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풍경] 미국 워싱턴서 북한 현대미술전 열려

미국 워싱턴의 카젠미술관에서 큐레이터 문범강 교수가 북한화가 6명의 공동작품 '댐의 완공을 기쁨으로 기대하며'(2015년 작)를 관람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노체인.

매주 화요일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시간입니다. 미국 워싱턴의 미술박물관에서 북한 그림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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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풍경 오디오 듣기] 미국 워싱턴서 북한 현대미술전 열려


“북한에는 추상화가 없습니까?”
“집채화는 몇 명이 얼마나 오래 그린 건가요?”
“북한의 화가와 다른 나라 화가의 다른 점이 무엇입니까?”
“북한 화가들은 작품의 주제를 정하는데 얼마나 자유로운가요?”

지난 18일 미국 수도 워싱턴 시내 아메리칸대학 카젠 미술전시관에서 개막한 `현대 북한미술-사회주의 사실주의의 변천’ 전시회.

전시회장을 찾은 150여 명의 미국인들이 전시회 큐레이터 문범강 교수와의 대화시간에 23점의 북한 그림을 앞에 두고 궁금증을 쏟아냅니다.

사회주의 사실주의는 1960년대 옛 소련에서 시작된 미술 흐름으로 무상계급의 삶의 애환을 미화시켜 사회주의 공산주의가 잘 사는 나라라는 것을 선전하는 미술 흐름을 말합니다.

문 교수와의 대화시간은 이번 전시회의 목적과 사회주의 사실주의 흐름을 잇고 있는 북한 화가들의 그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전시회 첫 날 마련됐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5년 간 준비한 조지타운대학교 문범강 현대미술학 교수는 이번 전시회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문범강 교수] “북한 미술하면 우리가 사실 잘 몰라요.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주의를 선전화라고 하는 것은 맞는 의미인데, 그러나 그 선전화를 보는 또 다른 이면에는 또 다른 그림의 묘미가 있어요. 제가 노력한 것은 숨겨진 이면의 있는 북한 미술의 양상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서 노력을 해오고 있어요.”

문 교수는 북한의 미술이 서구의 미술 변천사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서구미술은 자유의지가 중시되는 다양성이 나타나는 반면 북한은 지난 70년 동안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사실주의 만을 깊게 파고들었고, 조선화의 사실주의적 표현이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뤘다는 설명입니다.

이번 전시회는 그동안 유럽과 중국 등지에서 북한 당국이나 단체가 열어왔던 북한 미술 전시회와 달리 북한 화가들의 그림들을 순수미술사의 흐름과 장르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전시된 작품들은 1960년대 말에서부터 지난해까지 북한 화가들이 그린 그림들로 노동자, 가족, 군인 등을 주인공으로 하거나 북한의 자연 산수, 호랑이 등 다양한 소재를 담고 있습니다.

전시회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평소 보지 못했던 현대북한미술 작품에 다양한 반응들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20대 남성화가] “I think its interesting because of the modern techniques. All the..”

“표현 기법이 매우 현대적”이라는 20대 화가의 반응도 나왔고 “북한 화가들이 정치적인 현실에서 즉, 억압된 사회분위기 속에서 이런 표현이 가능한지 놀랄 따름”이라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녹취: 40대 미국여성] “I’m so impressed to see North Korean art because I didn’t think..”

20대 미국인 남성은 “북한의 사회주의 사실주의 그림이 자신이 생각했던 선전포스터와 매우 다른 점이 상당히 인상 깊고 새로운 경험”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그림 속의 노동자들의 표정이 지나치게 밝거나 고통스러운 표정은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선전화라는 점을 드러낸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60대 미국 남성은 “작품들이 선전화에 불과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정치범 수용소에서 죽어나가는 북한의 기괴한 면모를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60대 미국남성]” It’s still covering up a grotesque reality of thousands of people..”

이날 전시장을 찾은 진 리 `AP통신’ 전 평양지국장은 `VOA’에 이번에 전시된 그림을 그린 화가들은 북한 당국의 지원 아래 특정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며 그림들은 정치적 목적을 띄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진 리] “to remember that the artists are sponsored by the state and they are carrying..”

문 교수는 전시회 시작에 앞서 국제사회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북한인권 문제 등에 대한 생각은 자신도 다르지 않다면서 북한 그림을 전시하는 목적이 학술문화 교류이지 북한 당국을 찬양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이날 특별히 큰 관심을 모았던 작품은 5-6명이 공동 작업한 대형 집채화입니다.

문 교수는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 37명의 화가가 동원돼 36미터 넓이의 그림을 그려냈다며 두 점의 대형 집채화를 소개했습니다.

가로길이 4미터 안팎 규모의 2015년 작 ‘댐 완공을 기쁨으로 기대하며’와 1997년 작 ‘어둔 바다에서의 구출’등 대형 작품인데 북한 당국의 큰 행사 등이 있을 때 그려진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미국인 화가들은 이런 공동작업이 매우 낯설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문 교수는 북한의 그림들이 체제선전화인 것은 맞지만 화가 개개인의 열정과 번민은 다른 나라 화가들과 다르지 않다며, 인간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한 그림도 그리고 또 전시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번 전시회에 전시된 23점은 모두 개인 소장품으로 북한 당국의 품을 떠났고 이 중 14점은 원작, 9점은 모사작품이라고 문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모사작품은 위조작품과 다르며 북한의 조선미술박물관에서 정부의 승인 아래 엄격한 품질관리를 받고 해외에서 전시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문 교수는 현재 현대북한미술에 대한 책을 집필하고 있는데요, 5년 동안 북한을 오가며 연구한 내용과 화가들의 삶 등 두 권 분량이며 올 겨울에 출간된다고 말했습니다.

‘현대북한미술: 사회주의 사실주의 변천’ 전시회는 8월 14일까지 계속됩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