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간통일단체인 사단법인 새조위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매년, 한국의 노래를 북한의 사투리로 바꾸어 부르는 노래자랑을 열고 있습니다. 올해 대회는 지난 24일에 열렸는데요, 한반도 통일과 북한, 탈북민들과 관련한 한국 내 움직임을 살펴보는 ‘헬로 서울,’ 서울에서 박은정 기자입니다.
[녹취: 현장음]
많이 들어본 듯, 조금은 낯선 노래가 공연장 가득 울려 퍼졌습니다. 이곳은 서울 을지로에 있는 한 공연장인데요, 지난 24일, 민간통일단체인 사단법인 새조위가 주최한 ‘제3회 북한 사투리 노래자랑’이 열렸습니다. 북한 사투리 노래자랑은 남북한 출신의 참가자들이 한국노래를 북한 사투리로 바꿔 부르는 대회인데요, 음악과 언어를 통해 남북한 주민들이 더욱 가까워 질 수 있도록 새조위에서 매년 열고 있는 행사입니다. 북한 사투리 노래자랑인 만큼 북한의 여러 역의 사투리로 바뀐 노래들이 관객들의 흥미를 끌었습니다.
[녹취: 현장음]
[녹취: 김서연, 탈북민] “함경북도 샛별군 영북 탄광입니다. 저희 사투리는 ‘그랬으꾸마, 그랬어, 이랬어’, ‘어깨’라고 ‘오라버니 어깨에’ 이게 나오는데, ‘오라버니 잔등’ 잔등이라고 하거든요, ‘커다란 가슴’ 이 아니라 ‘넙죽한 가슴’. 북한사투리로 다 바꿨어요. 저는 거기서 태어나서 거기서 학교를 다녔고, 거기서 사회생활을 했고, 거기서 시집을 갔으니까. 다른 데를 나와서는 못 갔으니까, 거기 사투리에 젖어있는 거죠.”
[녹취: 최명순, 탈북민] “함경북도 온성이에요. ‘아메, 그랬으꾸마’. ‘장마당에 가면요, 오이도 많고, 도마도도 많스꾸마.’ 특이한 거는 마지막에 ‘쓰꾸마’ 이런 것을 많이 붙이거든요.”
[녹취: 안송화, 탈북민] “고향은 함경북도입니다. 운도군입니다. 사투리라는 게 다 ‘그렇슴메, 이렇슴메.’ 남편보고도 ‘나그네 있슴둥?’ 뭐, 아주마이들보고는 ‘아내 있슴둥?’ ‘아내 있으메?’ 다 있스메, 사투리가 많죠. ‘갔네, 왔습네, 있습네.’ 마지막에 다 이렇게 말해요.”
사투리만큼 노래에 담긴 사연도 다양했는데요, 참가자들은 기존의 노래에 자신의 사연과 감정을 담아 불렀습니다. 금잔디의 오라버니를 부른 김서연 씨는 북한에서 만난 첫사랑 오라버니의 이야기를 고향 사투리에 담았습니다.
[녹취: 김서연, 탈북민] “오라버님 잔등에 기대어 볼게요.’ 북한에 첫사랑 오라버니가 있어요. 사랑은 나눴지만 결혼을 못했거든요. 그 오라버니가 조선 노동당원이 못됐어요. 북한에는 남자는 조선 노동당원이 돼야 되는데, 그게 못되니까 부모님들이 저희들의 결혼을 승낙 안 하시고 제가 할 수 없이 오빠하고 헤어지고, 제가 비록 오빠하고 사랑은 못 이뤘지만, 통일이 되면, 오빠보고 기다려달라고.”
임진강을 부른 안송화 씨는 고향의 풍경을 생각하며 노래를 개사했습니다.
[녹취: 안송화, 탈북민] ‘임진강’ 노래합니다. ‘철새도 행방 없이 왔다 갔다 했습네. 가고 싶어 못 갔으꾸마. 출렁이는 림진강.’ 고향을 생각해서 노래했습니다. 고향에 두고 온 형제들이 생각나서, 자식들도 두고 왔지. 고향 생각이 나서 내가 이 노래를 불러야 되겠다. 이 노래를 부르니까 고향이 더 생각나고, 노래가 제대로 나와요. 참 좋습니다. 더 젊어지는 것 같고, 기분도 좋고, 북한 사람들을 이렇게 만나니, 참 좋습니다. 오늘 기분이.”
조영남의 화개장터를 개사해 부른 최명순 씨는 노래를 통해 북한의 장마당을 소개했습니다.
[녹취: 최명순, 탈북민] “함경도와 청진시를 거슬러가는 징검다리 건너가면 수남 장마당. 앞서가는 아바이, 아매 보따리 지고, 매일마다 티각태각 말다툼하네.’ 저희가 지금 남한에 와보니까, 북한하고 남한의 시장에 대해서, 광고라기보다, 북한은 지금 꽃제비들이 많잖아요. 꽃제비라고 하면 남한 사람들은 잘 몰라요. 그런데 저희는 북한에서 꽃제비들을 많이 봤어요. 꽃제비라는 게 빌어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게, 장마당에 가면 막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여기는 오면 다 순수하게 앉아서 장사를 하고 하는데. 그걸 우리가 보여주자고, 장마당을 표현한 ‘화개장터를 선택했습니다. 마음이 떨리고요, 더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앞서다 보니까 좀 흥분이 됩니다.”
[녹취: 현장음]
‘제3회 북한 사투리 노래자랑’의 은상은 박상철의 ‘빵빵’을 개사한 이예주 씨가, 금상은 노래를 통해 북한의 장마당을 소개한 조가 차지했는데요, 심사를 맡은 전 통일부차관 홍양호 심사위원장과 공군사관학교의 윤미량 교수입니다.
[녹취: 홍양호, 전 통일부 차관] “북한 말 개사 노래자랑 대회이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개사를 했는가, 그것이 한 30점 정도 비율을 차지하겠습니다. 그리고 노래자랑 대회이기 때문에, 가창 실력도 좋아야 됩니다. 그래서 가창실력도 한 30%. 북한 말 개사 노래자랑 대회에 나오셔서, 여러분도 즐겁고 행복하게 행사를 하시고, 청중들과 함께 이 자리가 아주 행복한 자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녹취: 윤미량, 공군사관학교 교수] “일단은 재미있게, 우리 노래를 북한 사투리로 개사하는데, 그 사투리로 바꾸는 것이 재미있으면서도, 너무 엉뚱한 사투리가 들어가면 맥락이 안 통하니까, 북한에서 오신 분들도, 남한에 사는 분들도 공감하면서 웃을 수 있는, 재미있고 그러면서도 적절한 변용, 그런 데 더 강조를 둘 것 같습니다.”
[녹취: 현장음]
사단법인 새조위는 앞으로도 북한 사투리 노래자랑을 매년 열어, 남북의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줄이고, 음악으로 하나 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