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김현숙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화요일(4일) 공화당과 민주당 부통령 후보들 간의 TV 토론회가 열렸는데요. 대통령 후보들의 재단 문제와 테러, 핵 문제 등을 놓고 열띤 공방전을 벌였습니다. 토론회 내용과 반응, 먼저 살펴보고요. 인터넷 검색업체인 야후가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이용자들의 수신 이메일을 감시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화요일(4일) 밤 미국 동남부 버지니아 주에 있는 롱우드대학교에서 부통령 후보 토론회가 열렸는데요. 분위기가 어땠습니까?
기자) 네, 상당히 뜨거웠습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와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케인 연방 상원의원이 핵 문제와 시리아 내전, 미국 사법개혁 문제 등 국내외 다양한 현안에 대한 얘기를 나눴는데요. 하지만 토론 시간의 대부분을 상대 후보의 러닝메이트, 대통령 후보를 비판하는 데 할애했습니다. 특히 케인 의원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맹렬하게 공격했는데요. 케인 의원의 말입니다.
[녹취: 케인 의원] “Donald Trump during this campaign…”
기자) 트럼프 후보가 멕시코인들을 범죄자라고 부르고 여성을 개, 돼지로 묘사하며 비하하는 등 다른 사람에 대한 모욕에 기반을 둔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건데요. 또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해 미국 시민이 아니라는, 편견에 사로잡힌 거짓말을 했다며 비판했습니다. 그러자 펜스 주지사는 역으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공격했습니다.
[녹취: 펜스 주지사] “He still wouldn’t have a fraction of…”
기자)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 후보 지지자들에 대해 “개탄스러운 집단”이고 “바로잡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것과 비교하면, 트럼프 후보가 한 말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진행자)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는 오바마 행정부 1기에서 국무장관을 지냈는데요. 외교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얘기가 나왔습니까?
기자) 네, 펜스 주지사는 오바마 행정부 들어서 미국이 약해졌다고 말했는데요. 국무장관을 지낸 클린턴 후보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펜스 주지사] “After travelling millions of miles…”
기자) 클린턴 후보가 미국 국무장관으로 수백만 킬로미터를 여행하며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현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세웠는데, 오늘날 미국은 덜 안전한 나라가 됐다는 건데요. 케인 의원은 클린턴 후보가 국무장관을 지낼 당시 9.11 테러 주모자인 오사마 빈라덴이 제거됐다고 상기시켰습니다. 케인 의원은 오히려 핵 문제에 대해 트럼프 후보가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케인 의원] “Donald Trump believes that…”
기자) 트럼프 후보는 더 많은 나라가 핵무기를 가져야 세상이 더 안전해질 것으로 믿는다는 건데요.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 한국 등의 핵무장을 허용할 수 있다는 말을 했는데, 핵이 확산되면, 핵무기가 테러범들 손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핵무기 얘기가 나왔는데, 북한 얘기도 나왔는지요?
기자) 네,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이 있었습니다. 북한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핵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서 어떤 조처를 할 것이냐 하는 질문이었는데요. 펜스 주지사의 대답 먼저 들어보시죠.
[녹취: 펜스 주지사] “We need to modernize…”
기자) 미국의 핵전력을 현대화하는 등 미군을 재건해야 하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효과적인 외교를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넣어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또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의 정책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북한 핵 얘기를 하다가, 클린턴 재단 문제로 얘기가 새나가기도 했는데요. 그러자 진행자가 다시 물었습니다. 북한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발사한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선제공격을 하겠느냐는 질문이었는데요. 케인 의원의 대답 들어보시죠.
[녹취:케인 의원] “A President should…”
기자) 대통령은 위협이 임박했을 경우, 국가를 방어하기 위해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보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얼마나 정보 내용을 확신하는지 결정해야 하지만,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북한 핵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중국 등 지역 국가들과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 후보가 독재자들을 칭찬한다면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독재자들의 얼굴이 새겨진 기념비를 갖고 있을 것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네, 트럼프 후보가 푸틴 대통령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보다 더 나은 지도자다, 이런 의미의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런 점을 비판한 것 같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후보가 러시아 정부와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건데요. 이에 대해 펜스 주지사는 클린턴 부부가 세운 자선단체 클린턴 재단을 거론하면서, 클린턴 후보가 국무장관으로 일할 당시 클린턴 재단을 통해 외국 정부와 외국인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오히려 클린턴 후보가 외국 정부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클린턴 후보는 이런 의혹을 거부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요즘 트럼프 후보의 세금 문제가 큰 논란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1990년대 중반에 막대한 사업 손실을 입어서, 18년 동안 연방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는데요. 이 얘기도 나왔는지요?
기자) 네, 트럼프 후보가 투명하게 세금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케인 의원이 계속 촉구했는데요. 펜스 주지사는 트럼프 후보가 정치인이 아니라, 사업가라고 말했고요. 케인 의원 역시 합법적으로 공제할 수 있는 항목이 있으면, 세금을 줄이기 위해 그렇게 하지 않느냐고 되물었습니다. 펜스 주지사와 케인 의원은 또 테러 퇴치 문제와 이민, 경제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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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이어서 이번 부통령 후보 토론회에 대한 반응 살펴보겠습니다. 이날 토론회, 누가 더 잘했다고 하나요?
기자) 네, 전문가들은 대부분 마이크 펜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펜스 주지사가 라디오 프로그램을 오래 진행한 경력이 있는데요. 방송 경험 덕분인지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며 차분하게 대답했다는 겁니다. 또 케인 의원이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펜스 주지사를 도발하려고 했지만, 여기에 넘어가지 않고 평정을 유지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펜스 주지사가 공화당 지지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얘기를 해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듣고 싶어하는 얘기라니 어떤 거죠?
기자) 공화당원들이 트럼프 후보의 보수성에 의문을 품고 있는데, 펜스 주지사가 작은 정부라든가 낙태 반대 입장이라든가, 보수 입장을 확실히 밝혔다는 거죠. 펜스 주지사가 2020년이나 2024년에 공화당 대선 주자로 떠오를 수 있는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날(4일) 보니까, 처음에는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못 알아들을 정도로 두 사람이 동시에 계속 말하는 순간도 있었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케인 의원이 토론회 초반에 계속 펜스 주지사가 하는 말을 가로막았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펜스 주지사-케인 의원]
기자) 펜스 주지사도 지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는데요. 얘기를 알아들을 수 없어서 진행자가 주의를 줘야 했을 정도였습니다. 케인 의원이 펜스 주지사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계속 공격적으로 나갔다는 분석인데요. 하지만 이런 케인 의원의 토론 방식이 전문가나 일반인들로부터 그렇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일반 시청자들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토론회가 끝난 뒤에 CNN 방송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48% 대 42%의 비율로 공화당의 펜스 주지사가 이겼다는 응답자가 더 많았습니다. 보통 토론회 시청자 가운데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데도 말이죠. 펜스 주지사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1차 토론회에서 망친 것을 만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하지만 펜스 주지사의 활약이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입니다.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통령 후보가 마음에 들어서 대통령 후보를 바꾸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하네요.
진행자) 부통령 후보 토론회는 이번 한 번으로 끝입니다만, 대통령 후보 토론회는 아직 두 번 더 남았죠?
기자) 네, 오는 일요일(9일)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시에서 2차 TV 토론회가 열리고요. 그 다음 주 수요일(19일)에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3차 토론회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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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최근 미국 인터넷 검색 업체 ‘야후’가 외부로부터 해킹을 당해서 고객 5억 명의 정보가 도난당했다는 소식 전해드렸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로 야후가 고객들의 정보를 감시했다는 보도가 나와서 논란이 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야후가 미 정보당국의 지시로 수억 건의 이메일을 비밀리에 검사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로이터 통신’이 최초로 보도한 내용인데요. 지난해 4월부터 야후가 미 국가안보국(NSA)이나 연방수사국(FBI)의 요구를 받고 감시활동을 벌였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보도 내용이 사실일 경우, 미국 인터넷 업체로서는 최초라고 말했는데요. 이미 저장된 이메일이나 일부 이메일 계정에 국한된 게 아니라, 모든 수신 이메일에 대한 정부의 감시 요청에 응한 건 야후가 처음이란 겁니다.
진행자) 야후의 감시 활동이 어떻게 공개된 겁니까?
기자) 로이터 통신은 야후에서 일했던 전 직원 3명과 이 사안에 정통한 익명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는데요. 이들은 미국 정부가 이메일 내용이나 첨부파일에 담긴 특정 문구나 신호를 찾아내기 위해서 일련의 이메일을 비롯한 숫자와 부호까지 검색하도록 야후를 압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야후는 이에 따라 특정 제시어나 문구를 이용해 이용자들이 수신하는 모든 이메일을 검색할 수 있는 특정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설치했다고 합니다. 정부가 어떤 내용을 원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야후가 정부의 요구를 수용했다면 내부에 반발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야후의 머리사 메이어 최고 경영자가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이자 야후의 안보책임자 등 최소한 두 명이 사임했다고 합니다. 야후 측은 화요일(4일)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짤막한 성명을 발표하고 야후는 법을 준수하는 기업으로 미국의 법을 이행하고 있다고만 밝혔는데요. 수요일(5일)에 추가로 발표한 성명에서, 로이터 통신 기사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사에 나오는 것 같은 감시 프로그램은 야후 시스템에 없다는 겁니다.
진행자) 야후가 한때 최고의 인터넷 검색업체였지만 최근 계속 경영 부진을 겪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결국, 지난 7월에 미국 최대 통신업체인 버라이즌이 야후의 핵심 사업 부문인 인터넷 사업을 48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죠. 이후 외부 해킹 사태에 이렇게 자체 이메일 감시 의혹까지 나오면서, 버라이즌이 인수를 계속 진행할지 주목을 끌고 있는데요. 버라이즌 측은 아직 이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이번 사태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야후와 더불어 미국 내 최대 이메일 서비스 제공 업체인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사는 정부와 타협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지메일로 유명한 구글은 성명을 통해 정부로부터 어떠한 요청도 받지 않았고 만약 정부의 요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절대 수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는 정부의 어떠한 비밀스러운 감시활동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요. 정부로부터 요청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앞서 유명한 IT 기업인 애플의 경우 이메일 관련은 아니지만, 정부의 감시 요청을 거부해 화제가 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해 말 캘리포니아 주 샌버나디오에서 테러가 발생한 후 FBI가 범인의 손전화인 아이폰의 잠금장치를 풀 수 있도록 기술 지원을 제공하라고 아이폰 제조사인 애플에 명령했었습니다. 하지만 애플이 이를 거부하면서 관련 소송들까지 제기됐고요. 이와 관련해 미국 법무부와 애플은 여전히 대립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김현숙 기자였습니다.