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북한 화학무기 표본 확보해 김정은 기소할 수도'

지난 7일 미군과 한국군의 연례 합동 군사훈련이 열린 연천에서 미군 병사가 장갑차 위에 앉아 있다.

미군과 한국 군의 연합군사훈련이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 중인 가운데 북한의 급변 사태 때 대량살상무기 (WMD)를 확보하는 연습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유력 매체는 이번 훈련에 북한 수뇌부를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회부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는 연습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14일 미군과 한국 군이 비무장지대 인근 기지에서 유사시 북한의 화학무기를 확보하는 실전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신문은 한국 군 100 명과 미군 600 명 등 700 명이 18일 동안 28 차례 훈련을 실시한다며, 다양한 연습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습니다. 유사시 북한에 진입해 숨겨진 화학무기 시설을 찾아 표본을 채취하고 내용물을 식별하는 연습에서부터, 이를 안전하게 통제하는 훈련들이 매우 정교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 훈련을 위해 미 남부 텍사스 주의 포트후드 기지에서 파견된 조나단 오코넬 중위는 “실제 상황을 염두에 둔 시나리오”에 따라 훈련이 실시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코넬 중위는 특히 비무장지대 인근 훈련 장소에서 도보로 불과 몇 시간 거리에 북한의 여러 화학무기 시설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실전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미-한 연합군은 대북 정보를 토대로 낡은 건물에 북한과 비슷한 화학무기 시설들을 설치하고 미 2사단 화학부대 특수요원들이 노트북과 카메라, 유리 보관함, 스캐너 등 다양한 장비를 동원해 훈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화학부대는 2사단 산하 23화학대대로 지난 2004년 주한미군 재편 과정에서 철수했지만 북한의 화학무기 위협이 높아지면서 2013년 9 년 만에 재배치됐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23화학부대가 해외 주둔 미군 부대 가운데 화학무기 대응을 포괄적으로 전담하는 유일한 부대라고 지적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지난 2월 의회에 제출한 북한 군사안보 동향 보고서에서 북한이 오랫동안 화학무기 프로그램을 운용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신경작용제와 수포, 혈액, 질식 작용제 등을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화학무기 재고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북한 군이 관련 방어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북한은 화학무기금지조약 가입국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은 재임 시절인 지난 2013년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엄청난 양의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화학무기 위협과 대응에 대해 당시 김관진 한국 국방장관과 장시간 협의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지난 2월 국회 보고에서 북한이 25개 종류의 화학무기 최대 5천t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미 2사단 23화학대대장인 애덤 힐브로 중령은 ‘워싱턴 포스트’ 신문에, 유사시 부대원들이 북한 화학무기 시설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무엇이 있는지 등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며 수집된 북한의 시설 사진들을 훈련에 적용해 맞춤형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힐브로 중령은 특히 유사시 북한에서 발견해 확보한 생화학무기 표본들은 앞으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측근들을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회부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화학무기는 적은 양으로도 엄청난 인명을 살상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시리아 정권이 내전에서 화학무기 공격을 가해 적어도 1천여 명이 사망했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미-한 연합훈련이 방어적 훈련이지만 북한 정권이 붕괴하거나 북한이 한국에 자폭 공격을 가할 경우에 대비한 대응훈련도 실시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한 연합군사훈련은 현재 미군 1만 7천 명, 한국 군 30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로 실시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