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종말시계' 자정 3분 전 유지...북 핵 위협 언급

26일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공개된 '지구종말시계'. 지난해와 같은 자정 3분 전을 가리키고 있다.

인류의 파멸을 경고하는 '종말시계(Doomsday Clock)'가 지난해에 이어 계속 자정 3분 전으로 유지됐습니다.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현대화 경쟁과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주요 위협 사안으로 지적됐습니다.

미국 핵과학자회보 (Bulletin of Atomic Scientists)는 26일 지구의 종말시계를 밤 11시 57분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종말시계는 자정을 인류 멸망의 때로 가정해 이에 대한 근접 여부로 지구가 얼마나 안전하고 위험한지를 측정합니다.

핵과학자회보의 레이첼 브론손 발행인은 이날 워싱턴의 외신기자클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학자들이 진지한 논의 끝에 시간을 자정 3분 전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브론슨 발행인] "the clock remains at 3 minutes to midnight..."

브론손 발행인은 종말을 뜻하는 자정에 불과 3분이 남은 것은 지난 20년 사이 인류의 안전이 가장 큰 위험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로렌스 클라우스 핵과학자회보 공동 이사장은 이날 회견에서 지난해는 인류의 안전에 대한 긍정과 부정적인 소식들이 혼재된 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브론슨 발행인] "In spite of some positive news, in particular, the Iran nuclear agreement and Paris climate change..."

이란 핵 합의와 파리 기후변화협정 타결 등 일부 긍정적 소식이 있었지만 미국과 러시아 간 핵 긴장이 높아지고 북한의 핵 상황은 더 악화됐으며 인도와 파키스탄 관계도 여전히 높은 긴장 상태에 있다는 겁니다.

클라우스 이사장은 이런 위험들을 낮추기 위한 6가지 방안 가운데 하나로 북한 핵 위험을 낮추기 위한 국제사회의 개입을 제시했습니다.

[녹취: 브론슨 발행인] "Three, engage North Korea to reduce nuclear risks..."

이날 회견에서는 북한의 고립에도 불구하고 최근 북한이 실시한 4차 핵실험이 핵무기 확산 위협을 높이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핵과학자회보는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 현대화에 투입하는 지출을 크게 줄이고 핵 군축 노력을 다시 북돋아야 하며, 파리 기후변화협정이 철저히 이행되도록 노력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핵과학자회보는 종말시간이 자정 3분 전으로 유지됐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 아니라고 거듭 경고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핵과학자들 뿐아니라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과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등 전직 미 고위 관리들이 화상으로 참석해 핵 위협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종말시계’는 미국의 핵 개발에 처음 참여했던 과학자들이 설립한 핵과학자회보 (BAS)가 1947년부터 해마다 발표하고 있습니다.

시간 결정의 핵심은 핵무기와 기후변화, 사이버 등 여러 신기술로 인한 위협입니다.

핵과학자회보는 올해 시간을 결정하는 데 이사진과 노벨상 수상자 16명 등 자문단이 참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종말 시계의 시침은 지난 70여 년 사이 20여 차례 조정됐습니다.

종말에 가장 근접한 때는 지난 1953년으로 미국과 옛 소련이 수소폭탄 실험을 하며 긴장이 높아져 자정 2분 전까지 다가갔었습니다.

반면 냉전이 끝났던 1991년은 밤 11시 43분으로 후퇴해 지구가 가장 안전했던 때로 기록됐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