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공개 우라늄 농축시설로 의심되는 장소가 발견됐다고 미국의 민간단체가 밝혔습니다. 영변 핵시설에서 가까운 평안북도 구성인데요. 사실로 확인된다면 북한과의 핵 협상이 재개됐을 때 중요한 협상 요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워싱턴의 정책연구단체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ISIS)가 21일 북한 영변 핵시설 근처에서 미공개 우라늄 농축시설로 보이는 장소를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단체는 미 관리들과 전문가, 위성사진, 탈북자 증언 등을 종합해 조사한 결과 의심 시설이 평안북도 구성시에 있는 방현비행장의 장군대산 지하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곳은 영변 핵시설에서 서쪽으로 45km 거리에 있습니다.
과학국제안보연구소는 북한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 곳에서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가스 원심분리기 개발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위성사진 관측에 따르면 장군대산에는 지하로 향하는 두 개의 터널이 있는데, 한 곳은 항공기 공장, 숨겨진 다른 한 곳은 우라늄 농축시설과 연결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겁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가스 원심분리기 프로그램의 초기단계는 작은 연구와 시설들이 필요하다며, 이 지하시설에서 초기 실험들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핵 개발 정보에 밝은 미 정부의 한 관리는 이 단체에, 이 시설에 2-300 개의 원심분리기가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영변 외에 북한에 여러 원심분리기 시설이 있을 것으로 평가돼 왔다며, 이 장소가 그 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찾고 규명하는 게 지난 수 년 동안 어려운 과제였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소를 찾는 건 앞으로 북한과의 핵 협상이 재개됐을 때 핵 동결과 감시, 해체 등 합의 과정에서 매우 중대한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군 시설에 농축시설을 숨긴 것은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사찰을 피할 목적이었을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북한은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파키스탄의 칸 박사 조직으로부터 원심분리기 지원을 받은 뒤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가스 원심분리기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은 이를 부인하다가 지난 2010년 미국의 핵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팀에게 원심분리기 2천 개를 보유한 영변의 농축시설을 전격 공개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다른 시설의 존재에 대해서는 계속 부인하고 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장군대산 지하시설이 우라늄 농축시설이 유력하지만 이를 더 입증할 추가 작업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