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핵이 위협이라면 이미 핵을 보유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부터 먼저 처벌하라고 주장했습니다. 먼저 핵을 개발해 북한보다 더 많은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인데, 국제법적으로 이런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는 지적입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2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기존의 핵 보유국인 미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을 거론하며 자신들의 핵 보유 정당성을 주장했습니다.
미국의 주장대로 북한의 핵이 평화에 대한 위협이라면 이미 핵을 보유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먼저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노동신문은 그 나라들이 북한보다 먼저 핵무기를 개발하고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이 국제법상으로 전혀 정당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은 핵확산금지조약, NPT가 인정한 핵 보유국가입니다.
냉전 당시 미국과 구 소련의 주도로 1967년 체결된 핵확산금지조약, NPT는 중국과 영국, 프랑스 등 그 시기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던 5개국만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했습니다.
이 조약은 또한 여타 다른 가입국의 핵무기 개발과 도입, 보유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5개 핵 보유국에 대해 핵무기와 기폭 장치의 제 3자로의 이양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비 핵 보유국에 대해서는 자체 핵개발 금지와 원자력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사찰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지난 1975년 86번째로 정식비준국이 됐으며 북한도 10년 뒤 가입했지만 IAEA의 특별핵사찰 요구에 반발해 1993년 3월 NPT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북한이 간과하는 부분은 북한이 핵사찰에 반발해 NPT 탈퇴를 선언했지만 선언만 했을 뿐 실제 탈퇴를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국제법 전문가인 아산정책연구원 이기범 박사는 3차 세계대전과 같은 이변이 없는 한 가맹국의 NPT 탈퇴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NPT 회원국으로서 비핵화를 준수하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핵 보유를 인정해야 한다고 이기범 박사는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기범 박사 /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그렇다면 북한은 여전히 NPT 회원국으로서 오히려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자신은 핵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거죠. 그러면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 문제가 나올 수 있는데 이 3개국은 NPT 자체에 가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국가들은 핵을 가진다고 해도 국제사회가 제재를 가할 수가 없어요. 이란, 이라크, 북한이 제재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은 이런 문제 때문인 거죠.”
이기범 박사는 아울러 현재 핵확산금지조약에 전 세계 190여 개국이 가입해 있다면서 유엔이나 NPT 등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국제 정치 질서이자 국제사회가 유지되는 근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유준구 교수도 NPT 체제 하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만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유엔 체제와 국제법적 조약으로 확인된 내용인 만큼 의혹성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유준구 교수 / 한국 국립외교원] “NPT 조약상 안보리 상임이사국들만 핵을 보유하게끔 명명이 돼 있는 거거든요. 그게 정치적으로 불평등하다는 주장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북한의 주장은 국제법적으로 정당하지 않죠.”
한편 노동신문은 북한의 핵 보유와 핵 고도화는 결코 평화를 위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며 미국의 한반도 핵 전쟁을 막기 위한 자위적 억제력이라는 주장을 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