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 추정 탄도미사일 3발 발사…한국 "제재 의지 강화"

지난달 21일 북한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가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했다며,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 앞쪽에는 스커드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고, 뒤쪽에는 '노동'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2기가 발사 준비 상태에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을 발사한 지 12일 만에 또다시 ‘노동’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한반도의 군사긴장 조성을 위한 무력시위 차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5일 낮 12시 14분쯤 황해북도 황주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노동’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미사일은 천km 가량을 비행했으며 일본 방공식별구역을 400km 이상 침범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노동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천 300km로, 한반도를 넘어 주일미군 기지가 있는 일본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갑니다.

한국 합참은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이 사전 항행경보 발령 없이 일본 방공식별구역 내 해상으로 발사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24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 발사 이후 12일 만이며 노동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3일 이후 한 달여 만입니다.

한국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의 노골적 위반이라고 강력 규탄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한반도 뿐아니라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임을 보여주는 엄중한 도발 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또한 이런 도발로 북한이 얻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국제사회의 북 핵 불용과 대북 제재 의지를 더욱 강화시킬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된 한-중 정상회담 종료 직후 이뤄졌습니다.

또한 북한의 정권수립일인 9월 9일을 나흘 앞둔 시점입니다.

한국 합참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은 G20 정상회의와 오는 9일 북한 정권수립일을 계기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지속시키기 위한 무력시위 차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4년 9월 초에도 정권수립일을 앞두고 2차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벌였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준비 정황을 사전에 포착해 북한 군 동향을 면밀하게 추적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노동미사일 발사에 대해 군사적 기술 향상 차원을 넘어 한반도와 국제 정세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정성윤 박사는 노동미사일의 경우 발사 준비에 보통 2-3일, 그리고 발사를 위한 전략적 판단을 하는데도 일주일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북한이 한-중 정상회담을 겨냥해 사전에 도발을 기획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정성윤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G20과 같은 다자적 회의에서 북 핵 문제와 관련해 ‘아무리 너희들끼리 논의를 해도 핵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고도화하려는 우리의 전략적 입장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는 굳은 결기를 과시하는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천명하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도 북한의 이번 도발이 한-중 정상회담에 맞춰 자신들의 전략적 가치를 과시하기 위한 일종의 무력시위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박사 /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한-중 정상회담, 미-중 정상회담에 맞춰서 뭔가 한반도의 어떤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한반도 평화가 누구 손에 달렸느냐 이런 것을 강조하기 위한 일종의 무력시위라고 봐야 되죠. ‘당신네가 우리를 외면하고 무시하고 한반도 평화를 기대하지 말라, 한반도 평화의 이니셔티브는 우리가 쥐고 있다’ 이런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북한이 한국 정부의 북한인권법 시행 하루 만에 탄도미사일을 쏜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한국이 북한인권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선 데 대해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노동미사일 발사로 위협한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북한의 선전매체들은 최근 한국 정부의 북한인권법에 대해 부질없는 망동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합참은 북한의 도발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