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탈북 난민 미국 정착 10년] 197명 입국, 60% 여성

북한 요덕관리소 출신 탈북자 정광일 씨(왼쪽 세번째)와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 그레이스 조 씨(왼쪽 두번째)가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북한인권 상황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미국의 북한인권법에 근거해 탈북자들이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정착하기 시작한 지 내일 (5일)로 10 년이 됩니다. 저희 `VOA'는 탈북 난민 미국 정착 10년을 맞아 세 차례 특별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미국 내 탈북 난민 현황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 보도에 이연철 기자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6년 5월 5일, 탈북 난민 6 명이 동남아시아 제 3국을 거쳐 미국 뉴욕의 존 에프 케네디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당시 20대와 30대 남성 2 명과 여성 4 명 등 이들 6 명은 며칠 뒤 워싱턴에서 `VOA'와 만난 자리에서 미국 입국 소감을 이렇게 밝혔습니다.

[녹취: 미국 정착 1호 탈북자들] “중국에서처럼 언제 잡힐까 이런 불안감이 없이 자유를 찾았다는 것이 기쁘고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른 나라예요. 북한의 모든 정책에 속아 왔다…” “내가 진짜 자유의 땅에 왔는가 안 믿어졌어요…” “열심히 하면 되겠죠, 기회의 나라이니까…”

지난 2004년 미 의회에서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이후 미국이 탈북자를 난민으로 받아들인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정된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탈북자들이 미국에 난민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998년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10 년 가까이 살고 있던 탈북자 조진혜 씨는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이 제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미국 행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조진혜] “저는 중국 청도에 있을 때 인권법안이 통과됐다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그 소리를 듣고 신문을 읽으면서 어머니하고 너무 좋아서 희망을 가졌어요.”

지난 2008년 3월,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미국에 입국한 조 씨는 탈북자들을 구출하고 탈북 난민들의 미국 정착을 돕는 단체 ‘재미탈북민연대’ 대표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2006년 9 명을 시작으로 지난 10 년 동안 197 명의 탈북자들이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했습니다.

전체 197 명 가운데 여성이 118 명으로 60%, 남성은 79 명으로 40%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 난민의 약 80%가 여성인 점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남성의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56 명으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49 명, 40대가 33 명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 밖에 14세에서 20세 사이가 30 명, 14세 미만이 19 명이었고, 51세에서 64세 사이가 8 명, 65세 이상이 2 명이었습니다.

미국에 입국한 탈북 난민들이 가장 많이 정착한 지역은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와 남부 켄터키 주로 각각 27 명을 기록했습니다.

이어 뉴욕이 20 명, 콜로라도가 18 명, 유타가 16 명, 버지니아와 애리조나 주가 각각 15명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밖에 탈북 난민들은 일리노이 (14 명)와 워싱턴 (8 명), 텍사스 (7 명), 조지아 (6명), 테네시 (6 명), 플로리다 (5 명), 메릴랜드 (5 명), 노스캐롤라이나 (2 명), 아이다호 (2 명), 오리건 (1 명), 인디애나 (1 명) 등 미국 각 지역에 정착하고 있습니다.

학력별로는 고등학교 졸업이 97 명으로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고, 대학 졸업 29 명, 기술학교 졸업이 11 명을 기록하는 등 전체의 70% 가량이 고등학교 졸업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2010년 미국에 입국해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정착한 탈북 난민 앤드류 씨는 미국에 도착하던 순간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녹취: 앤드류] “환상적이었지요. 자유로운 나라에 비행기를 타고 내렸다는 사실이 나 자신이 믿어지지 않았어요. 환상적이고 꿈에 잠겨 있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모든 것이 낯설고 영어를 하지 못해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미국에서 탈북 난민들이 뿌리를 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임시거처를 나와서 영구적으로 거주할 집을 구하는 일과 자동차를 마련하는 일 등 가장 시급한 일에서부터 은행계좌 개설, 사회보장번호와 신분증 발급, 의료보험 신청 등 각종 서류 작업은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힘든 일이었습니다.

2014년 미국에 입국한 탈북 난민 미쉘 씨는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했지만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미쉘] “그 때는 정말 눈 뜬 소경이고 가는 데 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도 모르겠고, 쇼핑을 하려고 해도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고, 글도 모르지, 너무 힘들었지요”

또한 탈북 난민들은 처음에는 세탁소와 건설 현장, 식당종업원 같은 힘든 허드렛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앤드류 씨도 처음에는 유명 호텔 세탁소에서 일했습니다.

[녹취: 앤드류] “ 그 때 시간 당 7불 50전 받고 일을 했는데, 말을 모르니까 어렵기도 하고요, 눈치도 많이 봐야 되고, 그래도 일을 받아주고 일을 시킨다는 것이 매우 고마웠어요.”

과거 북한이나 탈북 과정에서 겪은 힘든 경험에서 비롯된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는 탈북 난민들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탈북 난민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반면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 정착에 성공하는 탈북 난민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2008년 미국에 입국한 탈북 난민 제임스 씨는 지금 기계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이제는 미국 정착에 성공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녹취: 제임스] “ 1년 정도 지나니까 내가 가야 될 길을 어떻게 가야 될까 보였고, 그래서 1 년, 늦어도 2 년 안에는 그 길을 가기 시작했어요. 제가 번 것으로 제가 알아서 가족들을 부양하고, 열심히 노력하니까 되더라고요”

지난 2008년 미국에 입국한 그레이스 씨는 연 소득 70만 달러를 올리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탈북 난민 사업가로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같은 처지의 탈북 난민들을 돕는 일에 발벗고 나선 그레이스 씨는 2014년에 미국 대통령 자원봉사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레이스 씨는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하라는 의미로 상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레이스] “너무너무 감사하죠. 저는 이 상을 받는데 제가 한 일 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마음이 무겁고, 앞으로 제가 능력껏 도우려고 많이 생각하죠.”

첫 번째 탈북 난민으로 미국에 들어온 6 명 가운데 한 명인 데보라 씨는 10년 전 미국에 입국할 때 가졌던 꿈을 다 이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보라] “그 때 제 꿈은 제가 여기서 영어를 미국 사람처럼 구사하면서 안정된 직업을 찾고 가정을 이루고 행복한 생활을 사는 게 제 꿈이었거든요. 이제 나는 꿈을 이룬 사람이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더 힘이 나고, 열심히 현재의 생활에 최선을 다하면서 좋은 가족을 이루고 얘기를 키우며 살고 있죠.”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