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양측의 현안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당국회담을 11일 개성공단에서 열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했습니다. 양측 대표단은 12일 오전 같은 장소에서 만나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이 남북 현안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종료됐습니다.
남북한 대표단은 11일 오후 11시께 첫날 회담을 마치고 12일 오전 10시30분 회담을 속개하기로 했습니다.
정준희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회담이 끝난 직후 남북이 개성공단에서 제1차 남북 당국회담을 갖고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현안 문제를 협의했다며 전체회의 1번, 수석대표 접촉 2회 등 총 3번의 접촉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남북은 현안 문제를 포괄적으로 제기하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의견을 교환했다며 상호 교환된 입장을 바탕으로 다음날 오전 회담을 재개해 추가로 논의를 진행키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측 대표단은 귀환하지 않고 개성공단 내 숙박시설인 ‘송악 프라자’에서 하룻밤을 체류한 뒤 바로 12일 회담에 임할 예정입니다.
한국의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남북한은 작년 2월 고위급 접촉과 올 8월 고위당국자 접촉 등 긴급현안을 다루거나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등 특정 현안을 다루는 회담을 가졌지만 양측의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당국회담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양측은 서울시각으로 오전 10시 40분부터 30분간 첫 전체회의를 가졌습니다.
한국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은 모두발언에서 백범 김구의 애송시로 알려진 ‘야설’의 한구절을 인용하며 1차 당국회담이니만큼 첫 길을 잘 걸어가자고 말했습니다.
[녹취: 황부기 통일부 차관] “우리가 이제 처음 길을 걸어갈 때 온전하게 잘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첫 길을 잘 내어서 통일로 가는 큰 길을 열어 갑시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으로, 북한측 수석대표로 나선 전종수 단장도 모두 발언에서 시작이 절반이라고 시작부터 첫 걸음을 잘 떼야 앞으로 남북관계도 새해를 맞아 전망이 더 밝아지지 않겠느냐고 화답했습니다.
또 겨울이니까 날씨가 차긴 하지만 북남관계는 따뜻한 봄볕이 오도록 쌍방이 노력하자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전종수 단장] “본격적으로 북남관계를 푸는 회담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간의 불신과 대결의 골은 깊어지고 장벽은 높아졌는데 우리가 장벽을 허물어서 골수는 메우고 길을 열고 대통로를 열어나갑시다”
양측은 전체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현안 문제에 대한 상호 입장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북한은 이어 7시간의 긴 정회를 거쳐 오후 6시15분쯤 양측 수석대표끼리 남북현안에 대한 접점을 찾기 위한 2차 회의를 가졌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회담 재개가 지연된 이유에 대해 아직 가닥이 덜 잡힌 때문이라고 말해 양측이 입장을 조율하는데 시간이 걸렸음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나 2차례 수석대표 접촉에서도 남측이 희망하는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북측이 주장하는 금강산관광 재개 사이에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회담은 미리 의제를 조율하지 않고 열려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우선시하는 한국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희망하는 북한 사이에 의제 선정 등을 놓고 진통이 예상됐었습니다.
이에 앞서 한국 측 대표단은 이날 오전 8시쯤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개성공단으로 출발했습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출발 직전 대표단과의 환담 자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회담을 하는 것이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와 함께 남북 당국회담의 정례화 필요성도 언급했습니다.
홍 장관은 앞으로 중요한 것은 8·25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의 동력을 이어가는 것이라며 8·25 합의에는 이산가족과 민간교류 문제도 포함돼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당국회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회담에는 한국 측에선 황 차관을 비롯해 김의도 통일부 국장과 손재락 총리실 국장 등 3명이 그리고 북한 측에선 전 단장과 황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 황충성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참사 등 3명이 대표단으로 참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