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제사회 제재 무시…핵 능력 고도화 질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실시한 9일 한국 서울의 가전매장에 설치된 TV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오늘 (9일) 전격적으로 핵실험을 감행한 것은 핵 능력 고도화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한 선전 수단으로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4차 핵실험 이후 불과 8개월 만에 또 다시 핵실험에 나선 데 대해 일체의 협상 가능성을 배제하고 핵 능력 고도화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서 북 핵 6자회담의 5개 당사국과 아세안 국가들이 한 목소리로 북 핵 위협을 규탄하는 성명을 낸 바로 다음날 핵실험을 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평가입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일단 핵 무력을 완성한 뒤 협상을 하겠다는 밑그림을 갖고 가능한 빨리 고도화된 핵무기를 보유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한국 통일연구원] “북한은 핵 무력 완성을 위해 5차 실험 필요했던 상황이고요, 8개월 만에 단기간에 단행했다기 보다는 엄밀히 보면 사실 그 이전에 할 수도 있었습니다. 5차, 6차 핵실험 준비가 이미 풍계리에 모두 됐었기 때문에 북한이 타이밍을 조절한 것 같고요. 이번에 5차 핵실험을 일단 단행해 핵 무력을 완성하고 나서 협상하겠다는 의지가 강했고요.”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북한의 주장대로 핵탄두 폭발 실험이었다면 핵무기 실전배치에 앞선 막바지 수순의 실험으로 볼 수 있다며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게 북한의 우선 목표임이 드러난 행동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동국대 북한학과] “외부세계가 핵실험을 한 것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사실상 핵 보유국이라고 인정하는 것 자체가 북한의 협상력이 높아지는 거죠.”

이와 함께 북한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국 배치 문제가 한-중 간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는 현 국면을 최대한 활용해 핵무기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한국의 북-중 관계 전문가인 아주대학교 김흥규 교수는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남중국해 문제와 사드 배치 문제 등으로 미국과 전략적 경쟁관계에 놓인 중국의 처지를 이용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흥규 교수/ 아주대학교] “중국 같은 경우도 북한에 대한 제재를 더 가해야 하긴 해야겠는데 마땅히 수단이 없고. 더 강한 제재로 간다는 것은 북한 정권 존립기반을 흔들 수 있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지금처럼 한-중 관계 신뢰도가 떨어져 있고. 미-중 관계가 전략적 경쟁관계로 돌입하고 있는 이런 변수를 갖고는 (중국도) 어려울 겁니다.”

전문가들은 또 미국도 대통령 선거국면에 들어가면서 5차 핵실험에 대응한 추가 제재나 군사 행동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북한이 계산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 5차 핵실험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로 내부 동요가 심상치 않은 데 따라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급하게 내린 조치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부형욱 박사는 사드 배치를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실험으로 스스로 유리한 국면을 망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부형욱 박사/ 한국 국방연구원] “대북 제재가 김정은 통치자금에 압박을 주고 있고 그로 인한 고위급 탈북이 줄을 잇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반작용으로 폭주하는 쪽으로 선택을 한 것인데. 그러면 그럴수록 국제사회와 한국 정부는 더 조일 것인데, 그런 차원에서 판단 미스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북한은 핵실험을 통해 집권 5년 차를 맞아서도 이렇다 할 만한 내부 치적이 없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강력한 지도자상을 구축함으로써 내부 결속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한국 통일연구원] “집권 5년을 맞고 있고 68주년 9.9절을 맞이해서 사실 내부적 성과가 없는 김정은이 핵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활용해서 자기의 치적을 강조하고 내부 동요를 막는 통합효과를 기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관영매체들을 동원해 핵탄두 폭발 실험이 성공했다며 이를 김 위원장의 치적으로 대대적으로 선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