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장관이 제재 대상으로 밝힌 북-중 교역 실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27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공동기자회견하는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를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구체적인 제재 내용을 언급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김정우 기자와 함께 어제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케리 장관이 직접 밝힌 제재 방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케리 장관이 대북 제재 내용과 관련해 무슨 얘기를 했나요?

기자) 네, 케리 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4 시간 넘게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는데요. 이 자리에서 효과적인 대북 제재에 대해 언급하면서 북-중 간 물품과 서비스 교역의 제한을 강조했습니다. 케리 장관은 좀더 구체적으로 북-중 간 선박과 항구에서의 움직임, 그리고 석탄과 원유 등 물자 교류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줄곧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대북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는데요, 케리 장관이 언급한 내용들이 안보리에 제출된 결의안 초안에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케리 장관이 북-중 간 물품과 서비스 교역의 제재를 언급한 건, 북한경제에서 대중국 교역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교역이나 중국이 제공하는 지원이 없으면 북한 체제가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할 정도입니다. 북한이 대외교역에 나서는 이유가 나라 살림을 꾸리는데 필요한 외화를 벌려고 그런 건데요. 북한의 외화벌이 사업을 대개 5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먼저 북-중 교역과 남북경협, 그리고 기타 나라들과의 교역이 있고요. 또 관광 같은 기타 분야와 노동자 해외 송출을 들 수 있는데, 이 가운데 역시 북-중 교역이 북한의 외화벌이 사업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참고로 북한의 대중 수출 규모는 2015년 상반기까지 약 11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케리 장관이 중국에 요구하는 제재 대상에는 위에서 말한 북한의 외화벌이 방법 가운데 북·중 교역만 들어가는 겁니까?

기자) 북-중 간 교역은 당연히 포함되고요, 서비스 분야를 언급한 것으로 볼 때 중국에 북한 노동자를 보내거나 북한이 중국 관광객을 받는 것도 넓은 의미의 교역으로 쳐서 제재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원유 지원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대외교역에서 대중국 무역이 어느 정도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까?

기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무역진흥기구인 코트라의 집계를 보면요. 2014년 기준으로 대중 무역이 북한 대외무역의 9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의 보니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 하원이 주관한 청문회에서 북한이 필요한 원유의 70%와 소비재의 80%, 그리고 식량의 45%를 중국이 제공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직접투자도 거의 95%가 중국에서 나온 겁니다.

진행자) 반면에 북한은 중국에 주로 어떤 물건들을 수출하는지 궁금하네요?

기자) 네. 북한의 대중국 수출품은 규모별로 분류하면 대체로 광산물과 의류, 수산물, 그리고 기타 항목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진행자) 광산물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들이 있습니까?

기자) 북한에 풍부하게 묻혀있는 석탄, 특히 무연탄을 들 수 있고요. 또 철광석도 빼놓을 순 없겠죠? 사실 이 석탄과 철광석 같은 광산물이 북한의 주력 수출품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상반기 기준으로 북한이 광산물 약 7억 달러어치를 중국에 팔았는데요, 지난해 북한의 전체 대중교역액 가운데 약 60%에 달하는 액수입니다.

진행자) 그럼 나머지 품목들은 대중 수출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나요?

기자) 네. 역시 2015년 상반기 기준으로 의류가 약 3억 달러로 26%를 차지했고요. 수산물이 약 4천만 달러로 3.6%, 그리고 기타가 약 1억3천만 달러로 11.7%를 차지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북·중 교역에서 특히 북한의 광산물 수출만 막아도 북한에 대한 제재 효과가 상당하겠군요?

기자) 물론입니다. 만일 그렇게 되면 북한이 중국에 수출해서 벌어들이던 돈의 절반 이상이 없어지는 셈이니까 북한에는 굉장한 타격이겠죠.

진행자) 자. 대중국 수출 외에도 중국에 노동자를 파견해서 북한이 외화를 번다고 했는데, 현재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수가 얼마나 되는 겁니까?

기자)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단지 추정만 할 수 있는데요. 중국 관광정책을 담당하는 국가여유국이 발표한 통계를 보면요. 지난 한 해 취업 목적으로 중국에 입국한 북한 주민은 총 9만4천 명 정도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국과 북한을 오가는 교통편에서 일하는 승무원이 들어가 있으니까 이런 사람들을 빼면 실제 취업자 수는 줄어들텐데요. 전문가들은 2015년 기준으로 북한인 수 만 명이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진행자) 북한이 중국에 노동자를 파견해서 벌어들이는 외화가 어느 정도 된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그것도 추정만 가능한데요. 한국 통일연구원의 김석진 북한연구실장이 계산한 바로는 중국 뿐만 아니라 러시아까지 포함해서 노동자 송출로 북한이 연간 수 억 달러를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액수는 대중국 의류 수출이나 개성공단에서 나오는 수입보다는 많지만, 광산물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에 비하면 훨씬 적습니다.

진행자) 앞에서 관광도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 가운데 하나라고 했는데, 북한을 찾는 중국 관광객의 수는 어느 정도 되나요?

기자) 네.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사로는 2012년에 북한을 여행한 중국 관광객이 5만에서 6만 명 정도고요. 여기서 북한이 약 2천만 달러에서 3천만 달러 정도의 수입을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 최근 나온 연구는 북한이 2014년에 관광객 유치를 통해 약 3천만 달러에서 4천만 달러 사이의 수입을 올렸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데요. 이런 액수는 중국을 상대로 한 북한의 외화벌이 사업에서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아닙니다.

진행자) 앞서 미국이 생각하는 대북한 제재 대상에 중국이 지원하는 원유도 들어간다고 했는데, 원유와 관련해 북·중 교역량은 어느 정도 되는 겁니까?

기자) 공식적으로는 중국이 북한에 원유를 수출하지 않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관련 통계를 보면 해당 항목이 항상 '0'으로 나오는데요. 하지만 중국은 북한에 무상이나 차관 형태로 계속 원유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해 9월에 한국 국회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2015년에도 중국이 예년 수준인 약 50만t의 원유를 북한에 제공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진행자) 자, 정리를 해보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밝힌 제재 대상에는 여러 분야가 포함되는 셈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가장 먼저 북한과 중국의 무역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겠고요. 그밖에 중국으로의 노동자 송출이나 북한 관광 같은 넓은 의미의 교역, 그리고 북한에 대한 원유 지원도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