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민 연설, 강경 정책 재확인...연방대법원, 노스캐롤라이나 투표권법 제동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31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이민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김현숙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수요일(31일) 연설에서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이 소식 먼저 전해 드리고요.연방 대법원이 논란 많은 노스캐롤라이나 투표권법 시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소식에 이어서 미국의 유명대학인 조지타운대학교가 과거 노예 매매와 관련한 역사를 규명하고 이에 대한 사과 조처를 했는데요.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수요일(31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자신의 이민 정책을 설명하는 연설을 했는데요. 이 소식부터 전해주시죠.

기자) 네, 트럼프 후보가 어제 미국 서남부 애리조나 주에서 10개 항으로 구성된 이민 정책을 발표했는데요. 일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내용이 매우 강경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선거운동 초기부터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높은 장벽을 쌓겠다는 주장으로 관심을 끌었는데요. 이 같은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겁니다. 트럼프 후보의 연설 내용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트럼프 후보] “Mexico will pay for the wall…”

트럼프 후보는 미국 남부 국경 지대에 높은 장벽을 세울 것이고, 그 비용은 멕시코에 부담시키겠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멕시코인들이 훌륭한 사람들이고 지도자들도 훌륭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장벽 건설 비용을 내야 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트럼프 후보가 이날 연설에 앞서 멕시코를 방문하고,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 회담했는데요. 장벽과 관련해 엇갈리는 얘기가 나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수요일(8월 31일)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 회담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장벽 문제를 논의하긴 했지만, 누가 비용을 부담할지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나중에 인터넷 단문 사이트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멕시코 정부는 절대 건설비를 내지 않겠다는 점을 회담 첫머리에 강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장벽 건설과 관련해서 이런 엇갈리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어쨌든 트럼프 후보는 멕시코 정부가 비용을 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주장했군요. 그밖에 이번 연설에서 어떤 얘기드리 나왔습니까?

기자) 네, 트럼프 후보는 미국 내 불법 이민자들을 사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미국에는 1천10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들이 정착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이들이 미국 시민권을 딸 수 있는 길을 열어주지 않겠다는 겁니다. 다시 트럼프 후보의 말입니다.

[녹취: 트럼프 후보] “We will break the cycle of amnesty…”

불법 이민자들이 계속 미국에 들어오고, 결국, 미국 정부가 이들을 사면해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건데요. 미국에 불법으로 들어와서 숨어서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합법적인 신분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10개 항으로 구성된 이민 정책을 밝혔다고 했는데요. 또 어떤 내용이 들어있었나요?

기자) 네, 추방 전담반을 만들어서 체포된 전력이 있는 이민자들을 추방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고요. 범죄를 저지른 불법 이민자들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서 모두 추방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피난처 도시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다고 말했는데요.

진행자) 피난처 도시란 어떤 겁니까?

기자) 네, 불법 체류 이민자들을 보호해주는 도시를 말하는데요. 미국 내 일부 도시와 지방 정부는 불법 체류자들을 처벌하지 않는 정책을 갖고 있는데, 이런 도시를 피난처 도시라고 합니다. 트럼프 후보는 또 바락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해, 법에 어긋나는 모든 이민 관련 행정명령을 철회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4년에 불법 이민자 약 400만 명을 구제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는데요. 이 행정명령은 현재 법원 판결에 따라서 시행이 힘들어진 상황입니다.

진행자) 앞서 트럼프 후보가 미국에 들어온 사람들을 추적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했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이번에도 이 문제를 언급했는데요. 생체인식 프로그램을 이용한 추적 시스템으로 비자 만료 기한을 지나서 미국에 머무는 사람이 없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신원 조회 절차를 신뢰하기 힘든 지역에서 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비자 발급을 중지하고,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합법적인 이민 제도도 개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트럼프 후보가 미국 내 불법 이민자를 모두 추방하겠다고 말했는데요. 이 얘기도 나왔습니까?

기자) 아니오, 모두 추방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미국에 불법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추방될 수 있다”라면서 여지를 남겨뒀죠. 그러면서 불법 이민자들 가운데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추방하는 데 초점을 맞췄는데요. 이에 따라서 트럼프 후보의 입장이 약간 누그러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트럼프 후보의 이민 연설에 대해서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공화당 내 보수 강경 세력은 환영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민주당이나 중남미계 유권자들은 비판하고 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 측의 중남미계 담당자인 로레야 프라엘리 씨는 트럼프 후보의 계획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가 원하는 사람만 미국에 들어올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트럼프 후보의 계획은 분열과 증오를 조장한다면서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후보의 멕시코 방문에 대해서는 반응이 어떤가요?

기자) 네, 멕시코에서 외국 정상과 만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도자다운 면모를 보여줬다는 일부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는데요. 하지만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바 있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외교는 그런 식으로 하는 게 아니라면서 비판했습니다. 수요일(31일) 오하이오 유세 중에 클린턴 후보가 한 말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클린턴 후보] “It’s more than a photo-op…”

외교는 그저 사진이나 같이 찍고 마는 일이 아니란 건데요. 사람들 간의 관계처럼 서로를 알아가야 하며, 일관된 태도와 신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스니다. 1년 동안 상대를 모욕하다가, 잠깐 들러서 만나고 오는 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동안 트럼프 후보가 멕시코 이민자들을 범죄자로 몰면서 비판해왔는데요. 그 점을 꼬집은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후보의 이번 멕시코 방문은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는데요.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도 초청했지만, 클린턴 후보 측은 아직 수락 여부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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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연방 대법원이 노스캐롤라이나 투표권법에 제동을 걸었다고 하는데요. 무슨 얘기입니까?

기자) 네, 노스캐롤라이나 주가 논란 많은 투표권법 시행을 허용해 달라며 연방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했는데요. 하지만 대법관들 의견이 4-4로 갈리면서, 올해 선거에서 시행이 힘들게 됐습니다.

진행자) 논란 많은 법이라고 했는데, 어떤 내용이길래 논란이 되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2013년에 제정된 노스캐롤라이나 법에 따르면, 투표할 때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제시하게 돼 있는데요. 이 조항이 흑인과 중남미계 등 소수계에 대한 차별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겁니다. 운전면허증같이 법적으로 인정 받는 신분증을 따려면, 비용이 들기 때문인데요. 흑인이나 가난한 사람들은 이런 비용도 큰 부담이 되고, 신분증을 발급 받으러 갈 시간적인 여유도 없어서 불리하다는 겁니다.

진행자) 특히 흑인 등 소수계 가운데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죠?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공화당이 주도하는 노스캐롤라이나 주 의회가 소수계 유권자의 투표 참여를 막기 위해 이런 신분 확인법을 제정했다는 건데요. 하지만 이 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부정투표를 막기 위해 꼭 필요한 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어떻게 관련 소송이 대법원까지 올라갔나요?

기자) 네, 지난달 연방 항소법원이 노스캐롤라이나 주 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기 때문인데요. 판사 3명으로 구성된 연방 제4 항소법원 재판부는 이 법이 소수계와 가난한 유권자들을 차별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며, 만장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올해 11월 선거에서 이 법을 시행해선 안 된다는 건데요. 그러자 노스캐롤라이나 주 정부가 반발했고요. 공화당 소속인 팻 맥크로리 주지사가 11월 선거에서 투표권법을 시행할 수 있게 해달라며 연방 대법원에 비상 상고를 한 것인데요. 이번에 4-4 동률이 나온 겁니다.

진행자) 현재 연방 대법원에 공석이 있는데요. 대법원 상황이 결국, 올해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네요.

기자) 맞습니다. 연방 대법관 수는 원래 9명인데, 올해 초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사망한 뒤로 이 자리가 채워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처럼 연방 대법원에서 4-4 동률이 나올 경우, 하급 법원 판결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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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미국의 명문대학 중 하나이자 이곳 워싱턴 DC에 자리한 조지타운대학교가 노예 매매에 관여했던 과거사를 스스로 공개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존 드조이어 조지타운대학 총장이 목요일(1일) 오후, 조지타운 대학이 과거에 노예 매매에 관여했던 것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노예 후손에 대한 입학 혜택을 부여하는 등의 후속 조처를 발표합니다. 조지타운대는 본교의 노예 매매 역사를 규명하기 위해 교수와 학생, 졸업생 등으로 구성된 학내 위원회를 꾸리고 관련 역사에 대한 조사를 벌였는데요. 지난 6월에 이 위원회가 100쪽이 넘는 조사 결과를 학교 측에 넘겼고요. 이번에 구체적인 사과 조처가 나온 겁니다.

진행자) 위원회 조사 결과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겁니까?

진행자) 조지타운대는 1789년 로마 가톨리교의 분파인 예수회 수도사들이 설립한 학교인데요. 조사 위원회는 과거 학교 측이 메릴랜드주에서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면서 노예를 부렸고, 또 노예가 학교 건축에도 투입됐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조지타운대는 1838년 노예 272명을 팔아서 현재 가치로 약 330만 달러의 수익을 낸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당시는 조지타운대의 재정상태가 어려웠을 때로, 노예 매매에서 거둔 이익에서 50만 달러는 당시 학교의 빚을 갚는 데 쓰였다는 겁니다. 드조이어 총장은 지난 6월에 이 같은 조사 결과가 나오자 루이지애나 주를 찾아가 당시 조지타운대가 팔았던 노예의 후손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리고 이번에 구체적인 사과 조처가 발표된 건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까?

기자) 조지타운대는 우선, 노예 매매 당시의 대학 총장 이름을 딴 건물 2곳의 이름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건물 2곳 중 1곳은 노예 매매 문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남성 노예의 이름을 따 ‘아이잭 홀’로 하고, 또 다른 건물을 조지타운대 인근에 첫 흑인 여학교를 세웠던 앤 마리 비크래프트의 이름을 붙일 예정입니다.

진행자) 그리고 앞서 노예 후손에게 대학 입학 혜택을 부여한다고 했는데 어떤 혜택을 말하는 건가요?

기자) 미국 대학은 졸업생의 자녀나 손자에게 입학 시 혜택을 주곤 하는데요. 이와 비슷한 형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번 혜택은 1838년에 팔려간 남녀, 어린이 노예를 비롯해 조지타운 대학을 위해 일했던 모든 노예의 후손에게 제공된다는 게 대학 측의 설명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조지타운대학뿐 아니라 브라운대, 하버드대 같은 미국 유명 대학들이 과거 노예 매매와 관련됐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과거사를 규명하고 사과 조치를 하는 건 조지타운 대학이 처음이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전문가들은 노예 후손에게 대학 입학 혜택을 주기 위해선 학교 측이 적극적으로 노예 후손을 찾고 또 그들에게 이 같은 혜택이 있음을 알리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하면서도, 다른 대학이 주저하고 있을 때 이렇게 과감한 행보를 보이는 조지타운대학의 노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드조이어 총장은 이번 노예 과거사 사과 조처와 관련해 “우리에게 해야 할 일이 있음을 알고 있고, 차근차근 그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김현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