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입니다. 북한은 지난 22일 발사한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이 성공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두 달 동안 거듭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무수단 시험 발사를 감행해 왔는데요. 북한이 이렇게 무수단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진짜로 성공한 것일까요? 박형주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최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은 지난 2007년 처음 실전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정찰위성이 이 미사일을 북한의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처음 식별한 이후 ‘무수단’ 미사일로 불리고 있습니다.
러시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R-27을 모방해 만들어, 별다른 시험 발사를 거치지 않고 배치에 들어갔습니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실전 배치 9년 만에 사실상 ‘전력화’에 성공한 것입니다. 올해 4월 15일 첫 발사 이후 여섯 번째 만입니다.
북한은 지난 23일 조선중앙TV 보도를 통해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 10' 발사가 성공했다며, 이례적으로 미사일의 비행 정보까지 공개했습니다.
[조선중앙TV] “천둥 같은 폭음을 터뜨리며 자행발사대를 리탈한 탄도로케트는 예정비행궤도를 따라 최대정점고도 1,413.6km를 상승비행하여 400km 전방의 예정된 목표수역에 정확히 락탄되였다”
중거리 탄도 미사일인 무수단은 최대 사거리가 3000-4000km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습니다.
주일미군기지를 포함한 일본 전역은 물론 태평양 괌 미군기지까지 사정권에 들어갑니다. 이번에 미사일이 발사된 강원도 원산에서 괌 까지의 거리가 약 3천 500km입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도 발사 이후 무수단 미사일의 핵심 표적이 태평양에 있는 괌 미군기지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조선중앙TV] “태평양 작전지대 안의 미국놈들을 전면적이고 현실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확실한 능력을 가지게 됐다”
태평양 괌 기지는 한반도에 전쟁이 벌어질 경우 일본 오키나와 주일미군 기지와 함께 미군 병력과 물자의 공급지 역할을 하게 됩니다.
평시에도 북한을 위협하는 미 전략무기가 출동하는 장소입니다.
지난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직후, 미군은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있는 장거리 폭격기 B-52를 한반도에 출동시킨 바 있습니다.
때문에 북한은 괌 기지를 “조선반도를 작전 목표로 삼고 있는 미국의 해외침략기지”로 규정해 왔습니다. 또 “괌 기지는 이미 북한의 정밀 타격권 안에 들어온지 오래”라면서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만큼 북한은 이번 무수단 발사의 성공을 통해 미군 기지에 대한 직접 타격 능력을 갖췄음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국방연구원 김진무 박사입니다.
[녹취:김진무 박사] “북한은 그동안 스커드나 노동미사일로 남한이나 일본을 타격 목표로 했는데 이제는 미국을 사정거리 안에 놓고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다시 말하면 자신들의 핵무기가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장 미 본토를 직접 타격할 무기체계가 없는 북한에게 무수단 미사일은 미군의 한반도 개입을 억제할 수 있는 전략적 카드입니다.
동시에 전략적 최대 목표인 미국 본토 공격력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거처야 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북한이 무기로서 핵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장거리 운반수단과 함께 핵탄두의 경량화,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을 확보해야 합니다.
핵탄두의 경량화와 대기권 재진입 기술 부분에서 계속 의심을 받아왔습니다.
지난 3월 북한은 핵탄두 폭발체로 보이는 구형 물체의 사진 등을 공개하며‘핵탄두 경량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미사일 발사를 통해서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확인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사일이 수직에 가까운 고각으로 발사 됐다는 점이 그런 정황을 보여줍니다.
보통 미사일을 4000KM까지 날려보낼 때는 동체의 고도를 800-900KM 정도로 올린 뒤 포물선 비행을 합니다. 그런데 ‘화성 10’은 거의 직각으로 1400KM 넘게 올라갔습니다.
대기권 밖으로 나갔던 탄두가 대기권에 다시 진입할 때 속도는 음속의 20배 이상입니다. 이때 엄청난 고열과 고압을 견디지 못하면 폭발하게 됩니다.
‘화성 10’을 고각 발사함으로써 대륙간탄도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환경을 만든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이번 발사에서 재진입 기술을 검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조선중앙TV] “재돌입 구간에서의 전투부 열 견딤 특성과 비행 안정성도 검증되었습니다”
북한에게 미국 타격 능력은 유사시 군사적으로도 필요하지만, 북미관계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지렛대의 성격도 있습니다.
무수단 발사 성공을 주장한 이후 그런 점을 더욱 노골화 하고 있습니다.
중국을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은 23일 “북한이 핵무기에 이어 운반수단까지 보유한 만큼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6자회담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 최선희 부국장] “미국의 위협 때문에 우리가 핵무기를 만들었고, 이제는 운반수단도 원만하게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의 비핵화를 논의하는 회담은 지금으로서는 우리가 생각이 없습니다”
북한의 한성렬 외무성 미국 국장도 24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압박이 이어지는 한 더 많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이 당 대회와 최고인민회의를 전후해 핵미사일 개발을 마무리 한 뒤 강력한 핵무력을 손에 쥐고 국면 전환을 시도할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올해 4월 이후 거듭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시험 발사를 이어갔던 이유도 여기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핵보유국으로서 기술적 완성을 했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핵군축 협상 또는 평화협정을 논의하자고 미국을 압박하는 전략으로 나올 것”전망했습니다.
그런가하면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의가 탄력을 받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군이 현재 보유한 대공미사일 '패트리엇-2'는 20km 미만 상공에서 날아오는 북한 미사일을 타격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 상공 60km 에서 타격이 가능한 장거리 지대공미사일 L-SAM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상공 70-150km 지점에서 요격이 가능한 사드가 배치된다면 북한 미사일 위협에 맞서 다층 방어체계가 갖춰지는 겁니다.
한민구 한국 국방부 장관은 24일 “고고도미사일방에체계 사드가 무수단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도 미사일 방어 체계 강화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지난 2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한 직후 사드 배치 논의에 공식 착수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270호가 채택된 후, 중국 등을 의식해 양국은 속도 조절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다시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 발사 성공을 주장하며 위협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박형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