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주한미군사령관들, 북한 정권 붕괴 전망에 이견

지난 10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7차 노동당 대회 경축 군중집회 군사행진에서 군인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붕괴될 것이라고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전임자였던 버웰 벨 전 사령관은 중국이 대북 현상유지 정책을 고수하는 한 붕괴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다른 입장을 보였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월터 샤프 전 사령관은 24일 민간단체인 미 육군협회 산하 지상전 연구소(Institute of Land Warfare)가 하와이에서 주최한 국제회의에서 북한 정권의 붕괴가 임박했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군 기관지인 ‘성조지’에 따르면 샤프 전 사령관은 “북한 내 불안정이 정권의 붕괴를 주도할 것”이라며 이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빨리 붕괴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부임한 빈센트 브룩스 현 주한미군사령관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한반도에 “중대한 변화”(major change)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주한미군사령관의 임기는 지난 2006년 취임한 버웰 벨 전 사령관 이후 2-3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샤프 전 사령관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3년 1개월, 후임자인 제임스 서먼 전 사령관은 2011년 7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2년 3개월, 최근 나토군 사령관으로 자리를 옮긴 커티스 스캐퍼로티 전 사령관은 2013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2년 6개월을 한국에서 복무했습니다.

이런 전례를 적용하면 샤프 전 사령관의 전망은 적어도 2-3년 안에 북한 정권이 붕괴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샤프 전 사령관은 김정은 정권의 붕괴 시나리오로 북한의 강력한 도발에 따른 충돌과 내부 불안정 요인을 지적했습니다.

우선 “북한 정권의 강력한 도발과 공격이 발생해 훨씬 큰 충돌로 (위기가) 빠르게 고조될 것” 이며 앞서 지적했듯이 내부 불안정이 정권 붕괴를 야기할 것이란 겁니다.

샤프 전 사령관은 북한의 경제는 주민들의 필요를 명백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마저 유엔의 가혹한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어 내부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북한 주민들은 손전화기(휴대폰)와 대북방송 등을 통해 과거보다 많은 외부정보들을 얻고 있고, “강화되는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이 정권의 (정책)변화 혹은 정권 (자체)을 변화시킬 것”이란 게 샤프 전 사령관의 설명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 정권 유지의 두 핵심 축인 ‘외부정보 차단’과 ‘검열, 감시, 통제를 통한 공포정치’ 가운데 정보의 벽이 빠르게 허물어지는 게 북한 변화의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해왔습니다.

샤프 전 사령관은 이런 배경들을 지적하며 김정은 정권이 붕괴된 뒤 어떤 상황이 발생할 지에 대해 미국과 한국 등 주변국이 당장 대응 계획을 반드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군대와 무엇을 해야 할지, 정권 붕괴 뒤 안정과 치안을 위해 무엇을 제공해야 할지 등 관련 논의와 훈련, 대응 능력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겁니다.

또 북한 정권의 붕괴시 유엔과 중국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도 준비가 필요하며, 특히 북-중 국경지역에서의 유엔의 역할, 중국이 이런 유엔의 활동을 주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사전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의 붕괴가 임박했다는 샤프 전 사령관의 이런 시각이 모든 전직 주한미군사령관의 견해는 아닙니다.

샤프 전 사령관의 전임자였던 버웰 벨 전 사령관은 25일 ‘VOA’에 "북한 정권의 붕괴 임박 전망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벨 전 사령관] “I don’t agree at all that North Korea is facing near term collapse……”

“중국이 북한 정권의 붕괴를 위해 움직이면 가능한 시나리오겠지만 중국이 국익을 위해 수십 년째 대북 현상유지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내부 붕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겁니다.

벨 전 사령관은 또 중국이 실질적인 국익이 무엇인지 오판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이런 현상유지 정책이 바뀔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벨 전 사령관] “What’s necessary and has been is for China to understand that it’s in its real interest to foster…”

중국이 남북 화해 분위기를 적극 조성해 통일을 이루고 이후 통일 한국이 경제 강국이 되면 중국에 위협이 아닌 이익을 주는 게 분명함에도 중국은 아직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중국이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이해해 미국 등 주변국들과 함께 움직이고, 북한의 군사 정권도 대남 화해 정책으로 전환해 한국과 재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한 북한 정권의 붕괴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어렵다는 겁니다.

벨 전 사령관은 그러면서 강력한 군사 정권을 유지하고 세계 최강 수준을 유지하는 이웃나라가 이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정권이 붕괴된 전례는 거의 없다며 거듭 샤프 전 사령관의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도발에 따른 충돌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한 정부가 매우 지혜롭게 대응하고 있고 북한도 그 위험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벨 전 사령관은 대신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미사일 방어 등 미-한 대북 억제력을 더욱 확실하게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에 현상유지 정책을 바꾸도록 적극 압박하고 설득해야 한반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