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앞두고 공화당 분열 심각'

지난달 15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부터), 테드 크루즈, 젭 부시 후보가 설전을 벌였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내부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김현숙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첫 소식 보겠습니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의 대선 후보들이 열띤 선거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공화당에서는 현재 사업가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텍사스 출신 연방 상원의원인 테드 크루즈 의원이 지지율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요. 이 두 후보가 선전하는 것이 공화당의 분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분석이 나오고 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트럼프 후보나 크루즈 후보는 보수주의를 내세우고 있기는 하지만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표방해오던 보수주의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는 겁니다. 주류 공화당 세력은 이 두 후보가 공화당의 보수 가치를 대변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이 두 후보가 높은 지지율을 보이면서 내부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면에서 두 후보가 전통적인 공화당의 가치와 달리하고 있다는 건가요?

기자) 네, 우선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이전부터 전형적인 보수주의자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과거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의 유력 인사들에게 선거자금을 기부한 것으로 드러났고요. 또 중남미계 이민자들을 비하하거나 이슬람신자들, 즉 무슬림의 입국을 완전히 막겠다는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고 쏟아내고 있는데요. 이런 극우주의적인 태도는 공화당의 보수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테드 크루즈 의원의 경우도 강경한 이민정책을 펼치고 공화당 내 기성세력을 비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으면서 공화당의 전통 가치를 따르는 사람이 아닌, 극단주의자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공화당 기성세력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두 후보의 지지율은 여전히 높은데요. 그만큼 공화당원들의 마음을 사고 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후보나 크루즈 후보의 유세현장에 가면 수백, 수천 명의 지지자가 몰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들 지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반감이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껏 전통 공화당 정치인을 지지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고 오히려 자신들의 삶이 더 나빠졌다는 건데요. 하지만 트럼프 후보나 크루즈 후보는 보수적인 가치를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실행에 옮겨줄 수 있는 후보들이라는 일종의 믿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지지자들의 생각이 이렇다면 이 두 후보의 지지자들 중에는 아무래도 일반 서민들이 많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고졸 학력에, 제조업에 종사하는 백인 남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들은 특히 공화당 주류가 추진하고 있는 자유 무역이나 친 이민 정책 등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이 자유 무역을 추진하면서 일자리가 줄었고 또 불법 이민자들로 인해 일자리를 빼앗기거나 임금이 줄었다는 불만과 함께 이민자들이 빠른 속도로 유입되면서 미국 내 인구 지형이 바뀌는 데도 불만이 있다는 거죠. 그런데 트럼프 후보는 이들의 불만에 동의하고 정책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인물로 보고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하지만 전통적인 공화당원들 중에는 변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요?

기자) 맞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후보가 공화당의 대선후보가 되면 주류와 비주류 공화당 세력 간의 분열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노동자 계층 공화당원의 요구로 인해 공화당이 자유무역이나 미국의 해외문제 개입에 반대하고 좀 더 국수주의적이고 또 국경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기성 공화당의 기조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공화당 대선후보에 출마했다가 지난달 경선 포기를 선언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공화당의 분열과 관련해 뼈있는 한마디를 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럼프 후보나 크루즈 후보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돼 대통령에까지 당선된다면 공화당 기성세력은 공화당이 무엇을 대표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트럼프 후보나 크루즈 후보가 대선에서 진다면 이 두 후보의 지지자들이 그동안 공화당을 발전시켜온 전통적 가치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이런 노력이 뒤따른다면 공화당은 다시 하나가 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공화당은 영원히 분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공화당의 이런 분열에 또 불씨를 당기는 사람이 등장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더군요? 바로 새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새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화요일(19일)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선언했죠. 페일린 주지사의 경우 당시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부통령 후보로 지명할 때만 해도 존재감이 미미했던 정치인이었습니다. 또 결국 대선에서도 실패했는데요. 하지만 풀뿌리 보수 운동인 ‘티파티’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 내 기성세력과는 썩 좋은 관계에 있지를 못했다고 하네요. 그런 페일린 전 주지사가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면서 트럼프 후보는 보수적이고 기득권에 반대하는 인물이라는 효과를 얻게 됐지만 공화당 내 분열은 더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와중에 주류 공화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공화당의 분열에 일침을 가했는데요. 특히 테드 크루즈 의원이 공화당 대선후보가 돼선 절대 안 된다고 밝혀서 화제가 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1996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밥 돌 전 캔자스 주 상원의원이 그렇게 말했는데요. 돌 전 의원은 올해 92살로 연방 상, 하원의원 경력이 35년에 이르는 유명 정치인입니다. 돌 전 의원은 수요일(20일) 한 인터뷰에서 테드 크루즈 의원이 공화당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가 되는 건 대재앙이자 당에 광범위한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밥 돌 전 의원은 그러면서 크루즈 의원이 과연 공화당에 얼마나 충성심이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크루즈 의원의 입에서 ‘보수적’이라는 말만 들었지 ‘공화당’이라는 표현을 들은 적은 거의 없다며 크루즈 의원은 과격주의자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밥 돌 전 의원은 크루즈 의원보다는 트럼프 후보가 더 낫다고 말했다면서요?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후보도 전통적인 공화당의 가치를 지닌 사람은 아니지만 일단 성격이 좋은 것 같고, 사업가 출신으로 ‘협상의 달인’이라는 평가가 있는 만큼 의회와 일을 잘해낼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공화당 기성세력을 대표하는 돌 전 의원은 어떤 후보가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나요?

기자) 네, 돌 의원은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야말로 진실하고 정직하며 정치적 경력도 있는, 대통령으로서 최적의 인물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부시 후보가 아직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낼 결정적인 계기를 아직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돌 의원은 또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주 상원의원과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에 대해서도 호의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크루즈 의원이 돌 전 의원에게 미운털이 제대로 박힌 것 같은데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앞서 크루즈 의원이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기성 정치인들을 비판하면서 밥 돌 전 의원의 이름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돌 의원이 마음이 상했다고 하는데요. 게다가 크루즈 의원은 상원 회의장에서 공화당 지도부를 향해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곤 하는데, 불만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찾아가서 말해야지 어떻게 공개적으로 같은 당 지도부를 향해 그 같은 표현을 쓰냐며 크루즈 의원은 대통령이 돼도 의회와 함께 일하기 힘들 거라며 쓴소리를 쏟아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