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는 ‘서울통신’, 오늘도 도성민기자 연결돼 있습니다.
진행자) 안녕하십니까?
기자) 네. 서울입니다.
진행자) 미국 워싱턴은 이제 새해가 시작됐는데, 한국은 벌써 새해 첫날을 마무리하고 있군요. 추위에도 새해 첫해를 맞이하는 행사가 많은 곳에서 열렸더군요?
기자) 자동차를 타고 기차를 타고 찾아가는 강원도 정동진, 한반도의 호랑이 꼬리 부분인 포항 호미곶, 영롱한 동종 소리와 함께 일출을 맞이하는 강원도 낙산사와 경주 불국사 등에도 새해맞이 인파가 몰렸습니다. 오늘 새해 첫해를 제일 빨리 볼 수 있었던 곳은 독도였는데요. 아침 7시 26분을 시작으로 울릉도와 부산 태종대, 해운대 그리고 울산 간절곶, 포항 호미곶 순으로 새해가 돋았고, 떠오르는 새 해를 보며 한 해의 가족의 평안과 건강을 기원하는 사람들로 곳곳의 풍경 역시 장관을 이뤘습니다. 해가 바다 수평선 위로 쏙쏙 올라오는 순간의 환호와 탄성은 꼭 경험해봐야 할 것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 강원도 동해안에는 61만명, 울산 간절곶에는 15만명이 모였다고 합니다.
진행자) 새해맞이 명소에서 먹는 ‘떡국’도 별미라고 하더군요?
기자) 차가운 바깥 추위에 떠오르는 새해를 만나기 위해서 기다렸던 사람이라면 뭔가 뜨끈하고 훈훈해지는 국물이 필요했을 겁니다. 한국의 해맞이 명소에는 항상 그런 별미가 기다리고 있는데요. 올해 2016년을 기념하는 2016인분, 5천명분의 떡국을 나누어 먹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렸습니다. 해가 떠오르기 전에 북을 두드리며 시작된 축하공연이 열렸고, 해맞이 감상을 하고 헬기가 축하비행을 하고 차가운 물속으로 바다 수영을 하는 장관이 펼쳐진 곳은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이었구요. 인근 광안리 해수욕장에서는 해맞이를 한 관광객들이 건네 받은 풍선에 소원을 적어 하늘로 띄어 보내는 소망풍선 날리기 행사도 열렸는데요. 5천명 분의 떡국이 나눠지고 옆에 선 사람들과 덕담을 나누며 새해 첫날을 시작하는 기분 그야말로 특별한 기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지난 한해 한국사람들의 트위터와 블로그에서 ‘병신년’과 ‘새해소망’ 연관어 분석을 해 본 결과, ‘건강’이 11만5천130회 언급돼 가장 많았고, ‘시험’ ‘안전’ ‘돈’ ‘다이어트’ 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쓰여졌다는 빅데이터 분석이 나왔습니다.
진행자) 붉은 원숭이의 해… 2016년 ‘병신년’을 시작하는 1호 주인공들도 뉴스의 인물이더군요?
기자) 1월 1일 0시 0분에 태어난 아기들과 새해 첫 비행기를타고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 수출길에 오른 비행기와 선박 등의 기록이 화제입니다. 2016년에 탄생한 첫 아기는 0시 0분에 서울 제일병원에서 태어난 3.28kg의 여아와 분당 차병원에서 태어난 4.26kg의 건강한 남아로 기록됐구요. 2016년 첫 아기의 부모가 돼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고 소감과 함께 병원 측에서 준비한 무료분만권 등을 선물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한국에 도착한 첫 외국인 관광객. 역시 행운의 주인공이군요?
기자) 오늘부터 2018년까지 이어지는 ‘한국 방문의 해’를 시작하는 첫 날. 한국에 도착하는 첫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왕복 항공권이 선물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0시25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대한항공 비행기 탑승객 중에 누가 그 주인공이 될까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 인천공항공사 관계자가 환영목걸이를 들고 입국장에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요. 2016년 한 해를 행운으로 시작한 주인공. 베이징에 사는 중국인 왕옌니씨(33)씨였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새해 휴가를 보내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하는데 잊지 못할 특별한 여행이 됐을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한국의 첫 수출 화물비행기는 오전 1시 5분 인천에서 중국 푸동으로 향했던 보잉747기였습니다. 전자 반도체 화물 60톤을 싣고 수출 길에 올랐는데, 2016년 한해 항공 수출길을 연 첫 기록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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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2016년 병신년 새해의 주인공은 뭐니뭐니해도 ‘원숭이’인 것 같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포털사이트 장식에도 빨간 옷을 입은 원숭이가 등장했더군요?
기자) ‘갑을병정~’으로 시작하는 10간과 ‘자축인묘진사오미’로 이어지는 12간지를 조합해 만들어진 ‘병신년’. 12지의 ‘신’은 원숭이를 의미하고, 10간의 ‘병’은 음양오행에 따라 ‘붉은색’을 상징하고 있어서 올해 2016년은 빨간 원숭이띠의 해라고 부르는 겁니다. 어린 시절에 불렀던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라는 노래가 생각나는 새해인데요. 한국의 역술가들은 재주많고 총명하고 긍정적인 성격의 원숭이가 뜨거운 붉은 기운을 가지고 있어 역동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데요. 새로운 기운이 시작되는 한해 한국의 유통업계에는 ‘빨간 원숭이 마케팅’이 대세입니다. 말씀하신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원숭이 장식은 기본이고, 원숭이 컵, 원숭이 일기장, 원숭이 방석에, 원숭이가 그려진 옷까지. 백화점에서는 특정금액 이상의 상품을 사면 원숭이 인형을 선물하고, 호텔에서는 원숭이 장식을 한 새해 상품을 소개하는 등 한국은 지금 온통 빨간 원숭이가 대세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병신년’ 올해 비상이 걸린 곳도 있다면서요? 대표적인 SNS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에서 ‘병신년’ 문구를 이용한 홍보를 금지시켰다구요?
기자) 희망찬 새해를 맞아 상품 판매율을 높이려면 온라인 상의 광고를 많이 해야 하는데, ‘병신년(丙申年)’의 어감이 페이스북의 게시물 관리지침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페이스북의 관리지침이 어떤 것이길래 그렇습니까?
기자) 인종이나 민족, 종교, 신념과 나이, 성적 정체성 또는관습이나 성별, 신체적 장애, 정신적이거나 육체적 질병에 기반을 두고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타인을 공격하거나 암시하는 콘텐츠’ 를 광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다른 나라에서는 ‘병(丙)’ ‘신(申)’자의 발음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을 못해봤습니다만 한국에서는 정말 어감에 따라 욕설로 들릴 수 있고 보일 수 있어 난감한 경우가 많은 상황입니다.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한자와 같이 쓴다면 가능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지난해 ‘을미년’은 그런 걱정 없이 새해인사를 했는데, 올해는 뉴스를 전달할 때도 참 발음을 하기가 껄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많은 곳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네요.
기자) 일반인들이야 어쩌다 하는 우스개소리처럼 여길 수도 있고, 조롱하는 댓글이 달려도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지만 공공성이 있는 곳에서는 참 조심해야 할 부분인데요. 그래서 인지 올해 공공기관의 새해 인사 연하장에는 그런 달라진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한자 사용을 자제해 왔던 공공기관에서도 한글 대신 한자로 ‘병신년’ 을 표기하거나 아예 ‘원숭이의 해’라는 문구를 달아 새해 맞이 인사를 하는 등 있을 수 있는 논란을 피해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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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서울통신, 오늘의 마지막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할 때면 거리에 종소리를 울리는 ‘빨간 자선냄비’. 요즘 전세계적인 불황과 함께 한국도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올해도 사상 최고치의 온정이 자선냄비를 끓게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군요?
기자) 지난해 12월 한국 구세군 자선냄비에 기부된 성금이 70억3천만원이라고 합니다. 미화로는 597만달러 정도가 되는데요. 한국에 구세군 자선냄비가 걸린 것은 지난 1928년부터였고, 해마다 성금 목표액을 높이 잡게 되는데 올해 목표액 70억달러를 넘어 70억3천만원을 기록했습니다. 70억3천만원은 한국 구세군자선냄비 역사상 최고 금액입니다.
진행자) 거리에 걸린 빨간 냄비에 지나는 사람들이 마음을 담아 보태는 돈이 바로 자선냄비 성금 아니겠습니까? 십시일반의 힘이 상당한 금액이 됐군요?
기자) 70억3천만원 중 기업들이 기부한 금액이 30억8천만원이고, 나머지 39억5천만원은 거리 모금과 일반 시민들이 쾌척한 큰 돈이 모인 것이랍니다. 거리 자선냄비 외에도 고속도로 요금소에도 모금함이 있고, 온라인으로도 성금을 보낼 수 있는데요. 올해는 지난 4년간 이름을 밝히지 않고 1억원씩 성금을 내 ‘이름없는 천사’라고 불렸던 한 서울시민이 협력업체에서 받은 돈 80만원과 1억원을 다시 기부해 화제가 됐고, 빈 병과 헌책을 모아 팔아 만든 돈 10만1천을 기부한 80대 노인 등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나눔의 정신을 실천한 평범한 시민들의 이야기가 귀감이 됐습니다.
진행자) 서울통신,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도성민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