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 직권상정 반대 '무제한토론'...국방부, 군대 화법 개선 지침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24일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무제한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는 ‘서울통신’, 오늘도 VOA 도성민 기자 연결돼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 한국 국회에서 유례없는 ‘무제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는데, 오늘은 이 소식부터 들어보지요.

기자) 한국 국회에서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활동에 관심이 없던 국민들도 지금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되고 있는 장시간의 토론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보통 소수당이 다수당을 견제하기 위해서 합법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계속 토론을 이어가는 ‘무제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는 것인데요. 한국 사람들에게는 익숙지 않은 ‘필리버스터(Filibuster)’라는 단어가 하루 종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주요 검색어에 올라와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 국회의 무제한 토론, 언제부터 시작된 것이고, 무엇 때문에 시작된 것입니까?

기자)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Filibuster)’이 시작된 것은 어제(23일) 저녁 7시 8분부터였습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상정한 ‘테러방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시작된 것인데요. 24시간이 지난 이 시각에는 네번째 야당 의원이 연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진행자) 24시간이 지났는데 연사가 4명이라는 것, 한 의원이 평균 6시간 정도를 연설했다는 계산이 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서서 국회의원들을 향해 테러방지법을 직권 상정된 것에 대한 반대의견을 피력해 온 의원들이 일약 스타가 됐습니다. 최근 TV드라마의 한 소재로 나오기도 했던 국회의원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가 실제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놀라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각 의원들이 경신하고 있는 새로운 기록과 이틀째 불이 꺼지지 않는 국회와 야당 국회의원들의 활동에 일반 국민들이 시선을 모으고 있습니다.

진행자) 무제한 토론의 새로운 기록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요즘 한국사람들에게는 국회에서의 무제한 토론은 생소한 것입니다.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폐지 됐었고,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 제정된 이후 처음 실시되는 것이기 때문인데요. 토론의 첫 주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의 김광진(36)의원이 5시간 32분 동안 연설을 이어갔고, 두 번째 주자인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이 1시간 50분, 그 다음 연사인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오늘 새벽 2시30분부터 낮 12시48분까지 무려 10시간 18분간 연설을 했으며, 이 시각에는 4번째 주자인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연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첫 주자는 고 김대중 전대통령이 세웠던 1964년 4월의 5시간 19분 연설기록을 넘어섰고, 3번째 주자인 은수미의원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고, 간간히 뻣뻣해진 발목을 만져가며 1969년 박한상 신민당 의원의 10시간 15분 무제한 토론 기록을 다시 깬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장 무제한 토론 기록을 세웠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한국 야당 국회의원들을 무제한 토론에 나서게 한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도 알아보지요.

기자) 테러방지법은 한국 정부가 대테러센터를 설치하고 테러를 막기 위한 활동과 관련한 국정원의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입니다. 테러방지법 자체는 국가의 안보상황이고, 여당과 야당이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오늘의 무제한 토론이 시작된 것은 ‘국정원의 권한이 확대되는 부분’과 국회의장이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야당 의원들의 주장입니다. 대테러활동을 명목으로 민간인 사찰 등에 권한을 남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야당이 테러방지법의 국회 통화를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진행자) 앞으로 무제한 토론이 얼마나 이어질지도 주목되는군요?

기자) 야당의원들의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가 성과가 있을지, 이번 무제한 토론은 언제 어떤 방법으로 마무리될지도 궁금해지지만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되고 있는 무제한토론과는 별도로 국회 정문 앞에서 40여개 시민단체가 잇고 있는 시민 무제한 토론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야당에 시민단체들까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국회에 상정된 ‘테러방지법’에 대한 항의표시를 하고 있는 것 인데요. 국회 앞 무제한 토론도 50여명의 시민들이 23시간 넘게 마이크를 이어받고 있습니다. 시민단체 연합은 지금까지 14만명 가까운 시민들이 서명에 동참했으며 오는 28일까지 국회 앞 무제한 토론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습니다. 한국 국회의 역사적인 무제한토론은 국회방송과 인터넷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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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서울통신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한국 군인들의 ‘다나까’식 말투가 바뀔 것이라는데, 어떤 이야기입니까?

기자) 군인들이 사용하는 특유의 말투가 있습니다. 문장의 끝을 ‘다’ ‘나’ ‘까’로 하는 것인데요. 일반 사람들이 ‘~했어요’ ‘~그랬어요’ ‘~아닌가요’ 등 ‘~~ 해요’체를 많이 쓰는 것과 달리 군복을 입은 군인들은 무조건 어미를 ‘다ㆍ나ㆍ까’로 써는 것이 불문율이었습니다. ‘~했지 말입니다’ ‘~~가 아닌지 말입니다’ ‘~그렇지 말입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진행자) 그렇지요. 제가 한국에서 군복무를 했을 때에도 ‘다나까’식 화법을 썼었는데 지금도 변함이 없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군인들이 군기를 세우기 위해서, 특히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말투 자체로도 정중하고 명확함을 담기 위해서 사용하도록 한 것이 ‘다나까’ 말투의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군대에 들어가면 당연히 그렇게 써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그런 말투를 쓰면 제대한지 얼마 되지 않았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인데요. 다음달 3월부터는 이런 어색한 말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국방부가 새 병영언어 생활지침을 전달했습니다.

진행자) 제대하고도 말투를 고치는 데에도 상당시간이 걸리지만, 사실 군에 입대하고 나서 사회해서 했던 말투를 바꾸는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거든요. 이제는 그런 과정이 필요하지 않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기계적인 말투인 ‘다나까’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막고 어법에 맞지 않는 언어사용을 초래했다는 것이 국방부의 지침 내용입니다. 앞으로는 ‘다나까’원칙을 접고, 상황과 어법에 맞게 바꿔 사용하도록 교육하라는 지시를 했다는데요. 교육훈련과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다’ ‘~까’ 등 정중한 높임말을 쓰되, 생활관에서 편하게 대화하거나 비공식정인 자리에서는 ‘~요’로 말을 맺어도 된다고 하구요. 서열을 강조하는 군대식 높임말인 ‘압존법’ 관행도 바꾸어 나가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진행자) ‘압존법’ 이라면 말하려 하는 대상이 듣는 대상보다 지위가 낮을 때 높임법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사회에서는 크게 걱정 없이 쓰는 경칭 표현데, 군대에서 강조하는 ‘압존법’을 쓰려면 뭐라도 말하는 것은 몇 번을 생각해야 말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예를 들자면 계급장에 막대 두 개인 김일병이 막대 세 개인 이상병에게 박상병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박상병님은 안 계십니다’가 아니라 ‘박상병은 없습니다’ 라고 해야 하는 것인데요. 국립국어원이 몇 해전에 압존법이 사적인 관계에서는 써도 좋지만 직장과 사회에서는 언어예절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 대로 국방부도 ‘군대에서의 압존법은 언어예절에 맞지 않다’는 것을 군인들에게 교육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한국 군인들의 말투가 한결 부드러워지기는 할 것 같은데, 한동안은 혼동도 많을 것 같군요.

서울통신,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