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단문으로 글을 올려 공유하는 사회연결망 서비스 트위터에 북한의 공식계정을 가장한 계정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트위터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함지하 기자입니다.
북한 인공기와 함께 ‘DPRK 뉴스 서비스’라는 이름이 붙은 트위터 계정에는 하루 10개 이상의 북한 관련 소식이나, 북한의 공식 입장이 영문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특히 구독자를 뜻하는 팔로워만 8만4천 명에 달할 정도로 해당 계정은 전세계 트위터 이용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운영하는 줄로만 알았던 ‘DPRK 뉴스 서비스’는 실제로는 미국인이 운영하는 패러디, 즉 진짜를 모방한 가짜 계정입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21일 해당 계정을 운영 중인 두 명의 미국인 남성을 인터뷰하면서 해당 트위터 계정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자신의 성을 밝히길 거부한 패트릭과 데릭이란 이름의 두 명의 운영자는 실제 직업이 각각 변호사와 자료분석가로, 이들은 따분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지난 2009년 해당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패트릭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산권 국가의 선전 문구를 내가 얼마나 잘 따라 하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 글 쓰기 연습을 하던 중 시작됐다”고 밝혔고, 데릭 역시 “재미가 목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마치 북한의 선전매체가 쓸 법한 문구 등을 이용해 짧은 글들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테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세계에서 가장 옷을 잘 입는 인물로 꼽혔다거나, 홍수를 멈추기 위해 김 제1위원장이 전화로 준엄한 명령을 내렸다는 식의 내용들이었습니다.
다소 황당한 내용들이었지만, 체제를 선전하는 방식이나 계정의 운영 방식이 북한과 매우 흡사해 트위터 이용자들 중 상당수는 해당 내용을 진짜로 믿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유수 언론들도 ‘DPRK 뉴스 서비스’가 전달한 내용을 그대로 인용 보도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특히 한 노르웨이 언론은 북한 선박이 키프로스에서 나포됐을 당시 ‘DPRK 뉴스 서비스’가 ‘키프로스와 전쟁을 선포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자, 이를 비중 있게 다룬 바 있습니다.
그러나 패트릭과 데릭은 자신들의 역할이 단순히 사람들에게 재미만을 선사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권을 희화화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비판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패트릭은 자신의 계정은 일종의 블랙 유머, 즉 풍자를 토대로 한 희극이라고 설명하면서, “김정은 정권의 통치가 지구상에서 사람들을 가장 억압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독자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