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군·정보 당국 "북한, 증폭핵분열탄 실험 실패 가능성"

북한이 수소탄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밝힌 6일, 한국 기상청 윤원태 지진화산관리관이 핵실험으로 발생한 지진의 파형을 분석하고 있다.

한국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이 성공했다고 주장한 수소탄 실험이 증폭핵분열탄 실험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또 북한이 과거와는 달리 이번 실험을 감행 직전까지 숨기기 위해 이른바 ‘곁가지 갱도’를 활용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군 관계자는 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6일 실시한 핵실험이 북한의 주장대로 수소탄 실험이 아니라 증폭핵분열탄 실험이었을 가능성이 크고 그나마 실패한 실험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핵융합 원리를 이용한 진짜 수소폭탄 실험이었다면 폭발력이 100kt 정도는 나와야 하는데 이는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를 모두 망가뜨릴 수 있는 수준이라며 북한의 주장이 허풍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따라서 북한 측이 수소탄이라고 주장한 것은 이중수소나 삼중수소를 사용해 일반 핵폭탄의 폭발력을 강화시킨, 수소폭탄 전 단계의 증폭핵분열탄일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 관계자는 또 증폭핵분열탄이라고 하더라도 수 십kt의 폭발력이 나와야 하는데 실제 측정된 위력은 6kt에 불과했기 때문에 그나마 실험이 실패한 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의 부형욱 박사도 비슷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녹취: 부형욱 박사 / 한국 국방연구원] “증폭핵폭탄이라고 해도 지진 규모로 추정되는 핵 킬로톤 수로 환산했을 때 너무 작다고 판단됩니다. 보통 20 ~40킬로톤이 나와야 증폭핵분열탄이라고 하는데 이번에 6킬론톤으로 나왔기 때문에 실패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한국 정보 당국도 북한이 이번에 증폭핵분열탄 실험을 했다가 실패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이번 핵실험이 지난달 15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명령을 하달한 지 22일 만에 이뤄지는 등 준비기간이 짧았다며 3차 핵실험 때와 같은 기술 수준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폭탄 소형화 능력을 어느 정도 갖췄다면 실험 장소로 쓰인 갱도가 견딜만한 수준으로 증폭핵분열탄을 경량화해 실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한편 한국 국가정보원은 6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이번에 핵실험을 한 정확한 지점에 대해 2차와 3차 핵실험을 했던 풍계리 2번 서쪽 갱도에서 북동쪽으로 2㎞ 떨어진 이른바 ‘곁가지 갱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했다고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이 전했습니다.

북한은 풍계리의 동쪽과 서쪽에 ‘ㄴ’자 모양의 지하갱도를 뚫고 첫 핵실험은 동쪽 갱도, 2차와 3차 핵실험은 서쪽 갱도에서 실시했고 이후 남쪽과 북서쪽에 갱도를 추가로 뚫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1번 동쪽 갱도는 폐쇄돼 있고 2번 서쪽 갱도와 3번 남쪽 갱도는 실험 준비가 항상 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현재 3 개의 주 갱도가 있지만 주 갱도를 활용해 새롭게 파고들어간 곁가지 갱도가 몇 개가 있는지는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과거엔 핵실험 장소로 주 갱도를 사용하면서 관측장비 등을 갱도 밖에 노출시켜 위성을 통한 사전 탐지가 가능했지만 이번엔 미리 곁가지 갱도 내부에 관측 장비를 설치해 사전 노출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사전 노출 없이 기습적으로 실험을 감행한 것은 국제사회에 주는 충격을 극대화하고 한국사회 내부에 분열과 불안을 조장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