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북한 14년째 '인신매매 최악 국가' 지정

지난 2007년 11월 북한을 탈출한 여성과 아동들이 태국 치앙라이의 법정을 떠나고 있다. 이들은 중국과 미얀마, 라오스를 거쳐 태국에 도착했으며, 태국에 임시 구금됐다가 최종 목적지인 한국으로 송환됐다.

미국 국무부가 14년 연속 북한을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북한이 인신매매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무부는 30일 발표한 ‘2016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에서 북한을 최악의 등급인 3등급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이로써 북한은 2003년 이후 14년 연속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인신매매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따르지 않고 있고, 인신매매 희생자들을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한 조치도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남성과 여성, 어린이들이 강제노동과 성매매의 대상이 되는 나라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정치범 수용소에 8~12만 명을 수감하고 있고, 어린이를 포함한 모든 수감자들은 열악한 환경 아래 장시간의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겁니다.

이어 북한 정부가 지역별로 노동교화소를 운영하면서 수감자들에게 단기간 동안 중노동을 시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해외에 파견된 많은 북한 노동자들도 강제노동에 직면해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위험한 기후조건 아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고, 철저한 감시 속에 이동과 소통의 제한을 받고 있으며, 탈출할 경우 북한 내 가족이 보복을 당할 것이라는 위협을 받는다는 겁니다.

특히 해외 파견 북한노동자들은 임금의 극히 일부분만 받고, 그나마 귀국할 때까지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당국자들의 협박과 착취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정부의 탄압으로 많은 사람들이 북한을 탈출한다며, 이 과정에서 이들이 목적지 국가에서 인신매매에 취약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으로 탈출한 약 1만 명으로 추산되는 북한 여성과 소녀들 중 상당수가 강제 결혼, 매춘, 가사노동 등 인신매매에 시달린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중국 당국에 적발될 경우 북한으로 송환돼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된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정부에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들과 해외 파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제노동을 중단하고, 북송된 인신매매 피해자들에 대한 사형이나 가혹한 형량 선고를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또 북한 내 인신매매 피해자들과 북송된 주민들에게 지원을 제공하고, 인신매매를 중대범죄로 규정하고 인신매매범을 처벌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밖에 노동자를 인접국가에 파견할 때 투명한 양자 노동계약을 체결하고, 노동자들이 정당한 임금을 받고 작업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으며 마음대로 직장을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북한과 함께 알제리, 미얀마, 이란, 러시아, 시리아, 우즈베키스탄, 짐바브웨, 베네수엘라 등 27개국을 3등급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한편 한국은 14년 연속 가장 좋은 등급인 1등급을 유지했습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성매매 축출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고 있으며, 성매매 방지를 위한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