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토론회, 흑인 표심 공략...오리건 시위대 연방시설 점거 종결

11일 열린 민주당 대통령 후보 6차 TV 토론회에 참석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오른쪽)과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이 토론회에 앞서 손을 흔들고 있다.

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김현숙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목요일(11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 6차 TV 토론회가 열렸는데요. 이 자리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먼저 살펴봅니다. 이어서 오리건 주에서 벌어진 무장 시위대의 연방 시설 점거 사태가 6주 만에 마무리됐다는 소식, 또 오바마 대통령이 미 서부 캘리포니아 주의 사막 지대에 국립기념지 세 곳을 추가로 지정했다는 소식, 차례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첫 소식 보겠습니다. 민주당 후보 토론회가 또 한 차례 열렸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목요일(11일) 미국 중서부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 6차 TV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공영방송 PBS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민주당의 남은 두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이 참가했는데요. 토론회는 위스콘신 주에서 열렸지만, 후보들 관심은 네바다 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듯했다는 게 언론의 분석입니다.

진행자) 민주당이 다음 주 토요일(20일)에 서부 네바다 주에서 당원대회를 열고 그 다음 토요일(27일)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예비선거를 실시하는데요. 다음 경선지를 염두에 두고 토론회에 임했다는 얘기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네바다 주는 흑인과 아시아계, 중남미계 등 소수계 주민의 비율이 높고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는 흑인이 많이 사는데요. 클린턴 후보와 샌더스 후보 모두 흑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들을 거론했습니다. 두 후보가 한 말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샌더스 후보-클린턴 후보] “Today a male African-American baby born today…

기자) 네, 샌더스 후보는 오늘 태어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자 아기는 4명 중 1명꼴로 교도소에 수감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런 문제를 더는 간과할 수 없으며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클린턴 후보는 형사 사법제도 개혁과 교도소 수감 문제를 얘기할 때는 흑인들을 위한 일자리와 교육, 주택 문제 등 건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한 다른 문제들도 함께 다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동안 샌더스 후보는 클린턴 후보가 정치 후원기구인 슈퍼 팩, 슈퍼정치행동위원회와 거대 금융기관으로부터 선거자금을 받는다며 비판해왔는데요. 이런 얘기도 나왔습니까?

기자) 네, 클린턴 후보는 기업 후원금을 받는다고 해서 그들에게 영향 받는 것은 아니라면서 오바마 대통령을 예로 들었습니다.

[녹취: 클린턴 후보-샌더스 후보] “When it mattered, he stood up and took on Wall Steet…

기자) 클린턴 후보는 바락 오바마 대통령 역시 슈퍼 팩과 금융기관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았지만, 필요할 때는 도드-프랭크 법안을 승인하는 등 월가 금융권에 맞서 개혁 조처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도드-프랭크 법은 지난 2008년에 발생한 금융 위기 같은 사태가 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지난 2010년에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가 발표한 광범위한 금융개혁법을 말하는데요. 그러자 샌더스 후보는 미국인들을 바보 취급하지 말라고 반박했습니다. 월가 금융권이 2천억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냈지만, 고위 경영진 가운데 기소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샌더스 후보는 선거운동 내내 이런 거대 기업에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해 왔죠?

기자) 맞습니다. 샌더스 후보는 소득 불균형을 미국 사회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고요.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 제도인 오바마케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현 민간보험 회사 중심의 건강보험 제도를 국가가 관리하는 단일 건강보험 제도로 바꿀 것을 주장합니다. 또 공립대학 무상 교육을 공약으로 내놓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클린턴 후보는 이런 샌더스 후보의 안이 지나치게 돈이 많이 든다면서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지난 경선 결과를 보면, 아이오와 주에서는 클린턴 후보가 아주 근소한 차이로 가까스로 이겼고요. 뉴햄프셔 주에서는 샌더스 후보가 20% 포인트가 넘는 큰 표차로 승리를 거뒀는데요. 이 두 주에서는 샌더스 후보가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다음 경선 무대인 네바다 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들이 이렇게 보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는 주민의 대부분이 백인인데요.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앞서 말씀 드렸듯이 소수계 주민, 흑인의 비율이 높습니다. 특히 흑인들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데요. 클린턴 후보가 이 점을 의식해서인지 오바마 대통령과의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샌더스 후보가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한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이어갈 사람은 자신이란 점을 내세웠습니다.

[녹취: 클린턴 후보-샌더스 후보] “That kind of criticism we heard from Senator Sanders…

기자) 샌더스 후보가 오바마 대통령을 가리켜 ‘약하다’는 식으로 비판하는데, 그런 비판은 민주당 후보가 아니라 공화당 후보 입에서나 나올 말이란 겁니다. 그러자 샌더스 후보는 비열한 중상모략이라면서 오바마 대통령을 상대로 대통령 선거에 나간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클린턴 후보였다고 꼬집었습니다.

진행자) 자, 전문가들은 이번 토론회 승자로 누구 손을 들어줬습니까?

기자) 네, 대체로 국내 정책 분야에서는 샌더스 후보가, 대외 정책 분야에서는 클린턴 후보가 강세를 보였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승자로 꼽았는데요. 지난 화요일(9일)에 열린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22% 포인트 차이로 샌더스 후보에게 크게 패했지만,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차분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로 질문에 대답해 지지자들을 안심시켰다는 거죠. 반면에 샌더스 후보는 이미 자신을 지지하는 후보들뿐만이 아니라, 소수계 유권자 등 새로 지지자들을 끌어들여야 했는데, 그럴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을 보이진 못했다고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이번이 네바다 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경선 전의 마지막 토론회였죠?

기자) 그렇습니다. 다음 민주당 대통령 후보 토론회는 3월 6일에 미시간 주에서 열립니다. 공화당은 토요일(13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아홉 번째 토론회를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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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 북서부 오리건 주에서 벌어진 무장 시위대의 연방 시설 점거 사태가 드디어 끝났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목요일(11일) 오리건 주 멀루어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 시설에 남아있던 4명이 투항하면서 41일 동안 계속됐던 사태가 마무리됐습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4명에게 중범죄 혐의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난 수요일(10일) 경찰과 FBI가 보호구역 주변을 포위했죠. 남아있던 사람들이 목요일(11일) 중에 나오겠다고 밝히면서 곧 사태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마지막까지 저항한 사람이 있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지 시각으로 11일 오전 10시에 남아있던 사람들 가운데 3명이 손을 들고 나왔는데요. 하지만 데이비드 프라이란 이름의 20대 시위자가 자살하고 싶다면서 저항했습니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면서 당국에 체포되느니 자유로운 사람으로 죽고 싶다고 말했는데요. 결국, 1시간쯤 뒤에 “할렐루야”를 외치면서 나왔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이 인터넷을 통해서 생중계됐다고 하던데요.

기자) 맞습니다. 약 3만 명이 접속해서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남아있던 시위자들을 설득하는 데 미셸 피오레 네바다 주 의원과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가 큰 역할을 했고요. 또 보수 반정부 운동가인 크리스앤 홀과 개빈 세임 씨 등이 시위자들과 대화를 하면서 투항하라고 설득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해서 거의 6주 동안에 걸친 무장 시위대의 연방 시설 점거 사태가 끝났는데요. 이번 사태가 일어난 이유, 과정 등을 다시 한 번 짚어볼까요?

기자) 네, 지난 1월 2일, 네바다 목장주 애먼 번디와 라이언 번디 형제가 이끄는 무장 시위대가 멀루어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들어가서 시설을 점거했습니다. 이들은 연방 정부의 간섭이 지나치다면서 연방 정부 소유지를 지방 정부에 넘기라고 요구했는데요.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몇 달이든 무기한 농성을 벌이겠다고 다짐했죠. 특히 연방 정부 소유지에 불을 지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해먼드 부자를 석방하라고 요구했는데요. 정작 해먼드 부자는 시위대의 이런 행동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었죠.

진행자) 당국이 대화를 통해서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는데요. 하지만 앞서 체포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당국이 지난달 26일, 이번 사태 주동자 번디 형제 등 8명을 체포했습니다. 이들이 지역 사회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보호구역에서 나오자 도로를 가로막고 체포한 건데요. 대부분 순순히 체포됐지만, 이 과정에서 저항하던 무장 시위대원 1명이 숨지고 다른 1명이 다쳤습니다. 당국은 숨진 시위자가 총을 꺼내려고 해서 발포했다고 밝혔죠. 수감된 뒤에 번디 형제는 농성 현장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투항하라고 촉구했는데요. 그동안 모두 12명이 체포됐는데, 끝까지 저항하던 네 사람이 이번에 나온 겁니다. FBI는 무력 사용과 협박, 위협으로 경찰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모의한 혐의로 16명을 기소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번디 형제의 아버지도 체포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번디 형제의 아버지 클라이븐 번디가 시위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수요일(10일) 오리건 주에 왔는데요. 포틀랜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당국에 검거됐습니다. 네바다 목장주인 클라이븐 번디는 여러 해 동안 연방 정부 소유지에서 불법 방목을 해왔는데요. 이를 단속하기 위해 정부 관리가 들어오려 하자, 들어오면 총을 쏘겠다면서 아들들과 함께 무장 시위를 벌였습니다. 당시 연방 정부 당국이 물러나는 것으로 사태가 일단락됐는데요. 클라이븐 번디는 2014년 사건과 관련한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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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죠. 오리건 주에서는 연방 정부의 권한 남용을 비난하면서, 연방 정부 소유지를 지방 정부에 넘기라는 시위가 일어났는데요.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금요일(12일) 연방정부가 관할하는 국립기념지를 추가로 지정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 서부의 사막 지역 세 곳을 연방 정부의 기금을 지원받아 보호, 관리되는 ‘국립기념지’(National Monument)로 지정했습니다. 산맥과 화산유암, 그리고 사구를 포함해 총면적이 1백80만 에이커, 그러니까 약 7천3백 제곱미터에 이르는데요. 이로써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연방 정부 보호 구역으로 지정한 육지 면적은 두 배로 늘어났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단독 권한으로 천연기념물을 지정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네,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해 가능합니다. 지난 여름 캘리포니아 주를 대표하는 상원의원 중 한 명인 민주당의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이 지난 1906년에 제정된 연방 유물법에 근거해 해당 지역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줄 것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요청했는데요. 앞서 이 지역을 국가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환경운동가들과 탄광회사, 그리고 사냥꾼들 사이의 불화로 법제화가 좌절됐다고 합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여름에도 미국 내 여러 곳을 국립기념지로 지정한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와 네바다 주, 그리고 텍사스 주의 약 4천 제곱미터에 이르는 지역을 국립기념지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공화당 의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생태학적으로나 역사적, 문화적으로 의미가 큰 지역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행정명령을 과도하게 사용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번에는 지역 상원의원들이 지지하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적다고 뉴욕타임스 신문이 전했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립기념지를 계속 지정하고 있다는 건 오바마 대통령이 환경 문제에 얼마나 관심을 두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백악관 측은 미래 세대를 위해 환경을 보호하고 또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을 취하겠다는 행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태평양의 방대한 지역을 해양 보호 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는데요. 이때까지 오바마 대통령이 연방 정부 보호 구역으로 지정한 육상과 해상 지역의 총면적은 무려 1백만 제곱미터가 넘습니다. 이로써 오바마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너른 지역을 연방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대통령이 됐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에 지정한 지역들은 어떤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일까요?

기자) 네, 이번에 지정된 지역은 이미 연방 정부가 관할하고 있는 지역들과 일부 연결이 되는데요. 가장 너른 지역은 ‘모하비 트레일 국립기념지’라고 합니다. 고대 미국 원주민 인디언들의 무역로와 2차 세계 대전 당시 군인들의 훈련장이 이곳에 있고요. 미 중부의 시카고에서 서부의 LA를 횡단하는 유명한 66번 국도가 이 지역을 지나가는 등 역사적으로 큰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백악관은 설명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퇴임하기 전에 추가로 국립기념지를 지정할 계획인데요. 후보지 가운데는 번디 일가가 무장 투쟁을 벌인 네바다 주 골드 버트 지역도 포함돼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김현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