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8년간 소득세 0달러' 의혹...대법원 9명대신 8명으로 출발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3일 버지니아주 헌든에서 진행된 은퇴군인 컨퍼런스에 참석, 청중의 질문을 듣던 중 혀를 내밀어 입술을 축이고 있다.

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김현숙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18년 동안 연방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이 소식 먼저 알아보고요. 이어서 연방 대법원이 대법관이 8명만 남아있는 상황에서 새 회기를 시작하게 됐다는 소식, 또 사형제도에 대해 찬성하는 미국인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설문조사 결과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먼저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세금 관련 논란부터 살펴볼까요? 미국에서는 대통령 후보들이 선거 전에 세금 보고서를 공개하는 관행이 있는데,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계속 이를 거부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1970년 이후 대통령 후보들 가운데 세금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사람은 트럼프 후보가 유일한데요. 트럼프 후보는 연방 국세청(IRS)의 감사를 받는 중이라는 이유로 계속 공개를 거부해 왔습니다. 하지만 IRS는 감사 중에 세금 보고서를 공개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트럼프 후보가 상당히 오랫동안 연방 소득세를 내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고요?

기자) 네, 무려 18년 동안 한 푼도 내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이 지난 토요일(1일) 익명의 제보자가 보내온 1995년도 세금 보고서 사본을 바탕으로 보도한 내용인데요. 트럼프 후보는 1995년 세금 보고서에 9억1천500만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고 보고했고, 이에 따라서 최고 18년 동안 세금을 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어떻게 18년 동안이나 연방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을 수 있습니까?

기자) 부동산 기업인들을 보호하는 법 때문이라고 합니다.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 후보는 1990년대 초반에 부동산 사업과 카지노 사업이 휘청거리면서 막대한 손실을 봤습니다. 이렇게 손실액이 클 경우, 이전 3년과 이후 15년을 포함해, 최고 18년 동안 세금 부과가 가능한 수입에서 이를 공제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트럼프 후보가 이후에 한 해 500만 달러에 달하는 수입을 올렸다고 하더라도, 이전의 손실액을 제하고 나면, 수입이 전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니까, 연방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됐다는 거죠.

진행자) 지난 월요일(9월 26일)에 열린 대통령 후보 1차 TV 토론회에서 클린턴 후보가 이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 두 후보 사이에 공방전이 벌어졌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클린턴 후보-트럼프 후보] “He didn’t pay any federal income taxes…”

기자) 트럼프 후보가 세금 보고서 공개를 거부하는 건 그동안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아서일지 모른다고 클린턴 후보가 말했는데요. 그러자 트럼프 후보는 자신이 똑똑해서 그렇다고 응수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토론회 때도 이 문제가 나왔는데, 이번에 뉴욕타임스 신문의 보도로 더 뜨거운 쟁점이 된 것 같습니다. 트럼프 후보 측은 이번 뉴욕타임스 보도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트럼프 선거운동본부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뉴욕타임스 보도 내용에 대해서는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트럼프 후보 본인의 허락 없이 세금 보고서를 공개한 것을 불법이라고 주장했고요. 뉴욕타임스 등 주류 언론이 클린턴 후보를 돕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라고 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 등 트럼프 후보 측근들은 오히려 트럼프 후보가 천재라며 칭찬했는데요. 줄리아니 전 시장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줄리아니 전 시장] “This man, 26 years ago…”

기자) 일요일(2일) ABC 방송의 ‘디스위크’ 프로그램에 출연한 줄리아니 전 시장은 트럼프 후보가 26년 전에 일부 실패를 경험했지만, 그 뒤에 다시 거대한 기업을 세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보면, 트럼프 후보는 천재라는 건데요. 현재 미국은 경제를 다시 호전시킬 사람을 필요로 하는데, 트럼프 후보는 바로 이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줄리아니 전 시장은 말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후보 본인은 뭐라고 했습니까?

기자) 트럼프 후보는 일요일(2일) 인터넷 단문 사이트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그동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세금법을 잘 안다면서, 미국의 세금 관련 법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나온 얘기를 종합해 보면, 트럼프 후보가 그렇게 오랫동안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았다고 해도 불법은 아니라는 거죠?

기자) 네, 뉴욕타임스 신문이 입수한 세금 보고서를 보면, 트럼프 후보가 불법 행위를 했다는 흔적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소득 불균형 문제와 투명성이 큰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앞으로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 트럼프 후보가 그동안 자신의 사업 능력을 과시해왔는데, 오래 전 일이긴 하지만, 이렇게 10억에 가까운 손실을 봤다는 점 역시, 트럼프 후보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 반응입니다.

진행자) 마지막으로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 측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클린턴 후보 선거운동본부는 뉴욕타임스 보도에 대해서 “폭탄선언 같은 보도”라고 말했는데요. 앞으로 계속 이 문제를 쟁점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트럼프 재단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는데요. 뉴욕 주 법무부가 월요일(9일) 트럼프 재단에 대해 기부금 모금 활동을 중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트럼프 재단이 제대로 등록 절차를 밟지 않고 기부금을 받아왔는데, 이는 뉴욕 주 법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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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이번에는 연방 대법원 관련 소식 보겠습니다. 월요일(3일)부터 새 회기가 시작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연방 대법관이 8명인 상태에서 새 회기를 시작하는데요. 연방 대법원에 공석이 있는 가운데 새 회기가 시작되는 건 25년 만의 일입니다.

진행자) 연방 대법관은 원래 9명으로 구성되는데, 지난 2월부터 8명만 남아있는 상황이죠?

기자) 맞습니다. 지난 2월에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갑자기 사망했기 때문인데요. 이후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메릭 갈랜드 워싱턴 DC 항소법원장을 새 대법관으로 지명했지만, 현재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 의원들이 인준 절차를 밟길 거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대법원 공석 사태가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기자) 일단 11월 8일에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가 끝난 이후가 될 것 같습니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승리한다면, 공화당이 갈랜드 판사를 대법관으로 인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갈랜드 판사는 진보지만 온건한 성향으로 분류되는데요. 클린턴 후보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 좀 더 진보적인 성향의 대법관을 지명할 것에 대비해서, 공화당이 서둘러 인준할 수 있다는 거죠.

진행자) 반대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기자) 갈랜드 지명자 인준이 전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후보가 취임한 뒤에 새로 보수적인 성향의 판사를 지명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죠. 스캘리아 대법관이 살아있을 때 연방 대법원은 상당히 오랫동안 보수 대 진보 판사 비율이 5-4로 보수가 약간 우세했는데요. 클린턴 후보가 당선될 경우, 반대로 진보가 우세한 상황으로 바뀌게 됩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서 오늘 연방 대법원이 새 회기를 시작했는데, 어떤 소송을 다루게 되나요?

기자) 현재 진보와 보수 대법관이 4-4로 갈린 상황이기 때문에 대법관들 의견이 성향에 따라서 팽팽하게 갈릴 만한 소송을 피했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회기에서는 지난주에 전해드린 바와 같이 아시아계 비하 의미가 들어간 악단 이름 등록 소송 등 표현의 자유 문제와 지적 재산권 소송, 내부자 거래 소송 등이 다뤄지게 됩니다. 미국에서는 연방 대법원에서 대법관들 의견이 4-4로 갈릴 경우, 하급법원 판결이 유지됩니다.

진행자) 앞서 대법관들 의견이 4-4로 팽팽히 맞선 경우가 이미 나왔죠?

기자) 네, 지난 6월,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 소송에 대한 대법관들 의견이 4대4로 갈렸습니다. 결국, 앞서 하급법원에서 나온 판결에 따라서, 행정명령 시행이 중단됐는데요. 이런 중요한 소송에 대해 또다시 동률이 나오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 대법원이 신중하게 이번 회기에 다룰 소송을 선택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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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국의 사형제도와 관련해 미국인의 생각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요. 사형제도를 찬성한다는 미국인이 절반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 센터가 지난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인데요. 사형제도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49%였습니다. 1년 반 전에 시행된 조사 때보다 7%p 낮아진 수치로, 사형제도에 대해 이렇게 절반 미만의 지지를 받은 건 지난 1971년 이후 처음입니다. 사형제도에 대한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때는 지난 1994년으로 무려 미국인의 80%가 사형제도를 찬성했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전반적으로는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지만,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서 보면 결과가 좀 나뉜다고요?

진행자) 그렇습니다. 민주당 성향의 사람들이 사형제도에 더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민주당 성향의 사람들 가운데 사형제도를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34%에 불과했습니다. 지난 1996년의 결과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겁니다. 공화당원 사이에서도 사형제도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사형제도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는데요. 응답자의 72%가 사형제도를 지지한다고 답했습니다. 20년 전 같은 조사 때는 지지율이 87%에 달했었습니다.

진행자) 정치적 성향에 따라서는 이렇게 확연한 차이를 보였고요. 성별이나 나이, 인종에 따른 차이는 없었습니까?

기자) 있었습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사형제도를 더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흑인이나 히스패닉에 비해 백인이 사형제도를 더 많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나이에 따른 결과를 보면 18살에서 29살 사이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형제도를 찬성한다는 응답이 가장 낮았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사형제도가 지지를 잃어가는 만큼 실제로 미국에서 사형이 집행되는 건수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사형정보센터에 따르면 사형집행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 1999년에는 한 해 동안 사형집행 건수가 98건에 달했는데요. 올해는 이때까지 15건이 집행됐고 예정된 사형집행도 많지 않다고 합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는 현재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주도 늘어나는 추세이죠?

기자) 네, 지난 8월에는 델라웨어 주 대법원이 델라웨어의 사형제도는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는 미국 헌법에 어긋난다면서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현재 미국 내 50개 주 가운데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주는 31개 주인데요. 약물주사방식의 처형에서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미 서부의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 때 사형제도 폐지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김현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