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북한이 수해 복구 지원을 요청해 오더라도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악화된 현 정세에서 이에 응하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수해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 당국의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 함경북도 일대의 대규모 수해 지원과 관련해 북한이 인도적 지원을 요청해 와도 지원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19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모든 긴급구호의 국제 원칙은 해당 국가가 먼저 지원 요청을 해야 하고 아무리 어렵더라도 요청이 없으면 지원하지 않는 게 국제 관례라며 이 같은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현재까지 북한의 요청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요청이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의 요청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 상황에선 그것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지 않은가라고 보고 있습니다.”
정 대변인은 지원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북한이 수해라는 당면과제가 있는데도 민생과 관련 없는 부분에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주민생활이 수해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는데도 이를 외면한 채 5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 당국의 태도를 정면으로 질타한 겁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북한 측이 수해가 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막대한 비용이 드는 5차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이런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핵실험에 쓸 게 아니라 북한의 민생을 위한 수해 복구에 힘써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 대변인은 이와 함께 수해 지원과 같은 긴급 구호성 인도적 지원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기본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피해 상황 등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긴급구호의 필요성과 투명성, 북한 측의 요청 등을 종합적으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한국 내 대북지원단체들의 연합단체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북민협이 최근 수해 지원 협의를 목적으로 북한 측과의 접촉 승인을 신청한 데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북민협은 지난 5일 통일부에 수해를 당한 북한 주민을 지원하기 위해 19일이나 20일에 제3국에서 북한 측과 접촉할 수 있도록 승인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민간단체의 이번 접촉 신청은 지금의 한반도 정세상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를 잠정 중단하면서 방북은 물론 중국 등 제3국에서 이뤄지는 대북 접촉과 팩스 등을 통한 간접 대북 접촉도 일절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북민협의 곽영주 운영위원장은 정부 승인이 나오지 않으면 국제기구를 후원하는 방식으로라도 지원을 할 계획이라며 국제적십자사와 접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곽영주 운영위원장 /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정부를 통해서 못할 경우엔 저희는 국제 적십자사 통해서 즉, 국제기구를 통해서라도 지원을 하겠다는 생각인 거죠.”
59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북민협은 지난 9일 대북 수해 복구 지원사업 결의 당시 인도적 차원에서 의약품이든 생필품이든 북한 이재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품목을 가리지 않고 지원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