죠. 그리고 이 K-1 비자를 받아서 일단 미국에 입국하게 되면 초청자와 약혼자는 90일 안에 반드시 법적으로 결혼한 후 이를 이민국에 알려야 합니다.
기자) 그런데 K-1비자 심사 과정이 꽤 까다롭다고 하더라고요?
기자) 네,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한 이후에 약혼자 비자 절차도 까다로워졌습니다. 이민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 기관에서 서류를 검토하는데요. 보통 K-1 비자는 신청에서 발급까지 6개월에서 2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지문 조회는 물론이고 가족에 대해서도 점검하고요. 또 미국 테러감시 명단과도 대조하죠. 그리고 영사와 직접 면담, 즉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요. 범죄를 지은 적이 있는지, 인신매매에 가담한 적이 있는지, 테러 행위에 가담한 적이 있는지 등에 관한 심층 면담을 하는 겁니다. 특히 미국 국무부와 국토안보부는 파키스탄처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근거지 국가 출신에 대해서는 K-1 비자 발급을 승인하기 전에 추가적인 정밀조사를 한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러면 샌버나디노 테러범 부부의 경우도 이런 과정을 거쳤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시민권자인 남편 사이드 파룩과 함께 범행을 저지른 부인 타슈핀 말릭은 파키스탄 태생으로 어릴 때 사우디아라비아로 건너갔기 때문에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쳤을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릭이 테러에 동조하는 인물인지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K-1 비자 검증 절차가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논란이 되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바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 국무부와 국토안보부에 K-1 비자 프로그램에 대해 다시 검토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진행자) 네,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의 비자 프로그램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김현숙 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