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이라크 전쟁에서 숨진 무슬림 미군 병사의 부모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관련 소식 먼저 전해 드리고요. 미 연방수사국(FBI) 소속 중국계 미국인 직원이 중국 정부에 민감한 정보를 넘긴 사실을 인정했다는 소식 이어서 살펴봅니다. 또 미국의 유명 기업들이 본사를 교외에서 도심으로 이전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그 이유가 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먼저 트럼프 후보의 무슬림 비하 발언을 둘러싼 논란 살펴볼까요?
기자) 네, 트럼프 후보가 이라크 파병 중에 사망한 무슬림 병사의 부모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가, 거센 역풍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바락 오바마 대통령은 화요일(9일) 트럼프 후보에 대해 대통령이 되기에 부적합한 사람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공화당 정치인들에게 트럼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후보가 뭐라고 했길래 이렇게 문제가 되는 건지, 내막을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파키스탄계 미국인 변호사 키즈르 칸 씨가 지난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한 연설이 발단이 됐는데요. 칸 씨의 연설부터 잠시 들어보실까요?
[녹취: 키즈르 칸 씨] “Donald Trump, have you ever…”
칸 씨는 연설 도중에 미국 헌법 사본을 들어 보이면서, 트럼프 후보에게 미국 헌법을 읽어본 일이 있느냐고 물었는데요. 모든 사람에 대한 동등한 법의 보호와 자유를 보장한다는 내용이 미국 헌법에 들어있는데, 트럼프 후보가 이를 아는지 모르겠다며 비판했습니다. 또 트럼프 후보가 계속 무슬림, 이슬람교도들을 비하하고 있는데, 이렇게 벽을 쌓는 것은 문제 해결의 방법이 될 수 없다고 말했죠.
진행자)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대규모 테러가 발생하자 트럼프 후보가 무슬림, 이스람교도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는데요. 트럼프 후보의 그런 발언을 지적한 거죠?
기자) 맞습니다. 칸 씨는 트럼프 후보의 방식대로라면, 아들이 미국에 오지도 못했을 것이라면서 말했습니다. 지난주 칸 씨가 연설할 때 아내 가잘라 칸 씨도 함께 나왔는데요. 말은 하지 않고 가만히 옆에 서 있었는데, 트럼프 후보가 지난 주말 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그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논란이 ㅇ리었는데요. 트럼프 후보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트럼프 후보] “If you look at his wife, she was…”
칸 씨의 아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건 말을 하는 게 허용되지 않아서일지 모른다, 이렇게 말한 건데요. 무슬림, 그러니까 이슬람교도 여성이라서 말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이에 대해 칸 씨 부부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기자) 키즈르 칸 씨의 아내 가잘라 칸 씨는 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서 도저히 말을 할 수 없었을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미국이 이날 같은 아픔을 느꼈는데, 트럼프 후보는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할 줄 모르는 사람 같다며 비판했는데요. 이슬람교는 남편과 아내가 동등하다고 가르친다면서, 남편이 두 사람을 대표해서 연설했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특히 칸 씨 부부가 이라크 전쟁에서 숨진 미군 병사의 부모라는 점에서 더 논란이 되고 있죠?
기자) 맞습니다. 칸 씨 부부의 아들 후마윤 칸 대위가 2004년 이라크 주둔 중에 자살폭탄 공격으로 사망했는데요. 미국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 영웅의 가족을 비하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겁니다. 전사자 어머니들의 모임인 골드스타 마더스(Gold Star Mothers), 해외전쟁참전군인회(VFW) 등이 트럼프 후보의 발언을 규탄했습니다.
진행자) 민주당은 물론이고, 같은 공화당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진행자) 네,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미치 맥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총무, 또 2008년 대선 때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 공화당의 중진 정치인들이 트럼프 후보의 발언을 비판했는데요. 트럼프 후보의 발언은 공화당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리처드 해나 하원의원 등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11월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논란에 대한 트럼프 후보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처음에는 칸 씨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신랄하게 비판했다며, 이에 대한 대응일 뿐이란 태도를 보였는데요. 하지만 논란이 커지자, 이라크에서 숨진 칸 대위는 영웅이고,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이 문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키즈르 칸 씨가 월요일(1일) VOA 방송의 우르두어 서비스와 인터뷰를 했는데요. 무슨 얘기를 했나요?
기자) 공화당 정치인들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이 트럼프 후보에게 어조를 누그러뜨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칸 씨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키즈르 칸 씨] “It really has come out…”
무슬림이나 다른 소수계에 대한 비하 발언을 자제하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이를 긍정적인 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또 무슬림을 깎아내리는 사람들의 태도를 바꾸려면, 미국 시민으로서 좋은 본보기를 보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는데요. 서로 다를 게 없다는 점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칸 씨는 말했습니다.
진행자) 네, 트럼프 후보가 이렇게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지지율마저 떨어졌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당대회가 끝난 뒤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반등했습니다. 지난 월요일(1일) CNN방송과 여론조사 기관 ORC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2% 대 43%로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두 후보 간의 격차가 거의 10% 포인트에 이르는 겁니다. 공화당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에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는 45% 대 48%로 트럼프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었습니다. 같은 날(1일) 나온 CBS 방송 조사에서도 클린턴 후보가 46% 대 39%로 앞서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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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 보겠습니다. 미 연방수사국(FBI) 직원이 중국 정부를 위해 활동한 사실을 시인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문제의 직원은 올해 46살인 중국계 미국인 쿤산 춘 씨인데요. 중국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귀화 미국인입니다. 춘 씨는 1997년부터 FBI에서 전자 요원으로 일하다가, 지난 3월에 체포됐는데요. 월요일(1일) 뉴욕에 있는 연방 법원에서 중국 정부에 민감한 정보를 넘긴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춘 씨가 지난 2011년 유럽 방문 중에 중국 정부 관리를 소개 받았고, 그 뒤 이 관리와 계속 외국에서 접촉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에 민감한 정보를 넘겼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를 넘긴 겁니까?
기자) 네, 법원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춘 씨는 2013년에 FBI 조직도를 중국 정부 관리에게 넘겼고요. 2년 뒤에는 감시 기술에 관한 기밀 자료를 사진으로 찍어서 전달했습니다. 또 FBI 요원의 신원과 여행 일정을 중국 측에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춘 씨는 주하이 코리온 테크놀로지란 중국 내 인쇄기 제조업체를 통해 이런 정보를 넘겼는데요. 춘 씨의 부모가 이 회사에 투자했다고 합니다. 춘 씨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 정부를 위해 이런 활동을 한 대가로 여행 경비를 받는 등 금전적인 보상을 받았습니다. 프릿 바라라 미국 연방 검사는 춘 씨가 배신행위로 국가 안보를 위협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당국이 어떻게 춘 씨를 체포하게 됐습니까?
기자) 네, 미국 수사요원이 신분을 숨기고 춘 씨에게 접근했는데요. 춘 씨가 중국 관리에게 넘길 기밀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응한 겁니다.
진행자) 춘 씨가 중국 정보요원으로 일한 사실을 시인했는데요. 형량이 어느 정도나 될까요?
기자) 원래 혐의대로라면 징역 10년형에 처해질 수 있는데요. 정부와 변호인 측간의 합의에 따라서 21개월에서 27개월 정도를 선고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양 측은 춘 씨가 혐의를 시인하는 대신에 형량을 줄여주는 데 합의했습니다. 춘 씨 측 변호인은 춘 씨가 미국을 사랑하며, 자신의 행동을 깊이 후회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춘 씨는 월요일(1일) 보석으로 풀려났는데요. 춘 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12월 2일에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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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최근 미국의 기업들이 본사를 도시로 이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의 대기업들은 도시 근교나 외곽에 본사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용한 교외에 방대한 공간을 사들여 멋진 건물을 세우고는 그 지역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전형적인 모습이죠. 그런데 최근 들어 미국의 유명 기업들이 본사를 도시로 이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미국의 대표적인 햄버거 회사인 맥도널드가 본사 이전 계획을 발표했고요. 미국의 가전제품 회사인 GE도 이달부터 본사 이전을 시작할 계획인데요. 이렇게 본사를 이전하는 회사가 한둘이 아닙니다.
진행자) 이들 기업의 본사가 어디로 이동하는 겁니까?
기자) 우선, 맥도날드는 현재 일리노이 주 오크브룩에 있는 본사를 시카고 도심으로 이전하고요. GE는 1974년 문을 연 이래 코네티컷 주 페어필드에 자리 잡고 있던 본사를 보스턴 시내로 옮길 예정입니다. 무선통신 회사인 모토로라 솔루션 본사 역시 다음 달에 시카고 시내로 이전할 예정이고 식품회사 크래프트 하인즈 역시 일리노이 주 교외 노스필드에 있는 본사를 시카고 시내로 이전한다는 계획입니다.
진행자) 이름을 들어보니까 다들 미국에서 유명한 회사들인데 이들 기업이 본사를 도심으로 이동하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네, 가장 큰 이유는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고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들 기업의 대표들에게 본사 이전의 이유를 물어봤더니 하나같이 하는 말이 ‘밀레니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였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란 1981년 이후에 태어난 성인들로 현재 18살에서 34살 사이에 해당하는 젊은이들을 말하는데요. 이 밀레니얼들은 조용한 교외보다는 좀 복잡하더라도 생활 환경이 편리한 도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네요.
진행자) 그러니까 도시를 떠나지 않으려는 우수한 밀레니얼을 채용하기 위해 회사가 본사를 도시로 옮긴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이런 움직임에 대도시들도 각종 세금감면 혜택 등을 제공하면서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고요. 또 기업들로서는 사람이 많은 도시로 오면서 소비자들과 더 가까워지는 장점도 있다고 하네요. 거기다 도시의 에너지와 역동성, 다양성 등을 수용해 좀 더 현대적이고 진취적으로 변화하겠다는 취지를 갖고 도시로 본사를 옮기는 기업들도 많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도시로 이동하면 현대적인 시설에, 젊은 인재는 더 많이 채용할 수 있겠지만, 도심이라는 공간적인 제약이 있지 않습니까? 교외에 있던 인력을 어떻게 다 수용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한데요?
기자) 네, 물론 그건 힘들겠죠? 그래서 기업들은 도심으로 본사를 옮기면서 규모를 줄이는 추세입니다. 예를 들어, 식품회사 크래프트 하인즈의 경우 시카고로 본사를 옮기면서 본사 인원을 기존의 2천200명에서 1천500명으로 줄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그러면 기존의 직원 입장에선 도시 이전이 나쁜 게 아닌가요?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기자) 네, 그런데 본사를 도심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모든 직원이 다 도시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요즘은 통신 채널이 발달하면서 굳이 같은 공간에 모든 직원이 있을 필요가 없다는 거죠. 따라서 기존의 본사에 일부 직원을 남기거나 아니면 다른 지역 또는 해외에 부서를 마련해 직원들을 흩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기업을 분해하는 것 역시 또 하나의 추세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무선통신 회사인 모토로라 솔루션의 경우 데이터 분석 전문가들과 디자인 기술자들은 도시로 옮기는 본사에서 일하고 물품 조달부서나 공급관리부서, 교육부서 등은 기존의 본사에 그대로 남아 일한다고 하네요.
진행자) 그러니까 시대가 변하면서 미국 기업들 역시 가만히 있지 않고 이렇게 변화를 보이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특히 기업의 도심 이동 현상은 ‘스타트업’이라고 하는 신생기업이나 ‘벤처기업’이라고 하는 독창적인 중소기업들의 경우 더욱 두드러지는데요. 최근 조사결과를 보면 미국에서 유통되는 벤처 자금의 절반 이상이 도심지역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특히 ‘실리콘밸리’라고 하는 신흥 과학단지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도시들에 가장 많은 벤처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김현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