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 등 아시아 문제, 미 대선서 주목 못 받아"

12일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에서 ‘2016 아시아 전망’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보니 글레이저 선임연구원,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 마이클 그린 CSIS 부소장 겸 일본 석좌.

북한의 4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문제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북한 핵 위협이 미국인들에게 먼 나라 일처럼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북한 핵 실험을 비롯한 아시아 문제는 우선순위에 들지 못한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분석했습니다.

12일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에서 열린 ‘2016 아시아 전망’ 토론회에서 보니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국내 현안은 부각된 반면 외교 사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글레이저 연구원] As we’ve seen in the debate so far, Asia has not been at the top of ..

글레이저 연구원은 “지금까지 토론을 지켜보면 외교에서도 아시아 문제는 우선 순위에 꼽히지 못했다”며 “한반도에서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한 그나마 중국 문제가 가장 많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글레이저 연구원은 대선 후보들이 중국의 부상에 미국이 어떻게 협력하고 견제할 것인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치권에서는 아시아 정책을 둘러싸고 민주, 공화 양당 사이에 큰 이견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이클 그린 CSIS 부소장 겸 일본 석좌는 미국인들이 아시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먼 나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그린 석좌] A car bombing in Europe or Middle East does. Which any American can..

그린 석좌는 “유럽이나 중동에서 차량 폭발 테러가 일어나면, 모든 미국인들은 자신의 동네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상상하며 겁에 질린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추상적이고 지정학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입니다.

그린 석좌는 북한 핵실험도 김정은의 기이한 이미지가 덧입혀져 별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도 북한 문제가 대선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동의했습니다.

[녹취: 차 석좌] It will only be in the sense that it will be used as a foil to hit other candidates..

후보자들이 서로 공격하는 구실로만 북한이 언급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차 석좌는 이같이 북한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 것이 나쁜 일 만은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선거 유세 과정에서 어떤 현안이 정치화되면, 후보들은 분위기에 휩싸여 뭔가 입장을 밝히고, 나중에 그 입장에 발목이 잡힌 다는 것입니다.

차 석좌는 그러면서 1년 후에는 누가 대통령이 되던간에 기하급수적으로 악화된 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차 석좌는 북한이 이미 오바마 정부에는 관심을 끊고 핵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다음번 미국 대통령이 취임할 때는 무력시위를 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차 석좌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후 미국의 대북 제재의 범위는 과거보다 한층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무기 확산과 불법 금융뿐 아니라 사이버 공격과 인권 문제까지 결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차 석좌] How much the administration wants to jeopardize..

차 석좌는 하지만 대북 제재의 강도는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북한 문제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를 얼마나 훼손할 지는 정치적인 셈법이라는 것입니다.

차 석좌는 그러면서 지금으로서는 일본을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들이 모두 북한 문제를 뒷전으로 밀어놓고 싶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핵실험을 시작으로 봄에 있을 7차 노동당 대회, 가을에 있을 미국 대선까지 계속 위기를 고조시킬 것이라고 차 석좌는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