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통일-외교-안보문제를 둘러싼 사회의 갈등을 줄이고 대화와 소통으로 통일을 이루기 위한 남남대화 전담기구가 출범했습니다. 24일 첫 번째 대담에는 두 명의 전직 통일부 장관이 참석해 남북관계와 북한 문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시도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류길재 전 한국 통일부 장관은 남북한이 같은 민족이라는 사실이 통일을 해야 하는 출발점이자 목표점이며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류 전 장관은 24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민화협이 남남대화 전담기구로 출범시킨 ‘통일공감포럼’ 대담에 참석해 북 핵 문제 해법을 위해 국제사회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통일의 당사자로서 한국 정부가 적극 움직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같은 민족이라는 사실 잊지 않을 뿐 아니라, 민족 동질성 회복 하고 유지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적어도 역사, 사회, 문화, 인도주의적 영역에서의 동질성 회복 노력은 치열하게 전개돼야 합니다. 북한 핵 문제나 한반도 안보 위기상황이 엄중해도 이런 노력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류 전 장관은 한국 사회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통일, 안보에 대한 갈등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며 통합 없이는 통일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담자로 나선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한국 사회는 나와 다름에 대한 포용과 관용 그리고 존중이 필요하다며 사실을 중심으로 남북관계와 북한 정권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장관은 특히 현재 남북관계에 대해 평화 증진은커녕 최악의 상황라면서 한국 정부는 주관적으로 만들고 싶은 남북관계를 그리지 말고 한국 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능력 범위 안에서 대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녹취: 이종석 전 한국 통일부 장관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내가 보고 싶은 북한이나 남북관계가 아니라 냉철하게 국제사회와 나의 능력과 북한의 현재 상황을 다 판단한 속에서 가능한 현재의 남북관계 속에서 할 수 있는 능력과 범위를 생각하면서 추진해나가는 것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류 전 장관은 지난 주말 북한의 군사회담 제안과 관련해 북한의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보고서가 나온 이후 상황을 봐가며 대화를 하는 게 더 맞는 수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 전 장관은 남북관계와 북 핵 문제를 연계시키지 않고 관리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남북관계와 북 핵 문제가 연결돼 있다면 북한이 어떤 제안을 해와도 박근혜 정부가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이 전 장관은 결국 남북 정상회담과 같은 큰 틀로 갈 수 밖에 없다면서, 지도자 간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현 정부에서는 남북관계는 풀릴 길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이종석 전 한국 통일부 장관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결국은 남북 정상회담 같은 큰 틀로 치고 들어가서 문제를 끌고 들어가야만 뭔가 열리지, 지금 남북관계 이 상황에서는 중요한 것은 지도자 간의 결단을 내리는 수준에서 뭔가 되지 않으면 이 정부 내에서 남북관계가 나름대로 풀릴 수 있는 길은 사실상 없는 게 아닌가…”
이와 관련해 류 전 장관은 남북 간 비공식적으로 의미 있는 대화 통로가 없다는 게 큰 문제점이라며 남북 관계가 경색되어도 물밑에서는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북한의 7차 당대회 개최와 관련해 류 전 장관은 6차 당대회와는 달리 새로운 메시지가 없었다면서 북한이 7차 당대회를 개최할 수 있었던 것은 장마당의 확산 등 비공식 경제의 활력 덕분이었다며 김정은 정권에는 획기적인 이벤트가 필요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경제에 대한 어떤 자신감에서 이번에 7차 당대회를 열었다고 하기 보다는, 만약 국가경제가 잘 돌아갔다면 충분히 근거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북한 경제가 활력이 생긴 것은 시장이 확산됐기 때문이고, 자기 스스로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서는 뭔가 획기적인 이벤트가 필요하고 이번 당대회가 알맹이가 별로 없지만 북한으로서는 반드시 개최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았나…”
이 전 장관은 반면 한국 정부가 지난 수년간 북한 경제가 어렵다고 말해왔지만 사실상 북한 경제는 일정부분 성장해 온 게 사실이라며 한국의 눈높이가 아닌 북한의 입장에서 북한 경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전 장관은 북한에게 이제는 국가기능을 정상화해도 된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라며 앞으로 북한이 새로운 경제발전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대담에 앞서 홍용표 한국 통일부 장관은 ‘통일공감포럼’ 발족식 축사에서 한반도 평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북한의 핵 위협이며 비핵화가 문제 해결의 본질이라는 데 대한 확고한 국민적 공감대를 모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