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의 한국사회 적응을 돕고 있는 서울의 민간단체가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문화 강좌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 탈북민들에게 아코디언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녹취:현장음]
서울 종로에 있는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 매 주말, 이 곳에서는 탈북민 3 명을 포함해 모두 6 명이 아코디언을 배우고 있습니다.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 즉 새조위의 신미녀 대표는 탈북민들의 정서적 안정과 취미활동을 위해 아코디언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신미녀, 새조위 대표] ”음악 하면 마음이 안정되고 정서적으로도 풍요롭게 될 수 있잖아요. 이 분들이 배우면서 아마 고향에 대한 향수도 있는 것 같아요. 북쪽에선 자기가 뭐 아코디언 배우고 싶다고 다 배우는 건 아닌데, 이 분들이 지금 여기 와서 배우는 분들 보니까요, 취미활동으로 아니면 직업으로 예술활동을 하시는 분들인데 자기가 악기를 하나 더 배워서 자기의 어떤 기량을 더 넓히려고 하는 부분도 있어요. 저희가 처음에는 마음의, 정서 안정을 했는데 목표가 또 생기더라고요. 아, 이 거는 보통 이제 남한 사람들이 아코디언 배우면 기초를 닦기 전에 유행가 먼저 해서, 유행가를 하는데요. 저희는 그러지 않고 기초를 먼저 탄탄히 한 다음에 그 다음에 동요하고 가곡을 위주로 좀 하면 오히려 더 정서 함양에 더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저희다 5 명으로 시작이 됐는데요, 지금 올해 두 달 째거든요.”
[녹취: 현장음]
한국에서는 아코디언이 일부 어르신들이 연주하는 악기로 인식되고 있는데요, 북한에서는 대중적으로 연주하는 악기입니다. 그러다 보니 탈북민들은 아코디언을 연주하면서 고향이 떠오르게 마련인데요, 탈북민 수강생들을 만나봤습니다.
[녹취: 탈북민 수강생] “저는 북한에서는 이런 지식도 없었고, 투자해야지만 하는 거니까 못했거든요.”
“북한에서 아코디언을 했는데, 교과서대로 못 배웠어요. 뭐 이것 저것 아마추어처럼 하다보니까 하나를 전공을 못했는데.”
어디든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악기 아코디언. 배워두면 활용하기 좋지만 익히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코디언은 오른편에 아흔 개가 넘는 단추가 있고 가락은 왼손으로 연주해야 하는데요, 피아노는 건반을 보면서 연주를 할 수 있지만 아코디언은 보지 않고 감각으로 연주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서 익숙해지기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립니다. 이 때문에 일대일로 지도 후 일주일 간 개인연습을 하고 다시 강사가 점검하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녹취: 현장음]
강사인 고정희 씨 역시 탈북민인데요, 고정희 씨는 평양에서 아코디언을 체계적으로 배웠고 탈북해서는 예술단 단장으로 활동하면서 4년 째 아코디언 강사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녹취: 고정희, 아코디언 강사] “북한에서는 이거를 대중악기로 사용을 했어요. 그래서 아무 공장, 기업소나 선전이나 아코디언이 빠지면 안돼요. 다 아코디언으로 반주를 했어요. 그런데 그게 한국에 오니까 여기는 문화가 발전해서 오케스트라나, 드럼이나. 아코디언이 별로 필요 없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몇 년 전부터 인가는 흘러간 옛 노래를 아마 아코디언으로 하는 그런 또 추세가 지금 온 것 같아요. 그래서 갑자기 저도 이렇게 시세가 날 줄 몰랐어요. 이제는 아, 어떤 방법으로 가르쳐야 되고 어떻게 이 순차적인 것도 또 새롭게 얻고. 요새는 일이 좀 너무 즐거운 것 같아요. 우리는 통일 아코디언이잖아요. 그러니까 여기에 맞게 남북한이 모여서 이제 연주회 노래도 거기 맞는 통일 노래를 하나 선정해가지고 남북한이 같이 무대에서 통일 노래를 하면 조금 더 의미 있을 것 같고, 모든 걸 다 떠나서. 돈이나 이런 걸 떠나서 남북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그런 장소에서 무대에서 같이 한 번 같이 공연하고 같이 통일 노래 부르고.”
회원들 중에도 한국에서 예술단원으로 활동하는 탈북민이 있는데요, 이 곳에서 체계적인 연주법을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합니다.
[녹취: 탈북 예술단원 수강생] “여기 새조위에서 지금 이 아코디언 교육을 하니까 이해 안 가는 부분을 보충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고요, 언어장벽이란 게 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대화를 하면서 같이 시간을 보낸다는 게 너무 즐겁고요, 우리가 한국 문화를 더 빨리 정착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삶의 여유를 누리고 싶어 시작한 50대 탈북 여성도 있습니다.
[녹취: 탈북민 수강생] “50이에요. 여기 대한민국에 와서는 자기가 열심히 해서 손에 자그마한 돈이라도 있으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자기가 열심히 시간을 쪼개면 성공할 수 있는 길, 얼마든지. 여기서 취미생활, 한국 분들이 회사를 그만 두고도 그 취미생활도 하면서 즐겁게 지내는 걸 보니까 너무 부럽고 본받아야 된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제가 마음 먹었어요.”
수강생들 중에는 탈북민이 아닌 사람도 있는데요. 춘천에서 아코디언을 배우기 위해 매 주말 서울에 온다는 어르신을 만나봤습니다.
[녹취: 한국인 수강생] “공무원 정년 퇴임을 했어요. 내 시간이 많잖아요. 뭔가를 좀 해야 되겠다. 취미활동도 해야 되겠고, 자기 개발도 해야 되겠고. 여러 가지 시간을 보내기 위한 걸 생각을 하다가 우연히 기회디언을 접하게 됐어요. 그래서 이제 아코디언을 배우게 됐지요. 보통 힘든 게 아니에요. 대개가 그렇게 말을 해요. 악기 중에서 제일 힘든 게 아코디언이라고. 해 보니까 진짜 쉽지가 않아요. 많으면 한 시간 정도 혼자 연습을 하고 그렇게 해요.”
[녹취: 현장음]
새조위에서는 앞으로도 아코디언 강습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고요, 올해 연말에는 아코디언 공연으로 봉사활동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