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탈북 청소년을 위한 도서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에 설립됐는데요, 서울에서 박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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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현장음]
서울 관악구에 있는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우리들학교에 탈북 청소년 전용 1호 도서관이 생겼습니다
[녹취: 현장음]
한 금융회사가 통일과 나눔재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이달 우리들학교에 이 도서관을 개관한 건데요, 우리들학교 윤동주 교장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녹취: 윤동주, 우리들학교 교장] “저 아름인 도서관은 탈북, 다문화 청소년들을 위해서 처음으로 개관한 도서실인데요, 우리 학생들에게 정말 귀한 양서를 제공해 주시고, 또 아름다운 도서실을 가꿔 주셨어요. 그래서 우리 학생들이 평소에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나 방과후나, 아이들이 아주 가깝게 책을 볼 수 있도록 꾸며 주셨는데, 사실 저희 학교가 1호로 또 이렇게 돼서 얼마나 큰 영광인지 모릅니다.”
누구에게나 독서는 중요하지만, 특히 탈북 청소년들에게 책은 책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녹취: 윤동주, 우리들학교 교장] “우리 학생들이 평소에 책을 많이 못 읽고 있는데, 사실은 북한에서 혹은 중국에서 지내는 과정에 학습공백이 많이 길어져서 한국에 와서는 일반학교에 진학이 좀 어렵고, 진학을 한다 하더라도 독서량이 부족해서 한국 아이들을 따라가기가 많이 힘들어요. 그런데 그게 첫 번째는 언어이고, 두 번째는 문화이기도 한데, 그것을 보충해 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독서예요.”
아름인 도서관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 도서관은 우리들학교의 교실 하나를 개조해 만들었습니다. 연두색 벽에 보라색 등받이, 새하얀 책꽂이까지 알록달록 예쁜 도서관이 생기자 호기심 많은 학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학생] “첫 날 사진 되게 많이 찍었어요, 그래서. 애들이 되게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다 어린애들이잖아요, 지금 거의 다 10대 애들이잖아요. 막 예쁘고 하니까, 막 사진도 찍고 안에 들어가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
“방이 좋으니까 다른 반에서 여기서 공부하고 그래요. 가끔씩 여기서.”
“도서관, 너무 좋죠. 그리고 지금 어린애들 있잖아요. 지금 들어오는 게 10대 애들도 많이 들어오거든요. 그런데 되게 많이 좋아할 것 같아요”
아름인 도서관이 생기기 전에는 학교 지하에 간이도서관이 있었는데요, 재활용 책들로 채워 넣다 보니 책도 다양하지 않았고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워서 이용하기가 불편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인 도서관이 생기면서 책을 읽기가 한결 수월해졌는데요.
[녹취:학생] “우리 점심밥 먹고, 지하실 좀 추워요. 그래서 밑에서 책 읽으면 좀 그래가지고. 왜냐하면 책들이 거의 다 밑에 있어가지고, 밑에서 보고 읽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도서관이 학교 실내에 있으니까 우리가 쉬는 시간마다 책이랑 친해지는 시간도 되고요, 거기서 여기에 한국어 잘 모르는 애들도 있잖아요. 그래서 여기는 다 수업하고 그 쪽에서 가끔씩 쉬는 시간마다 조금씩 한국 동화 같은 것도 많잖아요. 그래서 그거를 번역해 주고 서로 소통하는 시간도 많이 가질 수 있어서 좋아요.”
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우리들학교인 만큼 갖추고 있는 책의 종류도, 수도 다양합니다. 도서관이 갖추고 있는 약 천여 권의 책 중 학생들은 어떤 책을 선호하는지 들어봤습니다.
[녹취: 학생] “한국 역사가 약하니까, 한국 역사 같은 거를 봐요.”
“한국 책도 읽고 그리고 되게 아기들 읽는 그런 책 많거든요. 그래서 다들 열심히 읽고 한국말 도움도 되고.”
“책은 뭐 다양해요, 다 있어요. 과학이면 과학, 문학이면 문학. 그리고 우리가 금요일마다 독서 수업이 있거든요. 그래서 책을 가져가서 한 주일 동안 읽고 와 갖고 그거 느낌이 어땠는지 그것도 쓰고.”
“위인전이랑 역사책이랑 저는 주로 잘 보고 있습니다.(북한이랑 가장 다른 책이잖아요. 위인전이랑, 역사책은 내용이.) 네 내용이. 저는 그걸 즐겨 읽습니다. 저 쪽에서는 역사책은 별로 보지를 못했습니다. 초등학교 밖에 못 다녔으니까, 저쪽에서. 역사책에 대해서 잘 모르고요. 여기 와서 저는 처음으로 역사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는데 엄청 재미있습니다.”
지금 우리들학교 아름인 도서관에는 다양한 종류의 책들 약 천여 권이 구비돼 있는데요, 학생들은 아직도 읽고 싶은 책들이 참 많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책들이 더 채워졌으면 하는지 학생들의 바람을 들어봤습니다.
[녹취: 학생] “저는 개인적으로 약간 읽기 어려운 소설 같은 거 보다는 약간 좀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약간 뭐 얻을 수 있는 (그림도 좀 있고 그런?) 네, 그런 책 있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중국어 책. 왜냐하면 얘네는 한국어를 지금 배우는 단계니까 한국어도 필요하지만 중국의 그런 지식도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잖아요. 그래서 중국어 책도 조금 더 채워졌으면 좋겠어요.”
이런 학생들의 의견을 감안해 도서관을 마련한 금융회사에서는 앞으로 주기적으로 파손된 책들을 교환하고 다양한 책을 지원할 계획이고요, 내년에도 통일과 나눔재단과 함께 탈북 청소년 전용도서관 추가 건립과 탈북 청소년 금융교육 등의 사업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