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북한 ‘고체연료 로켓 개발’ 주장에 엇갈린 분석

북한이 고출력 고체 로켓 엔진의 지상 분출 실험에 성공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4일 보도했다.

미국의 우주, 군사 부문 전문가들은 고체연료를 쓰는 로켓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최근 주장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습니다. 북한이 2단계 로켓용 엔진 시험에 성공했으며 조만간 더 큰 엔진 개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는가 하면, 해당 시험에 사용된 로켓의 정체조차 불분명하다는 견해도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는 북한이 대형 고체연료 엔진 시험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조너선 맥도웰 박사] “It definitely looks to me they have successfully tested a large solid motor and so that is a technological advance…”

맥도웰 박사는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사진들을 토대로 이 같은 판단을 했다며, 엔진의 크기가 커질수록 제조가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관련 기술의 진전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지난 24일 로켓 엔진에서 거대한 화염이 분출되는 장면을 공개하면서 고체연료를 쓰는 로켓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맥도웰 박사는 순조롭게 가열되고 쉽게 폭발하지 않는 대형 엔진을 제조하는 것이야말로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개발에 필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1단계 로켓에 장착하는 엔진이 가장 크고 제작도 가장 어렵다며, 북한이 공개한 사진으로 판단할 때 2단계 로켓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습니다.

[녹취: 조너선 맥도웰 박사] “I would guess that this is the second stage; it doesn’t look quite big enough to be the first stage of the missile…”

또 제작이 상대적으로 쉬운 2단계 로켓용 엔진을 먼저 시험한 뒤 더 큰 규모의 엔진을 개발하는 것이 통상적 수순이라며, 이 과정이 끝나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필요한 엔진을 갖추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1, 2단계 로켓의 엔진 시험과 제작을 모두 끝낸다 하더라도 즉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는 없다며, 유도제어 장치와 대기권 재진입 기술 개발 등 거쳐야 할 단계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맥도웰 박사는 북한이 공개한 고체연료 추진 로켓의 엔진 시험 장면은 군사용 장거리 미사일 개발 과정이 확실한 만큼 매우 우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조너선 맥도웰 박사] “This is the thing to be really concerned about because this is really a serious development program for a large military missile that would have a long range.”

하지만 오랫동안 북한 군사 동향을 분석해온 전문가들은 고출력 고체연료 엔진 지상 분출시험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특히 북한이 관련 시험에 어떤 미사일을 동원했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 “What I have not seen is any indication of the kind of missile they were really dealing with. North Korea's KN-02, Dokksa is the solid-fuel missile but it’s a single stage missile and their latest claim was that this new solid-fuel missile is a multi-stage missile because they said that it was involved in staging.

북한이 “계단분리시험”을 언급했다는 것은 2단 이상의 로켓을 사용했다는 건데, 고체연료가 사용되는 북한 미사일은 1단 미사일인 KN-02라는 설명입니다.

베넷 박사는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 가운데 해당 시험에 사용한 것으로 묘사된 2단계 고체연료 로켓은 알려진 게 없고, 발사대에 세웠다는 미사일의 사거리 등 충분한 정보도 전무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수소폭탄 보유 주장 등 그동안 북한이 과시해온 신기술은 믿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It’s always difficult to believe their claims of some new technological advance because they are usually a bit ahead of themselves…”

특히 대포동, 무수단, 노동 등 액체연료를 주입하는 미사일 역량에 주력해 온 북한이 앞서 고체연료 로켓을 개발 중이라는 어떤 정황도 감지되지 않았다며, 이런 불확실성이 늘 어려움을 안겨준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미국 안젤로주립대 교수 역시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이기에는 증거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회의적인 견해를 내놨습니다.

[녹취: 브루스 벡톨 교수] “Before we go out on a limb and say the North Koreans can do this, we need to see some kind of evidence like a rocket test or pictures of missile itself or something that gives us at least a good working guess on what they are doing. And we don’t have it yet.”

북한에 그런 역량이 있다고 말하는 위험을 감수하기 전에 (고체 연료) 시험에 사용된 미사일 사진 등 실증적인 증거를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그런 증거는 아직 없다는 지적입니다.

벡톨 교수는 북한이 과거 시리아로부터 러시아 미사일인 SS-21을 들여와 KN-02 미사일로 개조했으며, 현재 이 종류에만 고체연료를 사용한다고 말했습니다.

벡톨 교수는 북한의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인 ‘KN-08’에 고체연료가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그런 증거는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