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언론들, 북한 관광 안전·윤리 문제 제기

지난해 6월 평양 국제공항에서 승객들이 고려항공 여객기에 탑승하고 있다. (자료사진)

미국 대학생이 최근 북한 관광 중 체포된 뒤 서방언론들이 북한 관광에 대한 안전과 윤리적 문제 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관광수칙만 잘 지키면 매우 안전한 곳이라는 지적과 북한 당국이 관광객을 정치적 볼모로 붙잡거나 선전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함께 지적됐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광은 미국인들에게 정말 안전한가?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북한 당국의 선전도구로 활용되는 것은 아닌가?”

미국 버지니아주립대학 학생인 프레데릭 왐비어 씨가 평양 관광을 갔다 지난 2일 체포된 뒤 미국 주요 언론들이 북한 관광의 실체를 자세히 진단하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2일 왐비어 씨가 반공화국 적대행위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AP 통신'의 에릭 탈매지 평양지국장은 28일 칼럼에서 왐비어 씨의 체포가 북한을 방문하는 미국 관광객들에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북한 정권의 정치적 게임에 볼모가 되는 게 아닌가라는 의문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탈매지 국장은 그러나 왐비어 씨 체포에도 불구하고 북한전문 여행사들은 북한 관광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며 기존의 관광 계획을 취소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행사들은 미국 관광객 거의 대부분이 안전하게 여행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겁니다.

왐비어 씨의 북한 관광을 담당한 ‘영 파이어니어 투어스’는 지난 8년 간 관광객 7천 명의 북한 관광을 주선했지만 사고가 난 경우는 왐비어 씨가 처음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북한전문 여행사인 ‘우리 투어스’의 안드레아 리 대표는 해마다 1천 명의 고객을 상대하고 있지만 사고는 과거 관광비자를 일부러 찢어 체포됐던 매튜 밀러 씨가 유일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북한에서 발생한 모든 체포는 전후 사정이 다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과거 북한을 관광했던 미 대학생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관광수칙만 잘 지키면 큰 무리가 없었다는 이들의 경험담을 전했습니다. 성경 등 종교 관련 물품을 반입해 배포하지 말고 여행 중에는 무리에서 절대 이탈하지 않으며, 사진 촬영에 대한 금지 사항 등을 잘 지키면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수칙들은 사실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하고 현지인들과 자유롭게 대화하며 사진도 보안시설이 아니면 마음껏 촬영할 수 있는 일반적인 국제 관광 실태와는 크게 다른 겁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단체로 북한을 방문했던 미 컬럼비아대학의 일부 학생들은 이 신문에 법만 지키면 문제될 게 없었다며, 북한 관광은 교육과 문화 등 여러 차원에서 자신들에게 가치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신문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교육적 차원에서 북한을 찾는 서방 학생들이 수 백 명에 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도 과거 북한을 찾았던 서방 관광객들을 인용해 안전에 대한 이중성이 북한에 존재한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관광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오로지 한 호텔에만 머물며 사진조차 맘껏 찍을 수 없을 뿐아니라 미국인은 어떤 이유로든 구금될 수 있는, 느긋하게 갈 관광지는 아니지만 내부 수칙만 잘 지키면 안전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등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은 안전 문제를 장담할 수 없다며 북한을 여행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는 특히 단체여행도 구금 혹은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고 캐나다 외무부는 아예 어떤 이유로도 북한을 방문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왐비어 씨 체포를 계기로 북한 관광의 윤리적 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의 ‘가디언’ 신문은 지난해 심층취재했던 북한 관광에 대한 ‘관광 혹은 프로파간다’ 기사를 최근 다시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신문은 일부 탈북자들을 인용해 외부인은 북한 주민과 제대로 대화할 수 없고, 보고 움직이는 모든 게 통제되기 때문에 관광객은 북한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국제사회에서 주목을 받았던 책 ‘7개 이름을 가진 소녀’의 저자인 탈북자 이현서 씨는 이 신문에 북한 관광은 북한 정권의 체제유지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윤리적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서방 관광객들에게 의무적으로 김일성 부자 동상을 방문해 인사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북한 주민들에게는 세계 각지의 외국인들이 친애하는 지도자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선전하고 있다는 겁니다.

많은 탈북자들은 아직 세상에 대해 잘 모르고 정치적으로 의식이 깨이지 않은 북한 주민들에게 이런 “외국인 순례자들”의 모습은 매우 효율적인 세뇌 도구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적지 않은 관광 비용이 북한 정부에 들어가 독재체제 유지에 기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안전 문제 역시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북한 당국은 정치적으로 목적이 있을 때 외국인을 거리낌 없이 인질로 잡아 협상 도구로 삼거나 체제선전에 활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26일 ‘VOA’에, 북한은 과거 정치적 목적으로 외국인을 납치한 전례들이 있다며 왐비어 씨 체포 역시 대미 외교의 협상으로 활용하기 위해 억류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많은 미국인들이 계속 북한 관광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게 더 놀랍다며, (왐비어 씨 체포처럼) 북한 정부의 이런 독단적인 조치에서 이들을 보호할 수단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가디언’ 신문은 10년 전에 불과 수 백 명에 불과했던 서방 관광객들이 지난해에는 5-6천 명으로 크게 늘었고, 중국 관광객은 10만 명으로 추산되는 등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고 전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